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옥천읍 마암리)

아이들은 아빠보다는 엄마와의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된다. 우리집도 그런 편이다. 퇴근하고 돌아온 아빠는 아이들과 잠깐씩 시간을 보내고 다시 자고 일어나서 일찍 출근을 하고 나면 아빠는 잠깐 만나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런데 요즘 강준이와 아빠가 저녁 시간을 같이 잘 보내고 있다. 어린이날 선물로 사준 게임기를 아빠와 신나게 가지고 논다. 열심히 게임을 한다. 어찌 보면 아들선물이 아니라 아빠본인을 위해서 해 준 선물같기도 하다. 강준아빠는 게임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엄청 좋아했을 거 같다. 강준이랑 하는걸 보면서 더 많이 느낀다. 아들을 통해 자신의 취미생활을 완성해가는 거 같다. 어찌됐건 강준이는 아빠와의 게임시간을 기다리고 하는 내내 신나서 방방 뛴다. 그런 강준이를 보면서 역시 아빠는 아빠의 자리가 있나보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내가 해줄 수 없는 영역이다. 난 개인적으로 게임을 아예 모른다. 하는 것도 즐기지 않지만 게임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래서 강준이는 나에게 게임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오직 아빠만이 해줄 수 있는 특별한 영역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강준이와 아빠는 요즘 저녁 아주 끈끈한 전우애 같은 게 느껴진다. 강준이가 아들로 태어난 사실이 요즘 아빠에게는 아주 좋을 것이다.

내가 어릴 적만 생각해도 내가 여자이기도 하지만 아빠와 특별히 뭔가를 같이 해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아빠와 같은 취미가 있다면 그건 독서일 것이다. 그리고 여자이기 때문에 목욕탕을 같이 가 본 적도 없고 아빠와의 추억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 당시 부모님도 생계를 위해 장사를 하셨고 그래서 더더욱 나와의 개별적인 시간을 많이 갖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부모님의 사랑덕분에 이렇게 잘 자랐고 감사하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금 강준이와 아빠의 관계처럼 어릴 적부터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면 하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의 강준이와 아빠사이가 부럽기도 하다.

아빠에게는 아들이 엄마에게는 딸이 있어야하는 이유를 조금씩 알 거 같다. 자식들에게 다 잘 해주고 싶고 그렇게 하고 싶지만 지금 내 현실에 맞게 잘 조화시키려고 노력중이다. 강준이는 남자아이기 때문에 되도록 아빠와의 시간을 더 갖게 해주려고 한다.

강준이가 요즘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그 시간들을 기다리고 아빠를 기다려서 아빠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 그전에는 아빠와 특별히 뭔가를 하는 시간 만들기가 여러 제약적인 것들이 있어서 어려웠는데 지금은 저녁시간을 조금씩 쪼개서 같이 하는걸 보니 아빠와 친해져가는 강준이 모습이 정말로 보기가 좋다.

강준이와 아빠가 때론 친구처럼 보내는 이 시간들이 먼 훗날 강준이가 커서 자신의 자식을 낳아서 키울 때 긍정적인 에너지로 사용되기를 바라고 혹여나 결혼하지 않고 살더라도 인생에서 좋은 경험과 기억으로 남기를 소망해본다.

오늘도 강준이는 신나서 유치원을 갔다. 저녁때 아빠와의 게임시간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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