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재의 옥천에서 만난 들꽃]

마음을 졸입니다.

한 번 얼굴 보려고 기다리고, 몇 번씩 가서 꽃마중을 해도 쉬이 얼굴을 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찍은 사진에는 6월27일이라는 날짜가 찍혀 있습니다.

그 시기에 맞춰서 갔지만 웬 일인지 꽃은커녕 싹이 난 녀석들도 제대로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7월 초에 가서도 역시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좀더 컸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

병아리풀을 찾아 나선 길이었습니다.

이상해서 병아리풀들이 있는 현장에서 들꽃 전문가 황재현 선생에게 전화를 걸었지요.

돌아온 대답은 올해 싹이 트는 시점에 너무 가물어서 싹조차 너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다가 얘네들이 없어지는 것 아냐? 하는 불길한 생각을 갖고 있다가 며칠 후 드디어 꽃 피운 녀석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녀석은 한 촉에 불과했고, 이제꽃을 피우려는 녀석이 두 촉 정도 있었습니다.

올해는 전국적으로도 병아리풀 생장이 그리 좋지 않다는 황 선생의 얘기를 듣고 적이 안심을 했지만 그 가뭄을 뚫고 나온 녀석들이 가상합니다. 얼추 서른 촉 정도 되어 보입니다. 이 녀석들이 내년을 위해서라도 씩씩하게 자라줘야 할 텐데요.

해마다 주변 칡덩굴 제거하고, 얘네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느라 노심초사하는 황재현 선생의 얼굴을 보아서라도 잘 이겨내고 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멸종위기종 식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병아리풀이 살고 있는 곳 앞에 멸종위기종이니 캐가거나 훼손하지 말라고 써놓은 안내판을 없애거나 고쳤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입니다.

말그대로 병아리처럼 작은 풀. 계란을 보는 듯한 꽃.

그렇다고 아무데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꽃도 아니어서 옥천 병아리풀을 찍으러 다수의 사진작가들이 다녀가는 유명한 곳이 되어 있는 그 곳. ‘옥천 병아리풀’이라고 검색하면 수많은 사진이 걸려 나오는 이 곳을 어떻게 해야 잘 지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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