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음참깨·들깨가루와 진한 들기름·참기름까지
옥천푸드가공센터 2·3·4·5호, 가공 능력자 한순자씨
지난달 24일 청성면 구음2리서 그를 만나다
[옥천을 살리는 옥천푸드] 한순자(64)씨의 이름은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볶음참깨, 볶음들깨가루, 참기름, 들기름은 물론 찐찰옥수수와 꿀 화분, 곶감말랭이까지. 옥천푸드가공협동조합 내 조합원 중에서도 다양한 가공품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산하는 가공 능력자다.
"직매장이 문을 연 이후로 다양한 가공품을 내봤어요. 매주 한 번씩은 꼭 가공공장을 방문하고 있죠. 참깨나 들깨, 기름류는 꾸준히 팔기고 있기는 한데, 사실 소득면에서는 그렇게 크지 않아요. 들깨 1말을 기름으로 만들면 8병 정도가 나와요. 소량이죠. 여기에 부과세다, 가공공장 이용료다 뭐다 해서 빼면 실제가격에서 얼마 남지는 않아요." (한순자씨)
그럼에도 한순자씨가 가공품을 꾸준히 개발하고 생산하는 이유는 하나다. 옥천의 로컬푸드 운동의 취지에 동감하기 때문이다. 판로가 불안정한 소농들에게는 소득 보장을, 소비자에게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것. 지역 안에서 선순환 효과를 만들 수 있는 로컬푸드 사업이 곧 지역의 변화를 만드는 운동이라고 본다.
특히 가공품의 경우 읍과 떨어져 있는 면단위 농민들에게 새로운 돌파구다.
"그렇지 않아도 직매장에서 옥수수다 뭐다, 농산물을 납품하라고 아우성이예요. 그런데 그게 현실적으로 많이 어려워요. 직매장은 매일 아침에 농산물을 납품하고, 재고를 농민들이 다시 수거하는 구조로 돌아가는데 저는 읍에 맨날 갈 수 없으니까요." (한순자씨)
그렇기 때문에 한순자씨가 선택한 방법은 가공품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가공공장을 이용해 물량을 맞추고 구음2리로 돌아온다. 매일 직매장에 납품하는 것보다 가공품을 만들어 직매장에 두는 것이 한순자씨 상황에는 더 맞는다.
"깨 농사 뿐 아니라, 고구마, 옥수수 등 다양하게 지어요. 찐찰옥수수 같은 경우는 가공품이라기 보다는 1차 농산물이라서, 진공포장을 잘해서 가져다 놨어요. 처음부터 찐찰옥수수 진열이 이뤄진 건 아니고, 농민들이 찐찰옥수수도 납품하고 싶다는 의견을 군에 전달해서 이뤄지게 됐어요." (한순자씨)
처음 가공공장이 세워지고, 가공협동조합이 구성되고. 연이어 직매장까지 문을 열었을 때 실제로 생산된 가공품이 잘 팔릴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 안도감이 들었다. 막상 개장을 하고 나니 많은 주민들이 직매장을 찾았고, 그 가치에 동의했다.
"아무래도 가공협동조합은 가공에 뜻은 있지만, 방법을 잘 알지 못하는 소농들, 그리고 농사가 처음이라서 판로를 개척 하지 못하는 귀농·귀촌인들에게 정말 좋은 제도라고 생각해요. 가공협동조합 내 모인 농민들도 사실 교육을 받기 전에는 가공품 레시피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참깨볶음을 만들 때도 깨를 어느정도로 볶아야 최상의 맛을 내는지 연습을 수차례 할 정도였죠." (한순자씨)
수차례의 교육과정을 거쳤고, 현재 가공협동조합 조합원들은 자신만의 레시피를 찾아가고 있다. 한순자씨는 지금 납품하는 가공품 외에도 고구마말랭이 같은, 간식용 가공품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지금 직매장에 있는 물품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가공품 수가 많이 적기 때문에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봐요. 특히 소비자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간식류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아무래도 고구마 농사를 짓기 때문에, 짓다보면 크기가 너무 크거나, 들쭉날쭉해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게 있어요. 그걸 버리자니 농민 입장에서는 피눈물이 나죠. 그렇기 때문에 가공이 필요해요. 고구마말랭이도 맛있게 개발을 해서 진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순자씨)
한순자씨는 마을 이장으로서, 그리고 농민으로서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이었다. 청성면 구음2리가 조금 더 살기 좋은 마을이 되기 위해 각종 정부 사업 등을 받아 마을을 발전시키고 있다.
"행복마을 사업, 금강수계 특별지원 사업, 대단위 마을사업 등 다양한 사업 등을 신청했어요. 농산물 가공 시설이라든지, 급냉동고, 창고 등 마을 안에 편의를 위한 시설을 설치하고 있죠. 아무래도 이동성에 한계가 있으니까 최대한 마을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한순자씨)
가공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를 위해 충북대 농산물가공이용 최고지도자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24기예요. 한달에 한 번 16일이면 꼭 만나서 모임을 가져요. 세상 사는 다양한 이야기도 나누고, 무엇보다 가공에 관련돼서 서로가 가진 노하우들을 공유하기도 하죠." (한순자씨)
앞으로도 한순자씨는 다양한 가공 레시피 개발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이런 농민들의 노력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함께 전했다.
"다양한 가공 레시피 개발은 계속 해야죠. 소비자들도 직매장에 있는 가공품과 농산물들을 사랑해줬으면 해요. 정말 농민 스스로가 건강한 농산물로 직접 만든 거 잖아요. 그만큼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농민들도 소비자도 한 마음으로 우리 로컬푸드 소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순자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