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다육식물 찾아다니며…적하리에서 다육식물 하우스를 운영
삶을 긍정하는 또 하나의 방법, 작은 것에서 차이를 발견하기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것들이 많다. 길가에 언제 피었는지 모를 꽃과 무성히 자라나는 풀을 볼 때면 자연스럽게 “언제 저렇게 자라났지?”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어떤 작물이나 식물을 기를 때흙에서 틔어나는 새싹이나 푸른 잎을 본다면 얼마나 기쁜 마음이 들까? 이렇게 식물은 우리 삶에 희망과 기쁨을 준다.

만일 식물이나 작물을 기르는 것이 어렵다면 비교적 손이 덜 가는 힐링식물 ‘다육’을 길러보는 것은 어떨까? 

다육식물은 척박한 환경을 버텨내기 위해 잎에 물을 머금을 수 있도록 적응해왔다. 또 주변 환경이나 계절에 따라 그 빛깔이 변하기 때문에 새삼스레 다시 눈길을 주게 만든다.

동이면 적하리에서 다육식물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금강 이모네다육’ 하우스를 방문하여 우리 곁에 있는 작은 변화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았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국민다육이’

■ 적하리에서 만나는 다육식물

“운영한 지 두 달 정도 되었어요. 여기를 운영하게 되면서 이곳에 거주하고 있어요. 집에서 취미생활로 키우던 다육이를 키우다가 다육식물 판매장까지 운영하게 된 거죠. 다육이는 다육식물을 재배하는 농장에서 도매해서 가져오고 있는데, 다육이를 찾아 서산 지역에도 가고 서울 근교에도 가보고 하죠.”

대전에서 약사로 일하고 있는 김경수 씨의 아내는 옥천에 근거지를 둔 것이 벌써 12년 전의 일이라고 한다. 적하리 122-5번지에서 ‘금강 이모네다육’을 운영하는 그는 전방에 흐르고 있는 금강과 함께 일하고 있는 이모님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상호명을 정해서 다육식물 하우스를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금강 이모네 다육’은 이제 개장한 지 2달 밖에 안 됐지만, 주변에 입소문을 타고 있는 중이다. 그는 도시생활을 계속 해왔기 때문에 농사를 짓는 방법을 몰랐지만, 다육식물 재배라는 취미생활을 일감으로 전환시켜서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하우스에 다육식물의)종류는 100여 가지가 넘어요. 전부 이름을 외우지는 못하는데, (다른 재배농장에)갈 때마다 종류가 다른 게 있으니까. 이름을 외우는 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본격적으로 다육식물을 재배하는 농장에서 직접 도매해서 가져오는 일부터 시작하여, 하우스를 짓고, 다육식물에 관해 공부해나가기 시작했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다육식물 농장에서 직접 물건을 가져오는 일은 ‘발품’을 파는 것이다. 품질이 좋고 건강한 다육식물을 골라서 화분에 옮겨 담는 것부터 시작하여, 발품을 팔아 다양한 품종을 적하리로 가져와서 인근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밥 한 끼 먹는 값으로 보다 좋은 품질과 건강한 다육식물을 여럿 사올 수 있는 게 좋다.”는 그는 비록 먼 곳까지가 다육식물을 사오지만, 마음만큼은 뿌듯하다고 한다.
“여기 입지조건이 좋은 편은 아닌데. 차타고 여행 겸해서 오시는 거죠. 최근에 다육이 마니아끼리 소문이 나서 많이 찾아오시더라고요. 대구에서 오시기도 하고, 운영시간보다 더 늦은 시간에 오시기도 하고요. 월요일이 휴무인데도 이곳저곳에서 방문을 해주셔서, 아직까지는 휴일 없이 운영하고 있어요.”

다육식물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타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곳에는 1만원 이하의 ‘국민다육이’만 다루었는데, 더 귀한 품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어서 10만원 중후반대 다육식물도 다루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사실 원가는 20만원대, 10만원대 후반인데. 운임료만 생각하고 싸게 팔고 있는 거”라며 다른 다육식물농장의 원성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육이를 판매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좋은 조건에서는 많이 받으시고. 기름값 들고 여기까지 오시니까 우리는 어쩔 수 없다고 말씀을 드려요”라며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화분 같은 것도 다른 곳에서 사오는 거예요. 어떤 화분에 담겨 있는지도 중요하니까요. 비싼 화분에 저렴한 다육이를 심으시는 분들도 계셔요. 사람한테 옷도 중요하니까요.

그는 화분에 다육식물을 옮겨 담으며 이리저리 배치를 바꾸어서, 다양한 다육식물을 한곳에 심어보기도 한다. 그는 “이건 파는 게 아닌데. 손님들이 이것들을 보고 심어보시라고 해놓죠. 정원처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져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가 전시해놓은 다양한 다육식물이 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어서 제법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 ‘행복 찾기’의 과정

의상 디자이너인 그는 어떠한 매력에 이끌려 취미활동이었던 다육식물 재배를 판매하게 된 것일까? 타지에서 대전으로 시집을 오게 된 그는 최근에서야 옥천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옥천에 거주하시게 되니까 어떤 점이 좋은가요?” 라고 물은 기자에게 그는 “여기는 노후에 살 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여기는 공기가 너무 좋잖아요. 인근에 농약도 많이 뿌리지 않아서. 여기 앉아있으면 너무 좋고 힐링이 되는 느낌이에요.”라며 밝은 미소로 답해주었다.

“코로나 때문에 다들 정서적으로 힘들잖아요. 화초를 갖다 놓는다는 게 쉽지 않아요. 물을 주어야 하고, 어디 다녀오면 화초가 죽고. 가을이 돼서 추우면 잎이 떨어지고, 그게 또 지저분하잖아요. 장소도 많이 차지하구요. (다육식물은)조그만 데에서 키울 수가 있고. 봄·여름·가을·겨울 1년 12달 잎의 색감이 다 달라요. 이파리가 꽃이라고 볼 수 있죠. 색감이 햇빛을 보고 안 보고 차이도 있고. 다 달라요. 힐링이 엄청 되는 거죠. 저도 일 놓고 답답하고 우울했을 때 시작을 해서 많이 위로를 받았어요. 갱년기라던가 노후에. 우울증 같은 게 있잖아요. 갑자기 사랑을 줄 때가 없을 때. 허전한 마음으로 다육식물을 접하면 굉장히 위로를 많이 받죠.”

그는 적하리에서 다육식물을 재배하면서 작은 것의 변화에서 오는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배우고 있었다. 비록 다육식물은 작은 식물이지만 여기에서 변화를 발견하거나 싹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마음은 작은 것들에서 오는 행복이며, 우리의 삶에 희망과 기쁨을 준다. 또 본인이 사랑을 줄 곳이 생긴다는 것은 정서적인 위안을 준다. 습도, 일조량 등 기후의 영향에 민감한 식물은 여러 가지 조건과 환경에 적응하며 싹을 틔운다. 다육식물은 척박한 환경을 버텨내려, 잎에 물을 머금을 수 있도록 적응을 해왔기 때문에 잎사귀가 곧 식물의 상태를 나타낸다. 주변 환경이나 계절에 따라 잎사귀의 빛깔이 변하기 때문에 새삼스레 다시 눈길을 주게 만들고, 잎사귀가 둥글둥글하거나 솜털이 자라나있는 모습을 볼 때면 제법 귀엽고 잘 살아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의상 디자이너였던 그는 애견 스튜디오도 운영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손수 강아지의 의상을 만들어놓고 전시해둔 그는 “여기 1층에다가 강아지 세이프티 세트장을 준비하다 못하고 있어요. 젊은 친구들이 와서 자기 아이들(강아지) 데리고 사진 찍을 수 있는 세트장요. 직업이 이거니까 직접 만들 수 있었죠.”라는 말을 전했다. 지금은 다육하우스를 운영하는데 몰두해서 애견 스튜디오에 손도 못 대고 있다는 그는 “저도 강아지를 많이 좋아하는데 직접 키우지는 못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애견을 가져와서 금강을 배경으로 강아지 드레스를 입히고 사진을 찍으면 좋겠어요.”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 옥천살이에서 오는 삶의 변화

“손님이 오시든 안 오시든 편안하게. 분갈이 할 때 재미있잖아요. 계절적으로 봄에 해주는 게 얘네(다육식물)들이 가장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분갈이도 해주고. 뿌리도 제거해주면 새 뿌리가 나오니까요. 전에는 여기 오면 많이 못 있었는데. 이거 한 뒤로는 여기 안에서만 놀아도. 하루가 굉장히 빨라요. 여기가 제 놀이터죠.”

삶과 일터, 그리고 여가생활이 하나로 어우러진 옥천살이는 그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밝은 얼굴로 기자를 대하는 모습에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고, 삶의 여유가 느껴졌다. 하우스에서 흙을 만지면서 다육식물을 기르는 일, 애완용 드레스를 만드는 일 등은 그가 해왔던 의상 디자이너의 일과 전혀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직접 의상을 디자인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착상을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적하리에서 삶을 살아가며 그 본인의 일상이 변화된 것뿐 아니라, 작은 것에서 오는 행복을 타인과 나눔으로써 겪고 있는 상처까지도 회복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육식물을 기르면서 많은 사람들의 우울증을 해소되길 바란다.”는 그의 말처럼, 옥천살이에서 오는 희망의 새싹이 더 많은 곳에서 움트길 바란다.

동이면 적하리 122-5번지 / 010-8019-5622
오전 9시 ~ 오후 6시 / 월요일 휴무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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