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인 조진경씨, 올해 3월1일 영동옥천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 부임… 여성 이사장은 처음
범죄 사건에는 피해자가 있어… 경제·심리적·법률·주거 등 지원

올해 3월1일부로 영동옥천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으로 부임한 조진경씨

범죄 사건에서 스포트라이트는 늘 가해자를 향했다. 언론은 피해자의 아픔보다 가해자 징벌을 조명했다. 피해자는 은폐됐다. 더군다나 사회마저 피해 사실은 늘 숨겨야만 하는 치부로만 여겨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그래서 생겼다. 피해자의 상처가 방치돼 곪아 터지는 일이 없도록 경제, 심리, 법률, 주거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3월부로 영동옥천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으로 부임한 조진경(옥천읍 문정리)씨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 “피해자에 대한 이해와 지원 잊지 말아야”

‘범죄피해자 보호법’이란 게 있다. 타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명·신체에 피해를 받은 사람을 구조하기 위한 법이다. 법에 따르면 수사 기관들은 범죄피해자가 보호와 지원을 받을 권리를 의무적으로 알려야 한다. 이에 조진경 이사장은 “범죄 사건을 다룬다고 할 때 피해자에 대한 이해와 지원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영동옥천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청주지방검찰청 영동지청 안에 설치됐다. 조진경 이사장은 “영동옥천범죄피해자지원센터도 마찬가지로 범죄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으로부터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넘겨받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제도 대부분이 그렇듯 범죄피해자 지원도 ‘신청주의’에 입각해서 이루어진다. 범죄피해를 안 날로부터 3년, 피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피해자가 직접 신청해야 지원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영동옥천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피해자에게 먼저 연락하는 경우가 잦은 편이다. 조진경 이사장은 “범죄피해로 인한 후유증과 사회적 도움 요청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피해자가 먼저 연락을 취하기 어려울 수 있어, 우리 쪽에서 먼저 연락해 피해자 지원 서비스 신청을 권유하곤 한다”고 말했다. 

■ 경제적, 심리적 지원부터 주거·법률 서비스까지 지원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7조 제1항’에 따르면 범죄피해자는 그 피해의 정도에 따라 상담, 의료 제공, 구조금 지급, 법률구조, 취업 관련 지원, 주거 지원 등의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영동옥천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제공하는 지원 사업들도 여기에 해당한다. 조진경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치료비, 긴급생계비, 장례비 등의 경제적 지원과 심리상담 및 자조 모임을 비롯한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더불어 힐링캠프, 희망센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피해자들과의 연을 지금까지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모든 범죄피해자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한정된 예산과 복지 혜택 기준 마련 때문에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내 자체 심의를 거쳐 피해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조진경 이사장은 “현재 영동옥천범죄피해자지원센터 안에는 범죄피해자지원 심의위원회가 있는데 13명의 심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심의위원회는 피해지원 신청이 오는 즉시 그때그때 열린다”고 전했다. 

■ “이사장은 명예로운 자리가 아닌 그저 음지에서 누군가를 돕는 자리” 

조진경 이사장은 자신의 지난 세월과 족적을 반추하며 이사장으로 부임한 소감을전했다. 옥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젊은 시절 다니던 일터 옥천조폐창이 문을 닫은 이후 수년 동안은 가사 일을 도맡으며 아이 셋을 키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 대한노인회에서 우연히 간사로 재직하게 됐고, 그때부터 ‘복지’에 푹 빠져들었다. 46살 늦깎이라도 좋으니 사회복지에 대해 배우고 싶은 학구열에 야간 대학을 등록했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학교 수업을 듣고 상담심리사 1급,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배움과 봉사에 대한 열정만으로 채워진 삶의 물줄기는 학교 졸업 이후에도 거침없이 뻗어나갔다. 졸업하고 나서는 ‘사람을 위한 일’이라면 이리저리 찾아 나서 지역 내 여러 봉사단체에 몸담았다. 자원봉사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소속되어 지역 내 소외된 자들을 살폈고, 학교 안전망 구축사업인 ‘Wee 프로젝트’의 일원이 되어 옥천여자중학교에서 상담교사로 일했다. 이후에는 범죄피해자에게 사회적 손길이 필요함을 절감해 8년 전 이곳 영동옥천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로 근무하게 됐다. 조진경 이사장은 “정말 열심히 산 것 같다”라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사장이라고 하면 대단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전혀 그런 건 아니고, 음지에서 누군가를 돕는 자리다” 직책은 바뀌었어도 자신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소외되고 상처받은 자들이 작은 미소를 띨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이사장이라는 자리는 색다른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아니라 그간 자신이 걸어와 닿게 된 현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 같은 것이었다. 그는 2023년 2월28일까지 영동옥천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으로 재직한다. 다른 이들보다 조금 늦게 발을 내디뎠지만, 누구보다 멀리 그리고 오랫동안 걸어갈 예정이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