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근로하는 김영준씨의 주차장 사랑, 새벽부터 화장실 청소 시작
자부심 갖고 주차장 관리, 지난해는 삼척시에서도 견학을 오기도

공영주차장 청소에 애정을 갖고 있는 김영준씨
공영주차장 청소에 애정을 갖고 있는 김영준씨

 그냥 지나치기 쉽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신경하고 무감각하다.
 하지만, 우리의 평온한 일상은 숱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노력에서 평온을 유지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공영주차장도 사실 그러한 존재이다. 마땅히 있어야 하고 당연히 관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시스템이 아무리 갖춰진다 하더라도 그 곳에서 일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관리상태는 ‘천양지차’다.
 근무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애정의 정도에 따라 관리의 ‘질’은 확연히 달라진다.
 옥천군내 가장 큰 공영주차장 중 하나인 가화굴다리 앞 공영주차장은 141면으로 농협 공영주차장(139면), 공설시장(101면)보다 주차면수가 크다. 주차면수가 크다는 것은 오가는 사람들이 많고 관리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다. 혹자는 주차장 무슨 ‘큰’ 관리가 필요하겠냐 말할 지도 모르지만, 버리는 쓰레기, 장기 주차, 화장실 관리 등은 하루라도 관리하지 않으면 금방 표가 나고 정말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만큼 더러워진다.
 

 화장실은 있지만 가기 싫어할 정도로 청소가 안 되었고 공영주차장 관리도 말끔하지 못했지만, 김영준(68, 옥천읍 가화리)씨가 오는 1월1일부터 공공근로를 시작하면서 말끔해졌다. 골칫덩어리 화장실 청소를 깨끗하게 해치웠기 때문이다.
 오물과 냄새를 싹 지워버렸고 근무 시간 외인 새벽 4:40분 즈음에 아침 산책을 하면서 들러 매일 깨끗하게 청소하기 때문에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사람을 늘 쾌적한 화장실과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찮은 일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자부심을 가졌다.
 

 조마루 감자탕 옆 대성인쇄소 운영만 34년, 평생 인쇄밥을 먹고 살다가 여의치 않아 사업을 접고 시작한 것이 공공근로였다. 시간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교통행정팀 김상환 팀장은 화장실 문제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하자, 그가 직접 나서서 수리하고 보수하며 청소까지 말끔하게 해냈다. 장기주차도 많이 줄었다. 공영주차장의 숨통이 트인 것이다. 그의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삼척시에서는 공영주차장 벤치마킹까지 다녀갔다. 가화굴다리 앞 공영주차장은 두명이 365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교대근무를 하며 지킨다. 김영준씨는 선임으로 솔선하고 책임을 다한다. 

매일 새벽 4:40분에 산책을 시작하는데 가화현대아파트부터 공영주차장까지 한바퀴를 돌고 들른 김에 새벽 청소를 말끔하게 한다. 2시간 30분 운동 코스 중의 필수로 들르는 곳이다. 그렇게 일터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이렇게 활동적인 것은 오랫동안 조기축구로 단련된 몸 때문이기도 하다. 강수클럽의 이름난 축구선수였고 축구 꽤나 하는 사람들은 수비 잘 하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충북도민체전에도 숱하게 나갔다. 운동은 인이 베겨 지금도 하루에 팔굽혀펴기 75개, 윗몸일으키기 70번을 꼭 지킨다.   

 “공영주차장이 깨끗하고 쾌적해졌다는 소리만 들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의 작은 자부심이죠. 화장실이나 주차장 한번 더러워지면 접근하기 싫을 정도로 악화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저의 약간의 수고로움으로 모두가 쓰는 공영주차장이 깨끗해진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참 좋습니다. 일하는 동안 정말 열심히 하려구요.”

 일을 하찮다고 여기는 사람은 결국 그 사람의 마음가짐이 그래진다. 김영준씨는 달랐다. 우리가 쉽게 지나치고 존재감이 확 드러나진 않지만, 숨은 곳에서 안 보이는 시간대에 그는 맡은바 책무를 기대이상으로 하고 있었다. 가화굴다리 공영주차장을 사용한다면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것도 괜찮은 ‘예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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