반짝했던 ‘반일’ 플래쉬몹 기획한 한은숙 전 체조협회장
2017년 세월호 이어 2019년 반일 플래쉬몹 '행동하는 춤' 눈길 

 단지 춤만 추지 않는다. ‘무색무취'의 춤만 기계적으로 반복해서 추는 것이 아니라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춤이 갖는 힘이 있다면 '공감 능력'이라 생각했다. 율동의 선이 주는 그 자체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춤에 담긴 ‘컨텐츠’ 또한 그만큼 파급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민으로서의 상식 선에서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춤으로 내고 싶었다. ‘지성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댄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한 것. 

 그래서 그는 지난달 27일 협회장기 체조대회 개막식에 앞서 일본의 경제적보복조치에 대항하는 반짝 ‘플래시몹’을 기획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플래쉬몹’ 이었지만, 준비는 철저했다. 3주 동안 다함께 합을 맞춘 적은 단 한번도 없지만, 약속된 안무를 각자 연습하면서 개막식 전 리허설을 한번 한 게 전부였다. 50명에 가까운 구성원의 '반일 티셔츠’를 자비로 제작해 맞추었고, ‘노재팬’이란 문구가 쓰여진 종이 200장에 코팅지를 일일이 입히는 수고로움으로 관객석의 리액션까지 계산했다. 

 4분 남짓 ‘독도는 우리땅’이란 노래가 관성회관을 가득 메웠을 때 사람들은 춤의 메시지에 감화되어 다함께 준비된 카드섹션을 하며 같이 외쳤다.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먹지 않습니다’

 개막식 전 플래쉬몹은 개막식이 시작되고서도 여운이 계속 남을 정도로 강렬했다.

 한은숙(48), 그는 옥천 에어로빅과 방송댄스 분야에서 20년 동안 잔뼈가 굵을 정도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인이다. 일찌감치 에어로빅 부문 스포츠 지도자로 학교와 공설운동장에서 춤이 꿈인 아이들과 다이어트가 목적인 주민들에게 각인된 사람이다. 

2017년 한은숙씨가 이끄는 라온댄스팀이 단양서 열린 충북도 생활체육대회와 영동에서 열린 전국생활무용경기대회에서 우승과 금상을 차지했다.
2017년 한은숙씨가 이끄는 라온댄스팀이 단양서 열린 충북도 생활체육대회와 영동에서 열린 전국생활무용경기대회에서 우승과 금상을 차지했다.

 그는 꾸준히 ‘시민성’을 가지고 상식선에서 춤으로 늘 목소리를 내어왔다. 2017년 4월15일 문화예술회관 앞 광장에서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노래에 맞춰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 플래쉬몹을 가지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플래쉬몹은 정말 반짝 급작스럽게 일어나는 시간행위지만, 그는 지역사회란 공간에서 그 메시지가 오래도록 여운이 남아 행동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춤을 추는 사람이 드러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왜 무엇을 위해 춤을 추는 지를 바라봐주었으면 하는 거죠. 저 한은숙을 주목해서 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한은숙이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 하는지, 함께 춤을 추는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춤을 추는 지를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죠. 일회성으로 소비되어 휘발되기를 원치 않아요. 반일 퍼포먼스도 결국에는 마지막 세 구호가 상징하듯, 행동하자는 거거든요.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먹지 않습니다’는 것을 우리가 실천하자는 의미이지요.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하겠다는 심정으로 그렇게 무대에 선 거에요.”

 출연료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 마음에 동감한 50명의 수강생과 댄스팀들도 같이 공감해 3주 동안 땀흘리며 노력한 것. 초등부 라온댄스, 옥천중 에이블, 옥천여중 비어트리스, 충북산과고 러쉬, 광장체조팀, 청성 블루엔 블루댄스, 체조협회 강사들이 다 한마음이 되어 그렇게 ‘독도는 우리땅’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제가 옥천고 13회 졸업생이에요. 당시 학교 상황이 암울했죠. 정말 참교육을 위해 헌신하신 선생님들이 전교조 운동을 하면서 해직되는 것을 눈 앞에서 목도했거든요. 충격이었죠. 얼마전 보은에서 퇴직하신 연성식 국어선생님도 제가 존경하는 분이셨는데 해직과 복직을 거듭하며 평교사로 퇴직했죠. 그런 선생님들 덕분에 사회에 눈을 뜨게 된 거구 정치와 삶이 분리될 수 없구나 하는 것을 느꼈던 것 같아요. 우린 아무 것 가진 것 없는 주민이지만, 목소리를 하나둘 내어야 세상이 바뀌겠구나. 바뀌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들은 그 때부터 싹 튼 것 같아요.”

한은숙씨와 라온댄스팀은 2017년 4월 문화예술회관 앞 광장에서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라는 세월호 추모 플래쉬몹을 기획하기도 했다.
한은숙씨와 라온댄스팀은 2017년 4월 문화예술회관 앞 광장에서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라는 세월호 추모 플래쉬몹을 기획하기도 했다.

  당시 들어가기 힘든 인문고를 들어가 춤을 배운다고 했을 때 집안의 반대도 심했다. 현재 BBS지용학당을 총괄하는 한영종씨와 공무원 한은자씨와 함께 3남매인 그는 남매중 막내지만,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가장 울분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제가 잘못 된 것에 침묵하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할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그래서 간혹 형제들에게 ‘성질을 죽여야 한다’는 타박도 받지만, 그래도 그게 저인걸요.”

 49살의 바디빌더인 남편과 함께 한 때는 혜인당 한의원 지하에서 헬스클럽을 운영하기도 했고 옥천헬스클럽도 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었지만, 옥천에서 잔뼈가 굵은 헬스 트레이너와 에어로빅 강사라는 자존감을 그를 지탱하는 힘이다. 오마이걸의 지호도, 요즘에 방송에도 여러번 나온 옥천여중 지수민 학생도 그가 10년 넘게 운영해온 라온댄스 출신이다. 지금은 삼양초와 안남초, 동이초에서 방송댄스 수업을 하며 초등학생 9명을 모아 라온댄스 팀을 여전히 계속 운영중이다. 공설운동장 에어로빅도 정말 박한 일당이지만, 지역사회 공헌 차원에서 동료들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아직 군 복무중인 아들도 바디빌더를 꿈꾸고 있어요. 아버지 영향을 받은 게죠. 저는 에어로빅과 댄스로 지역사회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 늘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일찌감치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딴 거구, 지금은 장애인스포츠 지도자 과정도 1,2차를 합격하고 내년 3차를 준비중이에요. 체조계의 선배로서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며 사람들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싶은 거죠.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더라구요.”

 그런 마음으로 체조협회장 직을 맡아 8년 동안 이끌어 왔다. 

 “춤은 얼마든지 정치적 선전물로 이용당할 수 있죠.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려구요. 저도 느낀게 많아서 춤이 어떤 도구로 기능하기보다. 이용당하기 보다. 우리의 목소리를 표현하는 강력한 힘으로 작동했으면 좋겠어요. 권력과 자본에 영합하지 않는 춤. 우리의 생각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춤. 그런 춤을 계속 춰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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