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처럼 느꼈으면, 우리 애들 같아 더 성의 있게
도립대에서 일한다고 하면 다들 부러워해, “직영이라 고용이 안정적이죠”
옥천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로, 소스도 돈가스도 직접 만들어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을 우리는 식구라 부른다. 밥은 이렇게 소중한 관계의 매개가 되어 밥을 짓는 사람에게, 그리고 밥을 먹는 사람에게 끈끈한 밥알처럼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 신뢰관계를 만들어낸다. 우리 애들 밥 해먹인다는 생각으로 충북도립대학교 학생식당의 밥을 책임지고 있는 김미오 조리장(56, 옥천읍 장야리), 박은정 조리원(48, 옥천읍 삼양리)을 만났다.

다정하게 팔짱을 한 박은정 조리원(왼쪽), 김미오 조리장(오른쪽)
다정하게 팔짱을 한 박은정 조리원(왼쪽), 김미오 조리장(오른쪽)

  “원래 이원면 개심리에 있다가 애들 학교 때문에 읍내로 왔어요. 읍내로 오고 바로 여기에 일자리를 잡았으니까 벌써 18년차가 다 되가네요. 그 때 애들이 큰 딸은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작은 딸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막내아들은 훨씬 어릴 때죠.” 막내아들이 지금은 25살이 되었고 두 딸은 모두 결혼을 하셨다고 하니 도립대에서 18년이라는 경력을 쌓으실 동안 한편으로는 자식들을 다 큰 성인으로 키운 셈이다. 

  그리고 중학생 아들과 고등학생 딸이 둔 박은정 씨, 얘기를 나누자마자 학생식당의 분위기 메이커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 있는 게 재밌어요. 음식하는 것도 좋고요, 애들 대하는 것도 좋아요. 여기 일이 제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아요.” 김미오 씨 말로는 워낙 밝고 긍정적이셔서 다들 박은정 씨를 좋아한단다.

  “밥을 할 때는 집밥처럼 하려고 해요. 학생식당 밥은 학생들이 매일 먹는 밥이기도 하고 학생들이 우리 애들 같기도 해서 신경을 많이 쓰죠.” 이런 조리장의 철학은 모든 조리원들에게 ‘우리가 만드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다.  “조리장님은 음식 하나를 해도 양념만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양파나 무로 맛을 먼저 내세요.”(조윤숙 영양사) 그게 얼마나 수고스러운지 알기에 입을 쩍 벌리고 쳐다보는 우리에게 “요즘은 집에서 밥하는 게 더 어색해요. 몇 백인분씩 큰 국자로 간을 맞추다가 수저를 쓰니까 막상 집에서 그 맛이 안 나더라고” 하며 쑥스러운 듯 웃으신다.

어느덧 경력 18년에 접어든 김미오 씨, 이제는 수저보다 큰 국자가 더 편하다. 

  일하시는 데 불편함은 없을까. 일하시는 건 어떠신지 여쭤보니 두 분 다 만족하시는 눈치다. “요즘은 학생들이 표현을 잘해요. 옛날엔 별로 안 그랬는데 밥 먹고 맛있게 잘 먹었다고, 감사하다고 인사도 하고 그래요. 그럼 나도 기분이 좋지.” 같이 일하시는 분들도 오랫동안 함께한 사이여서인지 서로 의지가 되신다고.

  도립대 학생식당은 충북 도립대에서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직영이다 보니 고용 형태도 정규직이고 직원들도 불안하지가 않다. “도립대에서 일한다고 하면 다들 좋은 데 다닌다고 해요. 여기는 우선 정직원으로 고용된 거니까. 그리고 위탁으로 운영하면 재료비 같은 걸 좀 아껴서 수익을 내려고 하는데 우리는 받은 돈을 다 재료비에 쓰니까 아무래도 더 좋은 재료를 쓰죠.”

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한다.
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한다.

  학생들이 얼마나 올지 모르는데 몇 인분으로 할지는 어떻게 알고 하시는 걸까. 몇 년간의 매 식단에 대한 학생수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상한다. 그야말로 빅데이터다. “몇 년 동안 날씨나 행사, 메뉴에 따라 학생수가 어떻게 되는지를 다 기록해요. 이제 어떤 메뉴를 하면 학생들이 얼마나 올지 대충 감이 잡히죠.” (조윤숙 영양사)

  제육볶음이랑 돈까스가 나오는 날이 인기가 많다고 끄덕이시던 박은정 씨가 “우리는 돈까스랑 탕수육 같은 것도 다 직접 해요. 보통 이미 되어 있는 걸 사오는데 우리는 튀김가루까지 다 사서 직접 만드니까 훨씬 맛있죠” 라며 수줍게 덧붙이신다. 아니 이런 걸 왜 말을 안해주셨냐고, 자랑 좀 더 해달라고 보채자 소스도 매번 직접 갈아서 만드신다고 키위, 딸기, 흑임자 등 이제는 직접 해야 맘이 편하다는 두 소스 장인을 마주하니 충북 도립대 학생들이 참 부럽다.

  충북도립대는 옥천군의 유일한 대학교다. 대학교의 학생식당은 저렴하면서도 제대로 된 한 끼를 찾는 이들에게 특히 제격이다. 그래서 작년 학생식당이 더 이상 일반인들에게는 개방되지 않는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샀었다. 학생식당은 대학 내부인에게만 개방되고 있지만 운영철학은 그대로다. 저렴하고 신선한 재료로 건강한 한 끼를 제공하는 것. 매일 밤 옥천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를 구입하고 학생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반찬 하나에도 성의를 다한다. 사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어떤 결의가 느껴진다고 하던가. 몇 년간 묵묵히 자부심을 갖고 한 가지 일을 해온 두 분에게서 쉽게 무너지지 않을 단단한 사명감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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