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춘희·육혜진 모녀 “같은 장소·같은 맛으로 보답하겠다”
따끈따끈 찐빵·쫄깃쫄깃 도넛에 담긴 이야기를 담았다

 

최춘희·육혜진 모녀가 옥천찐빵의 대표 메뉴인 따끈따끈한 찐빵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어색할 수도 있는데 너무나도 잘 해줬다. 여름에 찐빵이라. 계절감을 잊었다고 보는 이들에게 우선 먹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최춘희·육혜진 모녀가 옥천찐빵의 대표 메뉴인 따끈따끈한 찐빵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어색할 수도 있는데 너무나도 잘 해줬다. 여름에 찐빵이라. 계절감을 잊은 것 아니냐고 말하는 이들에게 우선 먹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팥 앙금이 너무 달지 않아 몇 개고 물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특히 팥을 감싸고 있는 빵 맛이 최고다. 숙성 과정을 한 번 거치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비결이 있는건지. 특급 비밀이기에 끝내 알아내지 못했지만, 입도 즐겁고 듣는 귀도 즐거운 취재였다.

찐빵과는 거리가 멀었던 최춘희(57)씨다. 하지만 13년 전 찐빵 장사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던 이유는 단 하나, 아이들 때문이었다. 1남 2녀를 슬하에 둔 최춘희씨는 돈을 벌어야만 했다. 26살, 25살, 22살. 한창 대학에서 공부할 나이였다. 빚을 내서라도 아이들이 학업을 마치길 바랐다. 엄마의 마음이 그랬다. 그래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빵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30대에는 옥천에서 야쿠르트 배달을 10년 넘게 했다. 이후 사회복지시설 부활원에서 5년간 조리사로 일했다. 빵과 연관된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가게를 인수하고 1년은 정말 힘들었다. 찐빵 반죽 배합부터, 숙성 방법, 찌는 시간까지 일일이 신경 써야 했다. 여기에 꽈배기와 빵 도넛, 찹쌀 도넛까지 있었다. 주된 재료는 밀가루인데 빵별로 미묘한 차이가 있어 이를 알고, 조절하는 것이 필요했다. 

■ ‘우리’이기에 가능했던 13년 찐빵 역사

최춘희씨가 이를 견뎌내고 13년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맛을 고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딸 육혜진(37)씨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전 아모레퍼시픽에서 경리로 일하고 있던 딸에게 최춘희씨는 ‘엄마와 함께 일하자’라며 불러들였다. 당시 혜진씨의 나이는 25살이었다.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이였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너 없이는 장사를 시작하지 못한다’는 엄마의 말에 기꺼이 함께 장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모녀는 처음 1년을 고군분투하며 보냈고 5년, 10년이 흘렀다. 그렇게 13년을 함께 하고 있다. 

“찐빵집을 처음 인수했을 때 첫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어요. 배부른 상태에서 일해야 해서 정말 힘들었어요. 저희 옥천찐빵은 직접 쑨 팥을 찐빵에 넣는데, 팥 앙금을 만들 때마다 입덧을 해서 가게 안팎으로 왔다 갔다 하느라 정말 고생했죠. 그래도 한 가지 좋은 게 있다면, 아이의 나이와 찐빵집 역사가 같이 간다는 것이에요. 가게를 몇 년째 운영하고 있는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죠. 제 아이 나이와 똑같으니까요.” (육혜진씨)

옥천찐빵이 13년 동안 그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최춘희씨와 육혜진씨가 고집하는 ‘전통’이라는 철학 때문이다. 음식의 유행은 계속 바뀐다. 우후죽순으로 음식점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휘몰아치는 시간 속에서 그들이 선택한 것은 ‘처음 맛 그대로’라는 단순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찐빵집을 하면서 제일 보람 있는 일은 몇십 년 동안 변하지 않고 저희 집을 찾아 주는 손님들을 만날 때죠. 항상 하시는 말씀이 ‘이 집 찐빵과 꽈배기는 한결같다’는 말이에요. 저희가 지키고자 하는 음식 철학을 손님들이 먼저 알아봐 주시니 정말 고마울 뿐이죠.” (최춘희씨)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생긴 인연도 많다. 구읍 가스 이용원(50)씨는 13년 전부터 한 달에 세 번 50kg 가스를 배달하고 있다. 그 역시도 옥천찐빵의 찐빵과 꽈배기 맛을 ‘푸근하고 정겨운 맛’이라고 표현한다.

옥천찐빵의 주메뉴는 찐빵 말고도 꽈배기, 빵 도넛, 찹쌀 도넛 3가지나 된다. 이들 3종류는 인기가 많아 늦게 가면 품절된다. 9일 기자가 오후 5시 즈음 방문했는데, 포장된 도넛이 단 두 개 밖에 남지 않았다. 최춘희씨의 말에 따르면 그날 그날 완판되는 시간이 달라서 손님들에게 언제 오라고 단정지어 딱 말 할 수는 없단다. 그러니, 옥천찐빵 앞으로 자주 지나가면서 확인할 수밖에 없다.
옥천찐빵의 주메뉴는 찐빵 말고도 꽈배기, 빵 도넛, 찹쌀 도넛 3가지나 된다. 이들 3종류는 인기가 많아 늦게 가면 품절된다. 9일 기자가 오후 5시 즈음 방문했는데, 포장된 도넛이 단 두 개 밖에 남지 않았다. 최춘희씨의 말에 따르면 그날 그날 완판되는 시간이 달라서 손님들에게 언제 오라고 단정지어 딱 말 할 수는 없단다. 그러니, 옥천찐빵 앞으로 자주 지나가면서 확인할 수밖에 없다.

 

■ 전통 그대로 맛이 일품인 찐빵‧꽈배기‧찹쌀도너츠

최춘희씨와 육혜진씨가 옛날 방식 그대로 찐빵과 꽈배기 맛을 내는 것은 오랜 시간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8시 장야리에 사는 두 모녀는 10여분 거리에 있는 가게에 출근한다. 월요일 빼고는 매일같이 문을 연다. 오자마자 간판을 내놓고, 찐빵과 함께 팔고 있는 식혜 기계를 돌린다. 닫혀있던 커튼도 열고, 찐빵을 찌기 위한 솥단지도 내놓는다. 꽈배기를 튀기기 위해 불을 키고, 기름 온도를 맞춘다. 가게를 열고 정돈하고, 준비하는 시간만 해도 꽤 오래 걸린다. 

두 번째 할 일은 단연 찐빵 반죽을 만드는 일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찐빵 반죽이나 꽈배기 반죽이나 크게 다를까 싶겠지만, 옥천찐빵은 찐빵 반죽과 꽈배기‧빵도넛 반죽, 찹쌀 도넛 반죽을 따로따로 만든다. 찐빵 반죽은 한 번의 숙성 과정을 거치는데, 꽈배기와 도넛 반죽은 따뜻한 방안에서 한 번 솥에서 한 번. 두 번의 숙성을 거친다. 각 빵 반죽의 배합률은 일급 비밀이라 알려 줄 수 없단다. 물과 밀가루, 소금 등 단순한 원재료의 배합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반죽 배합은 언제나 중요한 일이다.

옥천찐빵이 가진 특색 하나라면, 직접 팥을 만든다는 것이다. 요새 어떤 집이 팥을 직접 끓이고 식혀서 앙금을 만들까 싶었는데, 이 집이 그렇다. 팥 앙금은 한 번 만들 때 9kg씩 만들어 냉장 보관한다. 그리고 떨어질 즈음 수제 작업을 통해 다시 만든다. 이 팥이라는 게 얼마나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지. 한 솥 가득 팥을 넣고 40분가량 강불에서, 이후에는 중불로 자작자작하게. 그다음은 약불로 은근하게 끓어내야 한다. 팥이 솥에 달라붙지 않도록 계속 저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너무 질지도, 너무 달지도 않게 조절하는 건 숙달된 이가 아니라면 하기 힘든 일이다.

“아무래도 찐빵의 경우 여름보다는 겨울에 잘 나가요. 하지만 저희는 여름에도 꾸준히 찐빵을 만들어요. 정성 들여 만든 팥 앙금의 맛을 잊지 않고 사계절 내내 먹고 싶다는 손님들이 있거든요.” (육혜진씨)

여름에 찐빵이 조금 부담스러운 이가 있다면. 옥천찐빵에 꽈배기와 빵도넛, 특히 찹쌀도넛을 맛봐라. 개인적으로 입맛을 말하자면 기자는 이 집의 찹쌀 도넛에 반했다. 갓 튀겨낸 찹쌀 도넛을 한 입 베어 물면 기름의 맛과 바삭바삭하면서도 쫀득쫀득한 반죽의 맛이 앙상블을 이룬다.

당장이라도 맛보고 싶을 테지만, 옥천찐빵은 시간대를 잘 맞춰 가야 한다. 보통 잘 팔릴 때는 오후 2시면 빵들이 완판된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오후 5시에 모든 제품이 팔렸다. 갓 나온 빵들을 맛보고 싶다면, 찐빵은 오전 9시30분. 찹쌀 도넛은 오전 10시30분. 꽈배기는 11시에서 11시30분 정도에 맞춰가라. 가격은 찐빵, 꽈배기, 빵 도넛 가릴 것 없이 1개에 500원이다.

찹쌀 도넛을 만들고 있는 육혜진씨의 모습. 창밖으로 구읍 가스 이용원씨의 모습도 깨알같이 보인다. 매일 아침 정성으로 빚은 찹쌀 도너츠. 옥천찐빵에서 한 가지만 먹을 수 있다면 갓 튀겨낸 찹쌀 도넛을 택할 것이다.
찐빵에 속을 채워 넣고 있는 육혜진씨의 모습. 창밖으로 구읍 가스 이용원씨의 모습도 깨알같이 보인다. 매일 아침 정성으로 빚은 찐빵이다.
최춘희·육혜진 모녀는 매일 아침 찐빵 반죽을 만들고, 속을 채워 넣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면서 일하면서 서로의 힘이 된다.
최춘희·육혜진 모녀는 매일 아침 찐빵 반죽을 만들고, 속을 채워 넣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면서 일하면서 서로의 힘이 된다.
찹쌀 도넛을 만들고 있는 최춘희씨의 모습. 찹쌀 도넛은 일반 꽈배기나 빵 도넛 반죽과 달리 더 민감하다. 그래서 반죽을 만들 때 더 심혈을 기울인다.
찹쌀 도넛을 만들고 있는 최춘희씨의 모습. 찹쌀 도넛은 일반 꽈배기나 빵 도넛 반죽과 달리 더 민감하다. 그래서 반죽을 만들 때 더 심혈을 기울인다.
찹쌀 도넛을 튀기고 있는 최춘희씨의 모습. 옥천찐빵 메뉴 중에서 단 한가지만 먹으라고 한다면 기자는 망설임 없이 이 찹쌀 도넛을 택할 것이다. 갓 튀겨낸 찹쌀 도넛을 먹는다면 그 맛에 반해 하루에 한 번 꼭 찾아올 것이다.
찹쌀 도넛을 튀기고 있는 최춘희씨의 모습. 옥천찐빵 메뉴 중에서 단 한가지만 먹으라고 한다면 기자는 망설임 없이 이 찹쌀 도넛을 택할 것이다. 갓 튀겨낸 찹쌀 도넛을 먹는다면 그 맛에 반해 하루에 한 번 꼭 찾아올 것이다.

 

■ 13년 이상을 내다보는 그들의 꿈

최춘희씨에게 향후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옥천찐빵 2호점’ 이야기를 꺼낸다. 자신의 기술을 전수받아 이 맛을 다른 지역에도 널리 알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꿈이다. 

“사실 어디 가서 드러내 놓고 말하기는 부끄럽기도 해요. 그래도 진짜 꿈이 있다면 옥천찐빵 2호를 내는 거예요. 제가 사장이 되는 건 아니고, 저희 가게의 비법과 기술들을 전수받은 이가 다른 곳에서도 우리 손맛을 알려줬으면 해요. 그게 제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꿈입니다.” (최춘희씨)

월요일 빼고는 매일 같이 일하는 최춘희·육혜진 모녀다. 월요일을 휴무로 선택한 이유도 주변의 권유 때문이다. ‘그렇게 많이 일하면, 오래 못 간다’는 주변의 조언 때문에 몇 년 전부터 휴무일을 만들었다. 옥천찐빵을 찾는 이들의 편의를 위해 주말보다는 주중을 택했다. 

“쉬는 날에 뭐하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딸은 근육통 주사를 맞으러 다니고, 저는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가요. 아무래도 몸을 쓰는 일이다 보니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네요.” (최춘희씨)

그럼에도 휴무일을 늘릴 생각은 없다. 늘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같은 맛으로 보답하는 것이 이들이 가진 철칙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고마운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모녀다.

“고마운 사람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우선 저희 가게를 찾는 고객들이에요. 오랫동안 저희를 믿고 늘 한결같이 찾아주셔서 고마울 뿐이죠. 또 저희가 장사를 잘 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배려해준 초량순대 사장님에게도 이 기회를 빌려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맛으로 보답하는 옥천찐빵이 될게요.” (최춘희·육혜진 모녀)

 

 

옥천찐빵 건물 전경. 허름해 보이는 외관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준다. 위치는 옥천읍 금구리 170-9번지다. 초량순대 옆, 4평 남짓한 공간에서 매일(월요일 제외)같이 맛있는 빵들이 만들어진다.
옥천찐빵 건물 전경. 허름해 보이는 외관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준다. 위치는 옥천읍 금구리 170-9번지다. 초량순대 옆, 4평 남짓한 공간에서 매일(월요일 제외)같이 맛있는 빵들이 만들어진다.
찹쌀 도넛, 빵도넛, 꽈배기, 찐빵 모두 한 개에 1천원이다.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도 함께 파는데 1인분에 3천원씩이다. 직접 만든 만두는 아니지만 손님들의 인기 메뉴 중 하나다.
찹쌀 도넛, 빵도넛, 꽈배기, 찐빵 모두 한 개에 1천원이다.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도 함께 파는데 1인분에 3천원씩이다. 직접 만든 만두는 아니지만 손님들의 인기 메뉴 중 하나다.

 

옥천찐빵은 월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월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날들은 정상 영업을 한다.
옥천찐빵은 월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월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날들은 정상 영업을 한다.
옥천찐빵. 이 상호 하나에 담긴 13년의 역사를 어찌 기사에 다 담았으랴. 그래도 빵에 담긴 최춘희·육혜진 모녀의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노력했다. 찐빵이나 도넛이 먹고 싶다면 언제든지 733-4282로 연락하면 된다. 학교나 사회복지시설 단체 주문도 받는다.
옥천찐빵. 이 상호 하나에 담긴 13년의 역사를 어찌 기사에 다 담았으랴. 그래도 빵에 담긴 최춘희·육혜진 모녀의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노력했다. 찐빵이나 도넛이 먹고 싶다면 언제든지 733-4282로 연락하면 된다. 학교나 사회복지시설 단체 주문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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