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육교 아래 한 평 남짓한 공간. ‘구두 우산 가방 작크 수선전문점’이라 적힌 작은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이완재(72)씨가 구두를 만지고 있다. 대전 양화점에서 일을 하다 이곳에서 수선집을 직접 운영한 건 12년째다.
충남 대덕군 기성면 용암동(현재 대전 서구 장안동)이 고향인 그는 구두 수선 기술을 배우려고 스무 살 대전으로 나왔다.
“어렸을 때 집 마루에서 떨어져서 세 살 때 오른 발에 장애가 생겼어. 발이 불편하니 어디 이동하는 일은 할 수 없잖아. 그래도 이 손은 멀쩡하니까. 손으로 하는 기술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대전 양화점에서 구두 수선 기술을 배웠어.”
그때만 해도 구두는 다 ‘수제’였다. 점점 기계가 손으로 하는 일을 대신하면서 그가 일하던 양화점도 문을 닫았다. 그 이후에도 그는 구두 수선하는 일을 이어낸다. 지금 이곳에서.
“어디 수선집을 열 때 없나 주변을 물색하다가 여기 빈 땅을 발견했지. 지금은 판암동 집에서 여기로 왔다갔다 해. 여기서 일한 지가 벌써 12년이네. 나는 양화점에서 일할 때보다 지금이 훨씬 좋아. 돈은 많이 못 벌어도, 자유롭고. 여기가 ‘내 공간’이니까.”
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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