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부터 마을활동가 역량 강화 위한 ‘옥천마을활동가학교’ 막 열어
오는 22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 예정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시행 이후 주민자치 논의 활발 기대
목원대 권선필 교수 ‘마을의 미래, 자치의 미래’ 주제로 강연, ‘맥락’과 ‘소통’의 중요성 강조

마을활동가 역량 강화를 위한 ‘옥천마을활동가학교’ 가 지난 3일 막을 열었다

“관(官)에서 공모하는 예산 사업에는 항상 시작과 끝이 있지만, 여기 사는 주민들에겐 시작과 끝이 없습니다” 

목원대 공공인재학과 권선필 교수 강연의 머리발언에 가까운 말이었다. 정주민들에겐 한평생 밟고 살아야 하는 의미의 땅 위에, 관에 의해 진행되는 사업들이 단발성으로 생겼다 사라지는 행태를 꼬집으며 ‘주민자치’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공모사업 중심의 마을 활동이 아니라 공동체 스스로가 본질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을활동가 역량 강화 및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옥천마을활동가학교’ 사업이 지난 3일 옥천공동체허브 누구나에서 막을 열었다. 지난달부터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가 시행되면서 군 내에서 주민자치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펼쳐진 사업이라 주목을 받았다. 사업의 첫날인 지난 3일에는 ‘마을의 미래, 자치의 미래’를 주제로 한 목원대 공공인재학과 권선필 교수의 강연이 진행됐다.

‘마을의 미래, 자치의 미래’를 주제로 목원대 공공인재학과 권선필 교수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권선필 교수의 강연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소통’, ‘참여’, ‘자치’ 등으로 다양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다수의 참가자가 강연 말미에 꼽은 키워드는 단연 ‘맥락’이었다. 권선필 교수는 강연 초입부터 ‘맥락’이라는 단어를 청중들에게 던졌다. 그는 강의 내내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맥락”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확히 이해하기 다소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았기 때문에 권선필 교수는 이 단어를 설명하는 데에 시간 대부분을 할애해야 했다. 그의 말을 쉽게 요약·설명하자면 이렇다. 

강연에 따르면 ‘맥락’은 공동체 내 각개의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기록하는 과정이다. 가령 하나의 대상을 보고도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소통의 과정에서 발견되는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금 더 쉬운 이해를 위해 참가자들을 직접 단상으로 불러 자신이 생각하는 마을의 모습을 직접 표현해보도록 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일반 주민, 마을활동가, 주민자치센터, 공공기관을 대표한 자들이 마을 내에서 각자가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위치에 서서 자신의 역할을 몸짓으로 표현했다. 여기서 핵심은 각자가 선정한 위치에 대해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즉, 마을의 의미는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마을 구성원들이 마음껏 이야기하는 과정 안에 있다는 게 권선필 교수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바로 이 지점에서 권선필 교수가 덧붙여 역점을 둔 것이 ‘소통’이다. 그는 “(강연 내내 강조했던)맥락이란 것은 소통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라고 말했다.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동반되어야만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권선필 교수는 한국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소통의 부재’와 여기서 비롯된 ‘맥락 실종’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기도 했다.

 강연은 오후 6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3시간가량 진행되었고, 권선필 교수와 참가자들은 강연을 마치고 나서도 질의 및 응답을 통해 서로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오미옥 씨(라온사회적협동조합)는 “평소에 스스로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강연을 통해 마을공동체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내며 강연장을 빠져나갔다. 

 이번 사업의 중간지원조직인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정순영 센터장은 “마을활동가가 자신의 활동을 스스로 내다보고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마을공동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마을활동가로서의 소양이 필요한데 오늘 교육은 그런 점에서 유의미했다”고 소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 사업은 옥천순환경제공동체에서 진행하는 ‘오슈(OCU)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오는 22일까지 ‘지역농정과 민관거버넌스’ ‘조례와 예산’에 관한 강연들과 워크숍, 타지역 사례 견학 등이 계속해서 이어질 예정이다.

강연 참가자들이 '마을'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나누고 있다.
강연 참가자들이 '마을'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나누고 있다.
강연 참가자들이 단상으로 나와 자신이 생각하는 마을의 모습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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