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옥천한자 방과후강사, 옥천읍 문정리)

집에서 쓰는 전구가 나갔다. 가게에 가서 220볼트 100와트 전구를 찾아 장바구니에 넣는다.

문득 어렸을 적 생각이 난다. 동네 가게에 가서,

“전구 주세요”
“몇 촉요?”
“220볼트 100와트요.” 학교 교육을 받은 우리들은‘ 촉’이란 말대신 볼트니 와트니 이런 말을 쓴다. 가게 주인이 전구를 찾아 건네 준다. 

그런데 옛날에는 왜 촉이라고 했을까? 

아주 오래 전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는 호롱불을 켜고 살았다. 그러던 사람들이 양초가 보급되면서 촛불을 켜보니까 한두 개만 켜도 온 방이 환했다. 그러다가 전기가 들어오면서부터 전구를 사용했는데 어찌나 밝았는지 태양을 모셔다놓은 것 같았다고 한다. 지금이야 30와트를 켜면 침침하다고 할 테지만, 그때만 해도 촛불 서른 개를 켜놓은 것처럼 밝다고 해서 30촉이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촛불 촉(燭)자를 써서 60촉, 100촉 이런 구분을 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참 멋스럽다. 

중장비 따위의 힘의 세기를 나타내는 말에 마력(馬力)이 있는데 촉(燭)에 비해 조금은 싱겁다. 말 한 마리의 힘이 1마력, 두 마리의 힘이 2마력인데, 영어 horsepower를 그대로 번역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촉이란 말은 아주 사라진 것 같다. 지금은 킬로그램이니 미터니 리터라는 영어로 된 단위를 쓴다. 어쩌겠는가. 언어도 생성 소멸하는 것이 순리인 것을. 

집으로 향하면서 가수 김연실의 노래를 작게 불러본다. 

‘오늘도 목로주점 흙바람 벽에 30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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