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면 우산리 지매마을
귀농귀촌민, 마을토박이 어르신들 한 데 모여 잔치

22일은 중복이었다. 지매마을에 어르신 한 분이 염소를 내놔 중복 잔치가 열렸다고 해서 찾았다.

동이면 우산2구의 다른 이름은 '지매마을'이다. 가지 지(枝)에 매화나무 매(梅)자를 써서 지매마을. 망덕산 꼭대기에서 바라보면 산으로 뺑 둘러쌓인 마을이 보인다. 마을 작은 소로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손도손 모인 여기 마을 사람들이 22일에는 한집에 모였다. 매화향기는 한 번 맡으면 은은하니 쉬이 잊을 수 없는 향기라는데, 가지나무 매화꽃 짙게 핀 것 같이 즐거운 만남이다.

웃음꽃이 한가득. '염소탕이 참 맛나다'
모두 함께 건배하는 즐거운 시간

 귀농귀촌민이 절반, 마을 토박이 어르신이 절반인 모임이다. 중복(中伏)을 맞이해 우산2구 대호목장을 운영하는 이재대(80)·박미자(76)씨가 염소 한마리를 내놨다. 정해석(65)·김상수(59)씨가 집 마당에 탁자를 놓고 홍정순(64)씨 등의 도움을 받아 수육·각종 밑반찬·과일을 준비했다. 하늘민박을 운영하는 전연순(67)씨는 작년 가을 주워온 도토리를 끓여 묵을 만들었고, 지성근(61)·정은순(57)씨도 직접 키운 수박을 한 통 들고 왔다. 산책하고 오며가며 나눈 반가운 인사가 오늘 풍성한 식탁을 꾸렸다. 귀중한 식구 한손 한손이 여기 다 모였다.

염소탕과 수육, 도토리묵, 상추절임, 물김치, 떡, 과일 등 잔칫상을 잠시 뒤로했다. 염소를 준비한 이재대(80)씨가 대표 인터뷰를 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주민들 모습

 대호목장을 운영하는 이재대씨는 사실 옥천신문이 처음 만나는 사람은 아니다. 귀농 10년차 부부로 2011년 꼭 이맘때쯤 만난 적이 있다(옥천신문 2011년 7월22일 자 1091호 '길 내니 너도 나도 지매' 참고). '10여년 세월을 걸쳐 원 주민들과 가까워졌고 이제는 새 주민과 원 주민 사이 중개자가 돼주고 싶다'던 그는 10여년이 지난 지금 마을 화합의 중심에 있다. 10년 가까이 마을 행사가 있을 때마다 염소를 내놓으며 주민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것.

"이제는 정말 오래전 이야기인데... 울산 현대중공업을 퇴직하고 이제 어디서 살까 고민하다가 서울과 해외 곳곳에 사는 자식, 친인척을 쉽게 만나려고 딱 중간에 있는 옥천에 왔어요. 요즘도 느끼는 거지만 특히 지매마을은 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은 곳이에요. 이번에 태풍이 왔는데도 별 피해도 없고. 아내와 종종 옥천복지관에 가서 놀다오는 것도 아주 재밌어요. 염소요? 주민들이 다 같이 모이면 좋죠. 염소는 제가 가진 게 있으니까 나누는 거고."

이재대씨가 쑥스럽게 웃는다. 옥천 지매마을에서 정겹게 보낸 20년 세월이 묻어나오는, 그런 웃음이다.  

지매마을에는 30여가구가 산다. 이날 모임을 찾은 지매마을 사람들. 다같이 모여 사진 한장을 찍었다.
정해석(65)·김상수(59)씨가 키우는 강아지
식사 잔치가 열리는 중. 멀리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지매마을에 들어가기 전 보이는 풍경. 낚시하는 이들이 종종 보인다.

 

지매마을 뉴스1.  대호목장 사실 분 찾습니다

이재대씨는 이제 나이가 여든이니 슬슬 일을 접고 싶다는 생각이다. 동이면 우산리 지매마을 3천여평 목장을 판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목장을 둘러싸고 있는 산과 골짜기까지 모두 포함하면 1만3천평쯤 될까나. 이재대·박미자씨가 20년 가까이 가꿔온 목장에 관심 있으신 분은 언제든지 연락 부탁드린다. 문의: 010-3537-6841(박미자)

지매마을 뉴스2. '나 할말잇수다'

지매마을에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아 주민들 불편이 수십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군은 '경제성'을 이유로 문제 해결을 차일피일 뒤로 미루고 있다.

최근 우산리에는 상수도 보급이 결정됐는데 우산2구에 속하는 지매마을은 보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주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매마을 지청록씨는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으니 이주해온 주민들이 처음에는 물을 사먹다 결국 불편해 도로 나가려고 한다"며 "군은 인구늘리기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는데, 상수도부터 제대로 연결해주는 게 우선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상하수도사업소 상수도팀 김태일 팀장은 현재 상수도 보급 공사는 마을하수처리시설 공사가 계획된 곳에서만 진행 중이며, 예산 문제로 인해 지매마을에 상수도 보급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태일 팀장은 "우산리는 1구와 2구 모두 마을 하수처리시설 공사에 들어가면서 땅을 굴착 중인데 예산이 이중으로 들지 않게끔 상수도 관을 병행해서 시공하고 있다"며 "지매마을은 하수처리시설 공사가 계획돼 있지 않아 상수도 관을 따로 설치해야 하는데 예산 문제로 인해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또 "2025년까지 상수도 보급율을 현재 86%에서 95%까지 높일 계획이니 고립된 마을까지 상수도 연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다만 주민분들이 물을 음용하는 데 걱정이 많다고 요청해주신다면 물탱크에 별도로 정수 장치를 설치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우산리에 들어오는 마을 하수처리시설이 지매마을에만 들어오지 않는 것은 역시 '경제성' 때문이다. 상하수도사업소 하수도팀 김성진 팀장은 "우산마을 하수처리랑 확충사업은 '옥천군 하수도 기본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며 "환경부 내부 지침에 따라 경제성 등 검토사항을 따졌을 때 지매마을은 '옥천군 하수도 기본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은 경제성이 없다며 지매마을에 상하수도 시설을 만들지 않고, 마을은 점점 상대적으로 낙후돼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지매마을 뉴스3 '나의 지매마을'

지매마을 지성근(61)씨가 올해 지매마을에서 망덕산과 매봉재를 바라보면서, 또 집 장독대를 두고 찍은 사진들입니다. 우리고장 주민들과 사진을 나누고 싶다고 해서 함께 전합니다. 

망덕산에 낀 운해
망덕산에 낀 운해
집에서 매봉재를 바라보며
지난 겨울 집 마당 장독대에 쌓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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