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 군서초등학교의 과학시간

# 작은학교니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군서초등학교 6학년은 한 반, 모두 11명이다. 선생님과 학생은 친밀하고,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 ‘예하는 평소 과학에 관심 많고 관찰력이 뛰어나고, 윤재는 지난해 과학발명대회에서 아쉽게 상을 놓쳤지. 혜원이는 자신감 있게 발표를 잘하고. 이번 과학전람회에 같이 출전해보면 좋겠는데.’ 선생님은 생각한다. 이뿐 아니다.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바로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적용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과학과 미술을 융합하는 수업을 해보거나 식물 전문가를 불러 자연관찰을 하는 등 특색수업을 한다. 수업공간이 교실 안으로 국한되지 않는 것. 사실 작은학교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고, 작은학교니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한 뼘 크게 자라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어요.’ 군서초 이세중 선생님이 속삭이듯 전해준 이야기다.

 ■ 군서초등학교에 전해진 반가운 소식

군서초등학교 입구에 가면 플래카드가 하나 붙어 있다. 6월에 열린 충북과학전람회에서 6학년 예하가 특상을 받아 전국대회에 출전하게 됐고 6학년 윤재와 혜원이는 장려상을 받았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뿐 아니다. 5월에 개최된 충북학생과학 발명품 경진대회에서도 출전한 5명 학생들이 모두 우수상과 입선 등 다수의 상을 휩쓸었다.

군서초가 처음부터 과학 관련 대회의 강력한 수상 후보는 아니었다. “그보다 사실 변방에 가까운 학교였는데...” 농담반 진담반, 이세중 교사가 웃는다. 

10일 군서초는 학생들 학업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힐링 체험 중 하나로 '사이언스 첼린지' 체험학습을 진행했다. 교실밖에서 과학 원리를 이용한 여러가지 놀이를 하는 것.

군서초는 지난해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재능계발 탐색 영재교육 선도학교’사업에, 올해 충북교육청의 ‘농·산촌 특색학교’ 사업에 선정됐다. 사업비로 각각 1천만원과 1천500만원을 지원받으면서 창의융합교육과 체험학습 등 다양한 수업을 마음껏 시도해볼 수 있게 됐다. 

“특색수업을 진행하면서 얘들이 많이 변한 걸 느껴요. 자신감도 늘고 관찰력, 발표할 때 표현력도 정말 좋아졌거든요. 과학 분야에서는 특히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는데, 그 뒤로 관련 대회에서 성적도 좋아졌어요. 군 단위 대회에서 상을 받을까 말까 했는데, 이제는 도 단위 대회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또 전국대회까지 나가게 됐으니까요. 수업에 조금만 변화를 줘도 아이들은 쑥쑥 자라는 것 같아요.” (이세중 교사)

10일 군서초는 학생들 학업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힐링 체험 중 하나로 '사이언스 첼린지' 체험학습을 진행했다. 교실밖에서 과학 원리를 이용한 여러가지 놀이를 하는 것.

10일 찾아간 현장에서 학생들은 교실이 아니라 왁자지껄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물을 넣은 페트병에 구멍을 뚫고 구멍으로 나오는 물줄기를 보며 수압을 관찰하는 시간이다. 어떻게 하면 물이 멀리 나가게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몸으로 배운다. 너나 할 것 없이 흠뻑 젖은 생쥐 꼴이다. ‘으악’이라고 외치는데 입가에는 말간 웃음이 터진다. 

즐거운 수업시간

 ■ 일상에서 궁금한 과학이야기

6월 충북과학전람회에서 수상한 군서초 세 친구를 만났다. 혜원이와 윤재가 한 팀, 예하는 혼자 출전했다. 하지만 두 팀 학생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일상적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을 유심히 관찰하고, ‘이건 왜 그럴까’하고 생각해보는 것. 학교에서 시작한 체험활동이 일상으로 옮겨갔다. 과학은 더 이상 책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다.

혜원이와 윤재의 전람회 주제는 ‘깻잎 관찰’. 깻잎은 군서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지역 특산품이다. 실제로 혜원이네 부모님이 깻잎농사를 짓는다. 혜원이는 윤재와 이야기했다. ‘노지깻잎과 하우스깻잎의 차이점이 뭘까?’

6학년 혜원이(왼쪽)와 윤재
혜원이(왼쪽)와 윤재. 한껏 귀여운 포즈를 취하는 모습

 “노지깻잎은 털이 많고 향이 강해요. 그래서 장아찌나 깻잎으로 만들어 먹으면 맛있어요. 그에 비해 하우스 깻잎은 연하고 털이 적은 편이에요. 고기에 쌈 싸먹는 데 딱이죠!” (고윤재)

'이제 그만해'

직접 실험도 했다. 깻잎농사를 지을 때는 일조량을 확보하기 위해 불을 써야 하는데, 어떤 등을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을지도 생각해본 것. 백열등과 LED등, 삼파장 등을 사용해 실험해본 결과 혜원이는 ‘삼파장등’에 손을 들어줬다. 

“LED 등이 가장 효과가 좋아요. 그런데 효과가 삼파장 전구랑 크게 차이가 나진 않거든요. 가성비까지 따지면 삼파장 전구를 쓰는 게 나았어요.” (이혜원)

혜원이(왼쪽)와 윤재.

예하는 ‘나무 타는 소리는 왜 다 다를까’를 주제로 전람회에 출전했다. 평소 가족끼리 캠핑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나무마다 타는 소리가 조금씩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선생님이랑 이야기해보고 장령산에서 찾기 쉽고 잘 탈 거 같은 나무를 다섯 그루 골랐어요. 비교해서 들어보니까 정말 다 소리가 다르더라고요.”

예를 들자면 소나무와 자작나무는 각각 송진이 많고 유분기가 많아서 불에 탈 때 지글지글하는 소리가 난다. 감나무는 수분기가 많아 타는 소리가 작게 들리고, 은행나무는 역시 껍질이 얇고 수분기가 많아 불이 붙으면 쉬익쉬익 소리를 낸다고. 가장 재밌는 건 붉나무다. 붉나무는 불이 붙으면 폭죽처럼 펑펑 터진다. 나무 안을 잘라보면 스펀지같은 게 있는데 그게 열을 받으면 부풀어 펑 터지는 원리란다. 

6학년 서예하

“전람회도 전람회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우드칩’이에요. 붉나무 가지를 두껍게 자른 건데, 제가 우드칩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캠핑할 때 폭죽을 가지고 놀면 위험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우드칩은 안전해요. 캠프파이어할 때 불에 던지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까. 시간이 지나고 펑 터지는 소리가 나는 것도 재밌구요. 어서 친구들이랑 캠핑 갔으면 좋겠어요!” 

예하가 잔뜩 기대하는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오손도손 캠프파이어가 기다려지는 한낮, 작은학교의 과학시간이다. 

6학년 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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