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보은·영동에서 요리강사로 활동하는 최보미 강사
옥천산 찹쌀·계란·치커리 들어가 더욱 건강한 진주완자
30일 옥천신문사 2층 게스트하우스 식당에서 만들었습니다

[로컬푸드 제철밥상] 고백하건대, 평소 음식을 가리는 편이다. 가지, 미나리 등 식감이 특이하거나 봄향기 물씬 나는 채소류는 물론이고 이밖에 다양한 이유로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많다. 그런데 로컬푸드 판을 제작하는 농업 전문 박해윤 기자가 한주 휴가를 갔다. '제철밥상' 취재를 대신 하게 됐다. 임무는 흔쾌히 맡았지만 마음은 쭈뼛쭈뼛. 로컬푸드라 함은 '짜고 맵고 달기'보다는 '건강한 맛(미나리맛)'이 전제가 될 거 같은데. 30일 오후, 떨리는 마음으로 최보미 쉐프에게 전화를 했다. '선생님, 오늘 메뉴가 뭔지 미리 알 수 있을까요?' '완자에요' '완자요?' '네, 완자요!'. 부드러운 목소리에 그만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고백하건대, 만두를 좋아하지 않는다. 수제로 만들어서 우리 주민들이 좋아하는 만두요리전문점 만두전골도 만두 하나 건져먹고 수저를 내려놨다('이건 고기도 아니고 야채도 아닌 무엇인가...'라고 생각했다). '고향만두'같은 기성품은 그나마 먹는 편인데, 아무래도 고기와 야채를 다져 만든 만두소는 다 먹고 나면 입이며 속이며 뒤끝이 찝찝하다. 가능하면 먹지 않는다.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좀처럼 쉽지 않다. 편식의 삶이 낯부끄럽던 참에 오늘 최보미 쉐프를 만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 만두를 먹을 수 있다. 조만간 더위가 한 풀 꺾이고 나면 오늘 최보미 쉐프가 소개한 '진주완자'로 소풍 도시락을 싸야지. 그동안 내 입맛을 비난해왔던 친구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 나도 만두를 먹을 수 있다고, 게다가 이건 로컬푸드로 만든 만두라고, 이게 바로 진짜 맛이지, 신이 난다.

최보미 쉐프와 최보미 쉐프가 요리한 진주완자. 최보미 쉐프는 우리고장에서는 여성회관과 증약초, 대정분교 등 성인부터 어린이들까지 요리지도를 폭넓게 하고 있다

 ■ 찹쌀에 한바탕 굴러 반짝반짝 빛나는 완자, '진주완자'

최보미 쉐프가 옥천신문사 게스트하우스 식당에서 요리한 진주완자, 이 완자의 핵심은 '찹쌀'이다. 만두에 '밥'이 들어갔다. 찹쌀이 들어가니 고기와 야채만 다져 먹었을 때 나는 특유의 진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정성들여 물에 잘 불린 찹쌀이 들어가니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워 속이 한결 편하다. 고기의 잡내는 생강을 넣은 술로 잡았고, 치커리로 완자를 장식해 아삭한 식감은 언제든 즐길 수 있게 했다. 간단하면서도 완벽한 구성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손이 빠른 사람이라면 요리하는 시간은 40분 정도 정도 생각하면 된다. 재료만 준비됐다면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필요한 재료(3~4인분 기준)

다진 돼지고기 200g, 깐새우 200g, 찹쌀 240g, 치커리, 양파 1/2개, 전분, 생강술(청주나 소주에 생강을 약간 채 썰어 넣으면 된다), 계란흰자, 백후추 

*이중 로컬푸드는 찹쌀과 치커리, 계란이다. 찹쌀은 옥천살립협동조합에서, 치커리는 군북면에서, 계란은 동이면에서 생산됐다.

먼저 할 일을 양파를 다지는 일. 그리고 '물기를 빼야 한다'. 주재료가 되는 양파, 돼지고기, 깐새우 모두 한껏 물기를 빼주는 게 중요하다. 처음에 재료의 물기를 잡지 못하면 나중에 재료에서 물이 나와 완자의 모양이 예쁘지 않고 무엇보다 나중에 식감이 질퍽해진다. 양파는 다져서 소금을 뿌려 양파 숨을 죽이고, 물로 헹궈 소금기를 없앤다. 면포나 키친타올로 감싸 남은 물기를 잘 제거한다. 다진 깐새우와 돼지고기도 면포로 감싸 남은 물기를 최소화한다.   

양파와 새우, 돼지고기 모두 잘게 다져 면포나 키친타올로 물기를 빼줘야 한다 

기본 재료 준비가 다 끝나면 돼지고기와 새우, 양파를 섞는다. 전분과 생강술을 각각 4스푼씩 넣는다. 생강술을 4스푼, 계란은 1개만 사용해 흰자만 넣는다. 양념으로 천일염 작은 한스푼, 백후추도 약간 뿌려준다. 여기까지 하면 기본 완자를 만들 준비는 끝났다. 

돼지고기, 새우, 양파, 전분, 생강술, 계란흰자, 천일염, 백후추 등을 뿌려 조물조물 버무린다

그리고 찹쌀. 8시간 전에 미리 불려놓은 찹쌀을 넓게 깐다. 먹기 좋게 둥글게 뭉친 완자를 하나하나 찹쌀 위에 올려 굴린다. 완자 표면에 찹쌀을 잔뜩 묻힌다. 찜기에 실리콘매쉬를 깔아 그 위에 찹쌀 먹은 완자를 올리면 해야 할 일은 끝. 남은 찹쌀을 한 주먹정도 찜기에 올려놓는 것도 좋다. 완자가 다 익었는지 맛보기는 어렵지만, 따로 올린 찹쌀을 맛봐서 완자가 다 익었는지 추측할 수 있다. 보통 20분 정도면 완자와 찹쌀이 익기에 충분하다. 잘 익은 찹쌀이 소로록 일어난다.

찹쌀을 넓은 그릇에 깔고 그 위에 먹기 좋게 잘 뭉친 완자를 올린다
찹쌀로 돌돌돌
찜기에 올려놓은 완자. 찹쌀도 한움큼 올렸다. 완자가 잘 익었는지 일종의 리트머스 역할이다

마무리는 치커리다. 그릇에 치커리를 깔고 그 위에 다 익은 완자를 올린다. 이게 완자일까, 주먹밥일까? 다 익은 찹쌀이 아삭한 치커리 위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그 모습이 꼭 진주같아 '진주완자'다(후추도 백후추, 계란도 흰자만 쓴 이유가 여기 있다)(정말이지 완벽한 닉네임이다). 진주완자 위에는 취향에 맞게 케첩이나 매실장아찌 등을 올리고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생김새는 토마토로 장식해주면 된다.

새콤달콤한 케찹이나 매실장아찌를 곁들이면 더욱 맛있다
최보미 쉐프

■ 음식을 만드는 과정 '조곤조곤, 달그락달그락'

'10년 전도 지금도, 이른 새벽 혼자 주방에서 조곤조곤 달그락달그락 마음을 쏟으며 음식을 만드는 게 정말 행복해요.' 최보미 쉐프의 말이다. 어스름이 깔린 새벽 찬찬히 집중해서 재료를 만지고 칼질을 하는 최보미 쉐프를 상상한다. 찹쌀이 참치처럼 부드러운 완자 속과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잘 못 먹는 음식이 있으면 어떻게든 맛있는 맛을 찾아내 요리 해주는 엄마의 맛이 이런 맛일까나.

최보미 쉐프. 완성된 음식을 들고 쑥쓰럽게 웃었다. 그는 '먹는 사람이 호응이 좋으면 음식해주는 사람은 두 배로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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