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여파로 6개월 앞서 조정된 옥천고 사상 처음 여름선거
2학년 학생회장단 구성, 안전과 편의, 자치 등의 공약 내걸어

왼쪽부터 김서영 부학생회장, 이용연 학생회장, 김서윤 부학생회장

 선거운동기간 일주일 동안 정신이 없었다. 

 학교에서 지급된 50만원의 선거운동 비용과 62명의 자원봉사로 합류한 선거운동원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선거운동을 했다. 아침, 점심, 저녁 시간을 이용해 피켓을 만들고 등굣길, 하굣길, 점심시간에 최대한 홍보를 하려 했다. ‘토마토송’과 ‘된다된다’송을 개사해 선거로고송도 만들었고 학교 곳곳에 공약 포스터를 붙여 놓기도 했다. 선거 당일 열린 토론회도 엄청 꼼꼼하게 준비했다. 자동개표기를 눈이 뚫어져라 바라봤는데 결과는 100표 내외로 승리, 불과 3분 남짓 걸려 확인된 당선은 정말 감격에 겨웠다고 했다. 

 ‘옥천고 최고의 번성기를 이루다’란 구호로 출마한 이용연(옥천고2, 장야리) 학생회장 후보, 김서영(옥천고2, 문정리), 김서윤(옥천고1, 가화리) 부학생회장 후보는 7월16일 치러진 학생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평등한 학교를 위한 새로운 날개’라는 구호를 내건 기호 1번 박세헌, 유지민, 이석찬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장야초 학생회장, 옥천중 부학생회장 출신으로 '모태 리더쉽’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짱짱한 이력’의 소유자인 이용연 학생은 전임 학생회 체육부 차장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출사표를 내던졌다. 이용연 학생의 제안으로 러닝메이트로 나선 김서영 학생은 같이 전임 학생회에서 학생자율지킴이 차장을 맡으면서 친분을 쌓은 상황으로 함께 했다. 1학년 부학생회장 후보인 김서윤 학생은 옥천고 입학도 하기 전인 겨울방학 때 1년 선배였던 김서영 학생한테 제안을 받아 본격적으로 채비를 갖췄다. 

 김서영 학생과 김서윤 학생은 옥천여중 학생자치부 활동을 같이 한 경험이 있었다. 

 절실하게 절박하게 선거운동을 한 ‘옥천고 번성기’ 선본은 어떤 공약을 내걸었던 걸까? ‘번성기 선본’은 학생들의 ‘안전’과 ‘편의성’, ‘정보교류’와 ‘참여’에 방점을 찍고 주목했다. 

 공약을 살펴보면, 미끄럼방지패드 설치와 매점가는 길목 차양 설치 등이 학생 안전에 주목한 공약이고, 각 층 화장실 물비누 설치, 계단 유리 불투명 시트지 부착, 화장실 창문 불투명 시트지 부착, 운동장 쓰레기통 설치, 화장실 세면대 밑 선반보수 공약은 학생들의 편의성 및 민원 해결에 주안점을 두었다. ‘각 층 중앙에 화이트보드 설치’와 ‘대학관련 시청각 자료 제공’, ‘메신저 알림이 활성화’, ‘학급회의 활성화’ 공약은 정보교류와 참여, 자치 등에 방점이 찍힌 공약이었다. 그들은 이 공약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학생들의 의견을 먼저 수렴했어요. 복도를 다니면서 자주 미끄러지거나 매점 가는 길에 눈, 비가 오는 날이면 가기가 힘들었거든요.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까 안전에 방점을 찍고 먼저 공약을 만들었구요. 화장실에 비누가 없어 개인적으로 가지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비누 설치 공약을 내걸었죠.”(이용연 학생회장)

 "여학생들은 치마를 입고 다니는데 계단을 오르내릴 때 불안감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불투명 시트지 부착과 화장실 창문에도 불투명 시트지를 부착하는 공약을 내걸었어요. 운동장 쓰레기통이 없다보니 쓰레기가 버려지는 경우도 많았고 쓰레기를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것도 공약에 반영했구요. 화장실 세면대 밑 선반 보수 공약은 화장지가 떨어지면 1층 행정실로 가서 얻어와야 하거든요. 4층에 있는 학생들의 경우 굉장히 불편했어요. 그래서 선반 보수를 해서 그 밑에다 화장실을 쌓아놓으면 굳이 1층에 내려가지 않아도 되니 편리하겠다 싶었죠”(김서윤 부학생회장)

 이처럼 '번성기 선본'의 공약의 핵심은 ‘디테일’에 있다. 학생들의 불편함과 민원을 세심하게 헤아려 공약에 반영시켰다. ‘학생자치’를 위한 공약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익명으로 또 편리하게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도록 각 층 중앙에 화이트보드를 설치하자고 했구요.  카톡 등 SNS를 하지 않는 친구들을 위해 학교 정보를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는 공약도 내걸었어요. 방치된 대학관련 시청각 자료를 정리하여 학생들이 대입에 관련한 필요한 정보를 쾌적한 환경에서 풍성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구요. 대의원 회의 전에 학급회의를 충실하게 할 수 있도록 대의원 회의전주 월요일 자율시간을 교육방송이나 자습하는 시간이 아닌 학급회의를 운영하여 학생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공약을 내걸었습니다.”(김서영 부학생회장)

 이들은 옥천고 사상 처음으로 2학년 학생회장단이다. 대입 여파로 늘 후반기 학생회 운영이 3학년 학생회장보다 2학년 부학생회장단으로 운영되는 것을 감안하며 학생들과 학교 측의 결단으로 가을에 선거를 치루고 학생회장을 2학년으로 낮추는 방안을 합의해 처음 치러진 선거였다. 전임 3학년 학생회장은 이 때문에 임기를 6개월 가량 단축했고, 새 학생회장단은 올해 여름부터 내년 여름까지 1년간의 임기를 맡게 된다. 보통 겨울에 치러지는 학생 선거가 여름에 치러진 이유이다. 

 “아무래도 인문고다 보니 대입을 간과할 수가 없어 현실적으로 제도를 바꾼 것 같아요. 학생들도 대부분 공감을 했고 처음 2학년 학생회장단이다 보니 아무래도 어깨가 무겁습니다. 3학년 학생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졸업식 이벤트 공약을 내건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말은 꼭 넣어주세요. 자원봉사로 선거운동을 도와준 학생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부모님께도 감사하구요.”(이용연 학생회장)

 이용연 학생회장은 바이오공학 쪽에 관심이 많아 향후 농대를 진학하고 싶고, 김서영 학생은 아무래도 정치와 사회 쪽에 관심이 많아 그 쪽 방향 진로에 관심이 많다. 김서윤 학생은 교육자가 되고 싶다고. 

 그들은 학교 뿐 아니라 지역 일에도 관심을 갖고 지역 청소년의 목소리를 내는데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역에 청소년 문화체육공간이 많이 부족해요. 가령 풋살장, 스케이트장, 만화카페, 미술관 등 방과후에 친구들과 같이 여가 생활을 즐길만한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아요. 대학 졸업후에도 옥천에 남으려면 일자리와 청소년, 청년들이 즐길만한 문화 공간 조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옥천고 번성기 선본 많이 지켜봐주세요!”

옥천고 번성기 선본 공약
옥천고 번성기 선본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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