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시럽, 파우더는 '노', 본연의 맛 충실 착즙, 과육으로 만든 에이드 일품
예멘 모카 마타리를 비롯한 핸드드립 커피 기막혀, 보이는 풍광에 절로 '힐링'
도회지 느낌 나는 주인장, 알고 보니 옥천 토박이, 고향에서 마을 카페를 열다

군서면 은행리의 마타리 카페
군서면 은행리의 마타리 카페

 마타리, 가을의 대표적인 들풀 중 하나. ‘패장'이라는 생약명으로 알려져 있는 약초다. 어린 순은 ‘가암취’라고 하며 식용한다. 달여 복용하거나 짓찧어서 붙이는데 진정과 최면작용 성분이 있고 해독 효능이 있다고 한다. 7~8월에 노란꽃이 핀다. 마타하리, 우리가 이름은 들어본 인도네시아 출신 이중간첩은 아니다. 사실 마타리도 마타하리도 원 뜻은 아니었다. 마타리는 꽃이 예뻐 중의적 표현으로도 이야길 하지만, 원래 커피의 한 종류인 ‘예멘 모카 마타리’에서 따온 말이었다. 긴 이름을 그대로 카페 이름으로 할 수가 없어 ‘마타리’만 떼서 붙였더니 받침이 없는 단어가 입에 착착 감긴다. 그래서 ‘마타리’라 했단다. 예멘모카 마타리는 우리나라에서 블루마운틴, 하와이안 코나와 함께 3대 커피로 등극한 이름난 커피다. 일본에는 마타리 대신 킬리만자로가 소개된다는데 그만큼 모카커피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다보니 3대 커피로 등극한 것. 부부는 예멘 모카 마타리 커피에 푹 빠졌다. 그래서 카페 이름도 그렇게 한 것. 다크초콜릿향이 풍부한 고급커피로 이름난 마타리 커피를 마타리에 가면 맛볼 수 있다. 

군서면 은행리에 한 카페가 생겼다

군서면 은행리, 면 소재지도 아닌 궁벽한 시골농촌 한 마을에 어울리는 듯 또 다른 풍경으로 톡 하니 불거진 카페가 하나 있다.. 500여 평의 보기만해도 시원한 잔디밭에 야트막한 낮은 집이 물끄러미 보고 있자면 시간이 멈춘 듯하고 평화가 찾아온다. ‘마타리’라는 작은 간판을 눈여겨 보지 않으면 그냥 잘 지은 ‘전원주택’이겠거니 생각하기 십상이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모를, 그렇다고 길가에 있는 것도 아닌 마을 초입 옆에 자리한 마타리는 이색적인 카페다. 딱 보면 도회지에서 감각있는 ‘도시사람들'이 차린 카페이겠거니 하는 선입견과 또 주인장들을 만나면 그런 선입견이 강화되긴 하는데 ‘반전의 묘미’가 있다. 일찍 퇴직하고 군서면 은행리에 자리잡은 중년의 부부는 옥천 토박이라는 점이다. 특히 한상일씨는 군서면 은행리가 고향이다. 카페 내부를 잘 살펴보면 교사로 퇴직했던 부모님의 오래된 결혼 사진이 걸려있다. 입구에 걸린 사진 옆에는 작은 글씨로 ‘이분들이 본래 마타리 집주인이었답니다’란 글귀가 써 있다. 숨은그림찾듯 한번 찾아보시라. 공간은 마치 동화속 풍경 같다. 안으로 들어가면 노년에 접어들 나이인 중년의 부부가 행복하게 손님을 맞이한다. 남편은 현대건설을 다니다 조기퇴직했는데 유럽 바리스타 자격증을 딸 정도로 커피에 일가견이 있다. 틈틈이 노후를 위해 배워놓은 것들을 지금 써 먹고 있는 중이다. 아내 한상일씨 역시 바리스타 자격증을 갖고 있으며 제철 과일로 청을 만들어 다양한 에이드를 만드는 ‘장인’이다. 인공 시럽은 절대 넣지 않는다. 천연 재료로, 되도록 로컬과 제철 재료로 음료를 만드는 것을 철칙으로 세웠다. 다른 카페에서 볼 수 없는 자두 과육과 과즙이 그대로인 자두 에이드를 만난 것도 주인의 철학이 담긴 메뉴였다. 풍미와 식감을 살리기 위해 과즙과 과일을 그대로 풍성하게 담는다. 자두 몇개를 통으로 부드럽게 먹은 것 마냥 좋다. 

마타리 카페의 마스코트 웰시코기 봉자와 사모예드 가을이, 시바견 덕신이는 아직 안 왔다. 봉자와 가을이 모두 유럽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의 몇 안 되는 우수 종자의 자손으로 명견이라고 주인장은 말한다.
마타리 카페의 마스코트 웰시코기 봉자와 사모예드 가을이, 시바견 덕신이는 아직 안 왔다. 봉자와 가을이 모두 유럽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의 몇 안 되는 우수 종자의 자손으로 명견이라고 주인장은 말한다.
마타리 카페의 마스코트 웰시코기 봉자와 사모예드 가을이, 시바견 덕신이는 아직 안 왔다. 봉자와 가을이 모두 유럽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의 몇 안 되는 우수 종자의 자손으로 명견이라고 주인장은 말한다.
마타리 카페의 마스코트 웰시코기 봉자와 사모예드 가을이, 시바견 덕신이는 아직 안 왔다. 봉자와 가을이 모두 유럽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의 몇 안 되는 우수 종자의 자손으로 명견이라고 주인장은 말한다.

8년 전부터 천천히 계획해 실행

사실 부모님 집을 8년 전 인계받아 오래된 집을 철거하고 새로 카페와 집을 짓겠다는 계획은 벌써 오래 전에 세워 놓았다. 차근차근 바닥부터 준비하면서 설계를 했다. 돈을 많이 벌 욕심이었다면 위치도 적합치 않았을 것이다. 부러 찾아오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곳, 특별한 관광지 옆도 아닌 평범한 마을에 ‘고급스런' 카페라는 것이 도무지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버리고' 시작했다. 욕심도 욕망도 절반으로 줄이고 평안하게 살자는 마음으로 열었다. 지난 4월27일 개업한 카페는 홍보도 잘 하지 않았다. 맨 처음에는 특색을 주려고 애견동반 가능  카페로 컨셉을 잡았다가 애지중지하는 명견 봉자(웰시코기)와 가을이(사모예드)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보고 이내 포기해버렸다. 그래서 남은 명함에 ‘애견동반’이란 말을 지우고 있다. 홍보도 손 놓고 있다가 아들의 등쌀(?)에 생전 안 하던 ‘인스타그램’에 입문했다. 하나 둘 혼나가면서 배우는 중인데 신기한 게 이걸 보고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온다는 거다. 그리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입소문만큼 확실한게 또 어디있을까? 이미 경험해 본 사람들은 말을 전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 마을 깊숙하게 들어와 또 새로움을 만나는 공간, 커피 맛의 풍미와 제철과일 에이드를 맛 볼 수 있는 카페라는 것이 순식간에 퍼졌다. 

욕심 버리고 적당한 노동과 적당한 손님

적당한 손님과 적당한 노동, 적당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원한다. 쉬러 왔기 떄문에 많이 몰려와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면 당초에 계획했던 평화로운 노년생활이 흐트러질까 염려도 된다. 그 경계선 상에 있다. 말투와 몸짓, 세련된 분위기가 영락없는 도시 사람같지만, 세종과 공주 등 조그만 소도시에서만 살아왔다. 군서면 은행리서 태어났고 시골 정서를 좋아한다. "우리 부부가 시골 정서를 참 좋아해요. 정 많고 인심 좋은. 원래 시골 출신이기도 하니까요. 저를 어렸을 떄부터 아는 할머니들도 커피 마시러 가끔 들려요. 세월이 이만큼 흘렀는데 기억해주시는 게 고맙기도 하고, 내 어린시절 뛰놀던 곳에 카페를 차려 정서적인 안정감이 들기도 해요." 20일 인스타그램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점심무렵 동네 할매들이 비가 구실구실 오는데 마타리 차 마시러 오셔서 너무 감사해서 한잔을 서비스로 드렸드만 대문에 이걸 놓구 가셨네요.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정감이 넘친다. 

특별히 벤치마킹하러 여러 카페를 다녀본적도 없고 본인 스타일 대로 자연스러운 그런 카페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심리학 공부도 했는데 커피를 매개로 사람들과 잠깐잠깐 이야기 나누는 것도 흥미로웠다. 

인공시럽이나 파우더도 쓰지 않고 시중에서 파는 가공품을 쓰지 않으려고 팥빙수도 포기했다. 앙버터빵에 들어가는 팥은 직접 쑨다. 녹차라떼에는 말차가루를 쓴다. 말차가루는 차광재배로 색을 더 푸르게 하고 탄닌성분을 억제하여 떫은 맛이 덜하다. 핸드드립커피는 예멘모카 마타리 외에도 게이샤, 블루마운틴, 루왁 등 여러 종류가 많다. 그냥 바나나주스가 아니라 호두와 검은깨가 듬뿍 들어간 영양만점 바나나호두주스도 추천각이다. 

낮 12시부터 저녁 9시까지 하던 영업시간은 한 시간 줄여 8시까지 한다. 시골에 사는 즐거움과 여유로움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에어컨도 왠만하면 잘 틀지 않는다. 바로 옆에서 부는 산바람이 에어컨보다 시원하다. 

“겨울과 봄, 여름은 이제 겪었는데 아직 가을을 못 났거든요. 가을은 제일 예쁠 것 같아요. 정말 기대가 되죠.”

 가만히 카페에 들어와 고즈넉하게 앉아있으면 창을 통해 본 풍경을 보는 것 만으로 마음이 진정이 되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빼곡하게 사람이 들어차는 것도, 줄지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 적당한 사람이 와서 적당한 풍경을 향유하고 가는 것. 주인도 손님도 여유롭게 쉴 수 있는 그런 환경, 그 접점을 어떻게 유지할 지, 그 경계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 앞으로가 궁금한 카페였다. 점심 먹고 드라이브할 겸 군서면 은행리의 마타리로 가보자. 또 다른 맛과 풍경과 마주할 것이다. 

ㅇ매주 월요일 휴무
ㅇ영업시간 낮 12시~8시
ㅇ주소 : 군서면 은행리 447-4번지
ㅇ문의 : 010-370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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