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개 기초지자체, 370개 업체 약 1천700종 농산물 가공품 진열·판매
지역자원 연계 문화 전시와 로컬푸드 활용 프로그램 운영
지난해 11월 문 연 상생상회, 서울-지역 상생 돕는다

19일 오전 11시 상생상회(안국역 1번 출구)를 방문했다. 다음은 상생상회 전경 사진.

안국역 1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걷다 보면 상생상회라는 조금은 생소한 공간이 눈에 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점심시간에 잠시 회사 밖을 나와 산책하는 사람들도 이곳을 스쳐 지나간다. 간혹 사람들이 북적북적 모여 과일이나 채소를 팔기도 해 궁금증을 자아내는데, 안으로 직접 들어가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대형 마트나 슈퍼에서 파는 기성 브랜드들의 공산품에 익숙한 우리지만, 이곳에 브랜드는 '지역'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충남 태안에서 온 청국장 가루세트, 전북 남원에서 온 서리태 들깨강정, 전남 영암에 온 황금씨앗 라이스칩, 경기 파주의 장단콩 초콜릿, 경남 하동에서 온 건취나물, 경남 거창에서 온 봉농원딸기잼다양한 농산물 가공품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지역의 이름이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상생상회'는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이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다. 서울과 지역간 교류가 이뤄지는 지역상생교류센터. 한마디로 전국 각 지역의 먹거리, 관광, 축제 등 다양한 지역자원을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게 만든 네트워크 플랫폼이다. 현재 슬로푸드문화원(원장 김원일)이 수탁을 받아 운영 중이다.

 

'서울과 지역이 모두 행복한 공간' 상생상회

'상생상회'라는 이름답게 모토는 서울과 지역간 상생이다. 서울로 모든 인프라와 자원이 몰려있는 중앙집권화된 우리나라다. '서울이 곧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라는 인식 속에서 지역의 고유성이 사라지는 요즘이다. 서울 역시 '지역'을 만나볼 기회가 적어진다. 서울은 서울대로 팽창하며 과부하 상태고, 지역은 중앙에 밀려 낙후된다. 그래서 서울시는 서울과 지역이 모두 행복한 공간이 되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서울시지역상생교류센터가 진행 중인 다양한 사업이 있지만, 그중 '상생상회'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지역 중소농들의 소득보장을, 서울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둔다.

상생상회는 지상 1(125평 규모)과 지하 1(149평 규모)으로 이뤄졌다. 1층은 다양한 지역의 농산물을 전시, 판매하는 공간이다. 농축액··, 건강식품, 양념류, 주잡곡·우리밀, 건나물, 건어물, 냉동식품, 냉장식품, 차류기성 마트처럼 다양한 코너가 존재한다. 모두 150개 기초지자체 내 370개 업체가 약 1700종의 상품을 진열한 결과다.

상생상회가 처음 문을 열 때만 해도 각 지자체로 공문을 보내 대표 농산물 가공품을 추천받았다. 그렇게 입점을 시작했고, 입소문을 타면서 농가들이 직접 입점 신청을 하며 규모가 커졌다.

상생상회는 단순히 추천받은 농산물 가공품을 전시하는 공간 역할만 하지 않는다. 각 지자체의 대표 농산물을 판매하고 지역을 홍보하는 팝업 스토어 형식의 장터 기획이 매달 열린다. , , . 최대 3일 지자체와 협의해 다양한 농산물이 소개된다.

파 과잉 생산으로 어려움을 겪은 전남 진도군의 경우 시민단체와 연계돼 파김치 판매 행사를 열었다. 전남 무안군과 충남 서산군은 양파 소비 촉진을 위한 기획 행사도 개최된 바 있다.

결국 농산물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을 '상생상회'에서 지원한다. 해당 행사를 통해 서울시민들은 지역에서 보장하는 안전한 먹거리를 소비한다.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상생상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판매대. 이날 의성군 친환경 농업연구회의 자두가 진열됐다. 
상생상회에는 지자체별 특산품이 전시돼 있다. 아쉽게도 해당 지도에 옥천군은 없다. 가야할 길이 멀다.
화면 속에 보이는 것은 금요일에 진행되는 상생상회의 '금요미식회' 프로그램. 1층에서도 지하 1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상생상회가 시범 운영 중인 '상생다방'. 이날 상생다방에서 예산군 삽교읍에서 생산한 약도라지로 만든 차를 맛봤다. 이미선(56, 서울시 화곡동)씨가 동생 이봉선(49, 예산군 삽교읍)씨를 도와 일일 약도라지 판매상으로 나섰다. 약도라지는 3년근부터 5년근부터 다양하단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약도라지 차는 7월 두째 주를 제외하고 매주 금토일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 열려 있다. 이봉선 대표가 운영하는 '한도라지'에서 직접 구매도 가능하단다. 문의는 041-337-0775로 하면된다. 
상생상회에는 임산물 전용 코너도 마련돼 있다. 보다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자 지난 17일 한국임업진흥원과 MOU를 체결했다. 경남 하동의 건고사리, 건취나물 등이 진열돼 있다.
상생상회 매장 내 옥천 제품을 찾았다. 옥천 참옻들(청성면 삼남리 소재)이 만든 참옻티백과 금강 참옻물이다. 복날을 맞이해 옻이 오르지 않는 참옻티백도 인기란다. 더불어 건강을 생각한 옻물 역시 마니아층이 있단다.
음료, 건강식품, 잡화 등 지역에서 생산된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상생상회에서는 지역 제품을 홍보하는 다양한 기획전도 마련한다. 이날 '지역들의 뜨거운 한판'이라는 제목으로 누룽지가 판매대에 올랐다. 

판매 공간을 넘어 지역 문화 공유의 공간으로

상생상회는 단순히 지역 농산물 판매에 그치지 않고, 지역과 관련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 역할까지 한다. 지하 1층에는 지역과 관련한 다양한 전시 기획이 이뤄지고, 지역 농산물로 만든 요리 체험 교실도 열린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래로 상생상회 지하 1층에서는 3번의 전시가 이뤄졌다. 가장 첫번째로 지난해 12'가평 토종씨앗'에 관한 전시가 진행됐다. 가평에서 모인 6명의 토종씨앗서포터즈가 토종씨앗을 지키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인터뷰와 사진으로 남긴 전시회다. 사라져가는 지역의 전통차를 소개하는 전시도 마련됐다. 이와 함께 7월 중순부터는 '폐교의 재발견'이라는 이름으로 캠핑장으로 다시 태어난 폐교를 소개하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요리 교실. 이른바 '금요 미식회'는 매주 금요일 다양한 지역의 농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인다.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은 프로그램 중 하나다. 7월 셋째주에는 충남 공주의 앉은뱅이밀, 충남 부여의 무농약 토종 메주콩을 활용한 토종 콩국수가 등장했다. 단순히 요리사가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재료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노력으로 생산됐는지. 지역에서 생산된 원재료에 대한 뜻과 이야기를 전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

 

7월13일까지 '지역의 차 이야기'를 주제로 지역별 전통차에 관한 전시가 이뤄졌다.
7월18일부터는 '폐교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지역자원을 홍보하는 전시가 이뤄졌다. 해당 전시는 9월30일까지 쭉 이어진다.
지역의 다양한 관광자원을 소개하는 코너도 지하 1층 한편에 마련돼 있다.
이날 금요미식회 반짝식당 메뉴는 '토종 콩국수'였다. 토종 우리밀인 앉은뱅이 밀을 손을 반죽하고, 토종 매주콩을 맷돌로 갈아서 그런지 콩국수 한 그릇에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제공: 월간옥이네)
7월18일부터는 '폐교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지역자원을 홍보하는 전시가 이뤄졌다. 해당 전시는 9월30일까지 쭉 이어진다.

 

서울시 의지로 태어난 '상생상회'

지역에서 올라온 농산물 가공품의 가격 선정은 모두 생산농가가 직접한다. 상생상회에 오는 수수료 10%를 제외하고, 90%는 지역 생산자가 직접 가져간다. 지역 생산자가 제값을 가져가야 한다는 게 상생상회가 가진 신념이다. 조혜원 지역상생교류산업단 단장은 "공정한 가격으로 거래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지역 생산자가 직접 적정한 가격에 거래를 할 수 있게 끔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지역상생교류는 결국 지역 생산자를 살리는 동시에 서울시민에게 보다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먹거리 정책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하다. 서울시는 상생상회의 운영비와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상생상회는 총 19명의 직원이 매장, 기획, 운영 등 다양한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서울시는 연간 지역상생교류 사업에 2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조혜원 단장은"서울시가 지역상생교류 사업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는 만큼 지역과 서울 간의 상생이 진짜로 이뤄질 수 있었으면 한다""지역의 자원은 지역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서울에 잘 전달이 되서, 여행이나 귀촌 등 지역에서의 삶을 모색할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로컬푸드 활용하는 지역공간, 상생상회 뿐 아니라 지역 곳곳에 마련돼야’
가평 토종씨앗 기록자부터 상생상회 금요미식회 요리사까지
19일 상생상회서 로컬푸드를 지키는 청년 활동가 신서하·정지영씨를 만났다

신서하(33, 서울 강남구)씨와 정지영(27, 경기도 양주시)씨를 19일 상생상회에서 만났다. (사진제공: 월간옥이네)

신서하(33, 서울 강남구)씨와 정지영(27, 경기도 양주시)씨는 토종씨앗 기록의 시작이 ‘닭백숙 모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사라져가는 가평군의 토종씨앗을 기록하는 중요한 일은 그렇게 ‘식사’를 매개로 이뤄졌다. 가마솥에 팔팔 끓인 닭백숙을 앞에 두고 공유농업 플랫폼 ‘팜메이트’를 통해 만난 6명의 친구는 김현주 활동가의 제안을 받았다. 사라져가는 가평군의 토종씨앗을 지키고 있는 할머니들을 기록해보자고. 토종 씨앗에 대해 생소한 이들도, 들어봐서 알고 있는 이들도 그렇게 마음을 모았다. 

“아름다운 가평의 씨앗. 저희 프로젝트 이름이에요. 줄이면 아가씨죠. (웃음) 2018년 여름에 만난 친구들이 함께 토종씨앗을 기록하고, 그해 겨울 에세이와 사진을 가평에서 전시했어요. 가평의 토종씨앗을 지키고 있는 할머니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열게 된 전시였죠. 그 전시회에 조혜원 지역상생교류산업단 단장님이 오셨어요. 이 전시를 한번 더 상생상회에서 함께 해보자고요.” (신서하씨)

토종씨앗 기록 활동은 5년 전 이뤄진 전국씨앗도서관협의회 박영재 대표의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 그런데 조사를 하며 보니 5년 전보다 가평 내 토종씨앗이 50%나 감소했다. 손에 손을 통해 토종씨앗을 전달하던 할머니들이 고령화되면서 이를 이어 가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이다.

“처음에는 토종씨앗이 얼마나 줄었고 얼마나 남았는지에 집중하면서 조사를 했는데 하다보니 토종씨앗을 받아서 이어가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게 됐어요. 토종씨앗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를 받아 이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죠.” (정지영씨)

기록 활동이 끝나고 열린 전시회 자리는 할머니들께 ‘토종씨앗을 지켜줘서 고맙다’는 의미를 전하는 자리였다. 기록을 하며 찍은 사진과 영상을 틀고, 인터뷰 내용을 싣고. 가평에서 끝까지 토종씨앗을 지켜온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초대된 할머니들도 그냥 했던 일을 했을 뿐인데 오히려 누군가 감사하다고 전하니, 더 좋아하셨어요. 그리고 토종씨앗을 보존하는 것의 의미도 다시 한번 짚어 보게 됐고요. 실제 전시회 자리에서 씨앗 나눔도 이어졌죠.” (정지영씨)

가평 전시가 상생상회 전시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들에게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토종씨앗을 활용한 케이터링 사업도 열게 된 것. ‘한 번의 식사가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 수 있게 노력한다’라는 신념으로 문을 열었다. 

“아직 사업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지만, 토종씨앗을 조금 더 캐쥬얼하게 풀어보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농부님(소농)들의 판로를 함께 모색하고 구축하는 차원에서 최대한 토종씨앗과 우리밀, 유기농산물을 활용한 음식을 만들어서 제공하려고 해요.” (신서하씨)

상생상회에서 마련한 ‘금요미식회’ 프로그램 역시 그들이 추구하는 신념과 일치한다. 인터뷰 당시 신서하씨와 정지영씨는 요리하는 청년 활동가로 토종 콩국수를 만들었다.

“오늘 선보인 토종 콩국수는 공주의 앉은뱅이 밀과 부여 윤석찬 농민의 토종 메주콩을 이용해 만들었어요. 시작 전에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서리태와 백태, 밀 등을 판매하기도 해요. 오늘은 완판이 됐어요.” (정지영씨)

그들은 서울과 지역이 만나는 일, 소비자와 생산자가 만나는 일이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컬푸드 소비가 서울에서 이뤄지는 것은 물론, 지역 소비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상생상회’ 같은 공간이 지역마다 한 개 씩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로컬푸드 소비 촉진은 물론 로컬푸드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고, 이를 나눠 먹는 공유주방 형태의 공간도 더 마련돼야 해요. 안국역 상생상회 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 다양한 형태로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지역 소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서하·정지영씨)

정지영(27, 경기도 양주시)씨를 19일 상생상회에서 만났다. (사진제공: 월간옥이네)
신서하(33, 서울 강남구)씨를 19일 상생상회에서 만났다. (사진제공: 월간옥이네)
이날 금요미식회 반짝식당 메뉴는 '토종 콩국수'였다. 토종 우리밀인 앉은뱅이 밀을 손을 반죽하고, 토종 매주콩을 맷돌로 갈아서 그런지 콩국수 한 그릇에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직접 요리를 하고 있는 신서하씨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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