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취업 앞둔 충북산과고 3학년들의 외침, '문화시설 대중교통 문제' 해결 필요
정수인 학생회장, 이영훈 부회장, 지기은 의료전자과 반장, 정다희 부반장, 오한결 학생 간담회
충북산과고, 최근에 학교 분위기 일신, 학생회와 학교측의 노력으로 많이 바뀌어

왼쪽부터 오한결 학생, 지기은 의료전자과 반장, 정다희 부반장, 정수인 학생회장, 이영훈 부회장
왼쪽부터 오한결 학생, 지기은 의료전자과 반장, 정다희 부반장, 정수인 학생회장, 이영훈 부회장

[할말있수다] 할 말이 많았다. 할 말이 줄줄줄 쏟아졌다. 웅크렸던 말은 물꼬를 트자 마자, 바로 흘러나왔다. 

 '지역 내 현장실습 할 기업이 없다’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나 전반적인 지역과 학교에 대한 바람과 개선점들이 줄기를 타고 가지를 쳤다. 

 막 바로 취업과 진학을 앞 둔 충북산과고 3학년 정수인 학생회장과 이영훈 부회장, 지기은 의료전자과 반장과 정다희 부반장, 오한결 학생이 17일 옥천신문사 2층 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여했다. 

일찍 끊기는 버스문제, 심각하다

 먼저 '일찍 끊기는 시내버스’가 학생들의 여가 문화생활에 큰 타격을 줬다. 읍 외곽과 면 지역에 사는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은 ‘대중교통’이었다. 한창 친구들과 떠들고 이야기 나눌 나이에 버스 시간 때문에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굴레’이고 ‘족쇄’였다. 

 “동이면 세산리에 사는 데 저녁 7시가 버스 막차에요. 더 놀지도 못하고 친구들과 이야기할 시간도 없이 일찍 가야 되거든요. 직행버스가 있긴 한데 바로 이원으로 가는 거라 중간에 내려주지 않아요. 원래는 7시20분이었는데 그 마저도 20분 당겨져서 너무 힘들어요. 친구들과 조별 활동을 하더라도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버스 시간을 놓치면 부모님이 데리러 와야 되니까 그것도 부담이구요.”(기은)

 “원래 마항리 가는 버스가 다섯대였는데요. 두대로 줄어버렸어요. 그래서 저도 일찍 가야 되거든요. 양수리까지는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인데 마항리는 밤늦게 걸어가면 다소 무섭거든요. 저도 버스가 일찍 끊기는 옥천 대중교통이 제일 불만이에요. 적어도 밤 10시까지는 차가 다녔으면 좋겠는데 옥천은 그렇지 않잖아요. 대전은 지하철이나 버스가 늦게까지 다니는데 그게 제일 부럽죠”(다희)

 마항리보다 가깝지만 양수리 수정아파트에 사는 정수인 학생도 대중교통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늘빛아파트에 사는 영훈 학생은 각종 편의시설이 지근거리에 있고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라 큰 불만이 없었고 얼마전 대전 판암동으로 이사한 한결 학생도 대전발 607번이 늦게까지 있기 때문에 대중 교통에 대한 불만은 크게 못 느꼈지만, 읍시내에서 멀 수록 불만은 커져갔다. 

 학생들한테는 버스요금이 ‘무상버스’도 좋지만, ‘야간버스’가 시급해보였다. 

 옥천읍내와 인접 동이, 군서, 군북면까지를 순환하는 정기적 시간단위 ‘순환버스’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아이들에게 택시비는 큰 부담이었다. 순환버스는 택시업계와 이해 상충이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어보인다. 하지만, 동이면 세산까지 8천원에 달한다는 택시비는 학생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택시비를 지원하든지, 아니면 순환버스를 본격적으로 논의를 해볼 지 여부에 대해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옥천의 문화 시설 아직 열악하다

 “향수시네마 생겨서 좋긴 한데 살펴보니 주로 아이들 영화 위주로 틀어주는 것 같다. 관이 아무래도 2개 밖에 없으니 영화 선택하는데 한계로 작동한다”(영훈)

 “CGV등에서 단독개봉하는 것도 있고 영화를 보고 쇼핑도 할 겸 여러 놀이시설이 잘 갖춰진 대전으로 가는 경우가 아무래도 많다.”(다희)

 “옥천에 피자집과 삼겹살집은 너무 많은데 프랜차이즈도 다양하지 않은 점도 대전에 가는 이유다.개인적으로 저는 버거킹을 좋아하는데 옥천에는 없다.“(영훈)

 " 치킨집은 너무 문을 늦게 연다. 버스 시간 때문에 치킨을 맘놓고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한다.”(기은)

 “옥천에는 PC방과 노래방 외에는 갈 곳이 마땅찮다. 피씨방은 다원, 유니넷, 도토리 등 많이 가능데 좀 더 다양한 놀거리와 쉴 곳이 필요하다. 문화공간이 많았으면 좋겠다”(기은)

 “돈이 없을 때는 그나마 가성비가 높은 메가커피, 봄봄, 카페 허브 등에 가서 음료 시켜놓고 몇 시간 동안 이야기 나누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다. 옛날에는 대청비치랜드에 놀이시설이 있어서 그것도 재미나게 즐긴 기억이 있는데 이젠 그것도 철거된 지 오래다.(수인, 다희)

 “만화 카페 같이 편안히 쉬면서 이야기 나누고 간식도 먹을 수 있는 그런 곳이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다희)

 문화공간에 대한 갈증과 갈망이 이미 짙게 베어 있었다. 연극을 볼 수 있는 소극장, 다양한 미술작품을 둘러볼 수 있는 미술관, 박물관 등도 걸어다닐 수 있는 곳에 있다면 자주 가볼 거라고 말했다. 버스킹하고 모일 수 있는 광장도 필요해 보였다. 청소년 수련관은 시내권과 별도로 떨어져 있어 접근성 때문에 자주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뭔가 청소년들의 결핍된 욕구를 채워 줄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 청소년, 청년 정책을 말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상고에 대한 명칭과 이미지 바꿔달라’

“이름이 바뀐 지가 언제인데 어른들은 아직도 ‘상고’ ‘상고’라 부른다. 상고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무슨 일만 생기면 ‘상고 애들’ 이 소리가 정말 듣기 싫었다. 이름도 충북산과고로 많이 바뀌었고 학교 이미지도 조금씩 많이 바뀌고 있는데 아직 변화하는 것들을 어른들은 잘 모르고 도매금으로 ‘상고’라 부르는 것에 우리들은 강한 거부감이 있다”(기은, 수인, 다희, 한결, 영훈)

 “정말 요 3년 동안 충북산과고는 많이 바뀌었다. 학교도 민주적으로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조금씩 바뀌는 것을 몸소 체감한다. 학교 분위기가 정말 괜찮아졌다.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의욕을 갖고 학교를 많이 성장시키고 변화시켰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회도 일정정도 몫을 했다”(수인)

 “학칙 개정은 아쉬운 점이 있다. 파마와 염색이 허용이 안 된 것. 휴대폰 소지를 자유롭게 못 한 것은 아쉬움이 있다. 개인의 개성과 취향이고 이를 학교에서도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학교 안에서 반대하는 선생님들이 많았고 이야기를 듣다보면 설득되는 부분도 있어 그렇게 합의를 했다. 그래도 장신구 허용과 일부 화장 허용 등은 진일보한 개정이라고 생각한다. 과정 자체가 민주적이었고 송영란, 김대환 선생님 등 학생부 담당 선생님들이 학교와 학생 사이에서 충분한 다리 역할을 많이 해줘 고마웠다”(수인)

 “학생회에서 내건 공약들은 상당부분 지켰고 노력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만들기, 점심시간에 휴대폰 하기, 게임기 하나 더 설치하기, 생각의 방 매트, 비누와 방향제 설치, 서서 공부할 수 있는 졸음방지 책상 설치 등은 추진하고 있는 공약이다. 점심시간에 휴대폰 소지 가능은 주요한 공약이었는데 한명이 사용하다 분실하는 사고가 있어서 잠정 보류상태다.”(수인)

 학생들은 지역 어른들이 ‘상고’ 하면서 말하는 분위기나 내용에 대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학교와 학생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편견은 학생들의 마음에 상처를 안겨 줘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저는 졸업하면 옥천에 못 살 것 같아요’

 학생들은 졸업 후 옥천에 사는 것에 대해 대부분 도시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까 말한 대중교통과 문화시설의 부족 등은 우리가 도시로 가는 가장 큰 요인이에요. 또 작은 지역이라 소문도 무지하게 빠르거든요. 그것도 적잖이 부담이 되요. 누구 집 아들, 딸 이렇게 이야기 듣는게 싫기도 하구요. 어딜 가나 아는 사람들이어서 숨막힐 때도 있어요.”(기은, 수인, 다희)

 “저는 동이면 세산으로 이사 온지 3년 됐는데요. 도시에 살 때는 정말 불편함이 없이 살았는데 여기 오니 불편한 것 투성이에요. 도시에 살 때는 집밖에만 나가면 걸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았는데 여기서는 제한적이에요. 그래서 나가고 싶기도 해요.”(기은)

 “옥천은 남학생이 아르바이트 하기 참 힘든 곳이에요. 다 여학생들만 구하고 남학생들은 아르바이트 할 게 별로 없어요. 얼마전까지는 택배를 많이 했는데 고등학생은 야간 택배가 안 된다고 해서 그것도 못하구요. 여러모로 용돈벌기 힘들어졌어요.”(영훈)

 대전으로 이사를 간 한결 학생은 옥천으로 오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대전으로 이사를 가니까 친구들을 못 만나서 옥천으로 오고 싶어요. 친구들이 있는 옥천이 좋아요”

 한결 학생은 친구들이 있는 옥천으로 오고 싶다고 하는데 그 친구들은 대부분 벌써 옥천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돌아가서 지역내 기업들의 현장실습이 활성화되고 질좋은 취업, 일자리가 마련된다면 옥천에 머물러야 할 이유는 생기는 거다. 그리고 학생들이 요구하고 바라는 문화인프라와 대중교통이 완비된다면 굳이 떠날 이유도 없어지는 것이다. 상고에 대한 편견은 우리 모두 깊숙이 성찰해야 할 부분이다. 

 이제 막 졸업과 취업을 앞둔 학생들이 건넨 말의 무게들은 결코 작지 않았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우리 지역의 청소년 문제, 청년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지 각자 실마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