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라! 옥천] 사실 주민들이 목소리를 전하는 집회나 시위를 할 때 보건소 앞 옛 교통대 사거리 농협군지부 주차장에서 하는 것을 보면서 늘 안쓰러웠다. 시커먼 아스팔트 위의 협소한 주차장이 목소리를 내려고 힘겹게 모인 주민들의 자리여야 하는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이게 옥천 도시계획의 한계이고, 시민을 대접하는 수준인가까지 생각하면 조금 창피했다. 번듯한 광장 하나 없이 어떻게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주민 자치를 이야기하는가 싶었다. 다양한 이야기가 분출되는 공간, 사람들이 함께 모이며 어우러져 문화가 만들어지는 공간, 물물교환과 장터가 열리는 공간, 광장은 정지, 경제,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하지만, 옥천에는 광장이라 부를 만한 곳이 안타깝게 없다. 

더구나 주민들이 쓰는 농협군지부 주차장마저도 농협중앙회 옥천군지부가 새롭게 건물을 지으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건물을 주차장 앞으로 내어 짓고 주차장을 뒤로 물리면서 그나마 모일 공간마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광장을 ‘네이버 지식백과’에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고대 그리스 도시에는 아고라라고 하는 광장이 있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란 뜻이다. 이 뜻과 같이 시민생활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이어서 종교, 정치, 사법, 상업, 사교 등이 행해지는 사회생활의 중심지이기도 하였다. 그 주위에는 공공생활에 필요한 건축물들이 둘러서 있고 회의장, 사원, 점포, 주랑 등이 차지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그 내부에는 제단, 조각, 분수와 연못, 나무 등이 있어서 시민들의 휴식장소가 되기도 했다’

 이런 광장은 이미 수천년 전인 고대 그리스에도 있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없는가? 전혀 공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충분히 광장을 가질 수 있다. 군도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혼잡한 시가지에 시내버스 종점을 시외버스 터미널 옆 시내버스 공영주차장으로 뺴고 부지를 옥천시내버스 측과 맞 교환한다면 그 곳에 광장을 만들 큰 공간이 생기게 된다. 옥천역과 주요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이니 사람들이 절로 모여들 것이고 옛 농관원 자리 방치된 공원과 맞물려 더 쓸모가 있어질 지도 모른다. 

 이전하는 경찰서 부지에도 광장을 고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뭔가 자꾸 채우려 하지 말고 비워두는 것을 고민하는 것. 공간의 숨표와 쉼표를 찍는 것 매우 중요하다. 오히려 오래된 시가지를 재생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광장이 만들어진다면 노인들도 와서 쉬고 청소년, 청년들이 와서 춤도 추고 버스킹도 하는 그런 장면을 상상해본다. 집회나 시위들도 안전한 장소에서 편안하게 열리면서 목소리가 지역 사회에 충분히 전달되는 장면들을 꿈꿔본다. 위정자들이야 시민들이 모여 저항과 투쟁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마냥 반갑지 않아 이런 공간을 부러 만들려고 하지 않겠지만, 시민들에게는 정말 숨구멍 같은 공간이다. 다양한 공론이, 문화가 넘실대는 광장이었으면 한다. 농민들의 농산물이 반짝 시장처럼 나와서 팔리고 거래되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옥천의 문화가 확 달라질 것이다. 공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문화가 달라진다. 더 이상 협소하고 차디찬 시커먼 아스팔트 주차장에서 주민들이 내몰려 거기서 옹색하게 옹송그려 앉아 목소리를 내는 장면들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옥천의 수준이 될 수 있다. 다시한번 이야기해본다. 옥천의 광장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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