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회관 상반기 취미·기술교육 13일 개강… 한자, 한식조리기능사 교육 등 10개 과목 개설
취미뿐만 아니라 여성의 기술 습득, 취업 지원에도 기여
제한된 인원과 협소한 공간 아쉬워… 더 많은 여성들 참여할 수 있었으면

옥천군 상반기 여성회관 취미교육 및 기술교육이 힘차게 출발했다
옥천군 상반기 여성회관 취미교육 및 기술교육이 힘차게 출발했다

“신하(臣)가 임금(人) 앞에서 어떻게 하죠? 엎드리죠. 그래서 누울 와(臥)자가 된 거예요”
학도들은 재빨리 고개를 숙여 받아 적었다. 선생님의 말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후끈한 교육열은 금세 새까매진 노트에서 드러났다. 학도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군민들이었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여성이란 점이다. 간간이 남학도들도 보였지만 고작 1~2명 수준이었다. 이곳 여성회관에서는 군내 여성들을 위한 상반기 취미·기술교육 프로그램이 힘차게 막을 열었다. 이날 오전(09:30~12:30)에 열린 수업은 한자, 한식기능조리사, 생활도예, 재봉틀 교육이었다.

한자 수업 수강생 류미해씨가 수업 내용을 필기한 교재
한자 수업 수강생 류미해씨가 수업 내용을 필기한 교재
한자 수업을 듣고 있는 여성회관 수강생들
한자 수업을 듣고 있는 여성회관 수강생들

■ 삶을 더욱 풍성하게

여성회관에서 열리는 기술 및 취미교육은 4월13일부터 7월16일까지 14주간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행된다.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1년에 두 번 수강생을 모집해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내용은 한자, 생활도예, 서예, 한식조리기능사 등 10개 과목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140여명이 참여한다. 지난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덮쳐 교육 프로그램을 한 번 밖에 진행하지 못했던 탓에서인지, 이날 여성들의 교육열은 매우 뜨거웠다.
“끼이익”

한자 수업 교실 문이 열릴 때 나는소음에도 학도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무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선생님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날 한자 수업에 참여한 류미해씨는 필기로 빼곡해진 교재를 통해 자신의 열의를 보여줬다. 그는 “4년째 이 수업을 듣고 있다. 집에만 있으면 무기력해지는데, 이 곳에 오면 삶의 에너지가 생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주일에 두번, 세 시간짜리 교육 프로그램이지만 류씨의 일과에서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랜 기간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수강생들은 류 씨만이 아니었다. 이날 한자 수업을 지도한 박시현 강사는 “7~8년 째 다니고 계신 분들도 있다”며 “자격증과 같이 어떤 목적이 있어서 오시는 분들이 아니라 교육 내용에 숨은 재미를 즐기러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교육 수준도 높을 수밖에 없다. 이날 수업은 천자문 교재를 이용했는데, 낱글자를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깃든 한시의 내용을 분석하고 교훈을 공유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한자를 가까이 한 사람이 듣기에도 난도가 다소 높아 보였다. 그럼에도 류 씨는 “공부는 어렵지만 수업 안에서 배우는 삶의 교훈, 가치들이 있다”고 오랜 기간 수업을 찾고 있는 동기를 밝혔다.

한식조리기능사 수업 수강생을 지도하고 있는 최보미 강사
한식조리기능사 수업 수강생을 지도하고 있는 최보미 강사

■ 기술·기능 교육으로 스펙도 챙겨

“시험장에만 가면 마음이 급해져서…”

한식조리기능사 수업에 참여한 안영미씨는 최보미 요리전문강사에게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 시험장에서 겪은 자신만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에 최보미 강사는 “반복적인 연습만이 답이다”라고 안영미씨를 다독이면서 수업을 진행했다. 오늘의 요리 메뉴인 ‘완자탕’ 만드는 방법을 선보이는 최보미 강사를 둘러싸고 10명이 넘는 수강생들이 다음 레시피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보미 강사가 직접 소고기를 썰며 “소고기는 결 반대로 썰어야 부드럽다”라고 팁을 알려주자 그 모습을 지켜본 수강생들은 “아~”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했다.

달구어진 프라이팬만큼이나 뜨거운 교육열은 다름 아닌 자격증이라는 ‘스펙’ 때문이었다. 그간 요리란 여성의 대표적인 무급 노동에 해당하는 분야였다. 하지만 요리 자격증이란 그 가치를 대외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수단이었고, 이를 획득하기 위해 많은 수의 수강생들이 몰린 것이다. 그래서 한식조리기능사 수업은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을 위한 맞춤 형식으로 진행됐다. 최보미 강사는 “한식조리기능사 실기시험장에서 수험생이 선보여야 할 요리는 31가지 요리 중 무작위로 나오는데, 오늘은 그 중 완자탕과 두부조림을 연습하는 것”이라고 안내했다. 이어 그는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고 없고의 차이는 직장에서 받는 급여에서 나타난다”며 수강생들의 교육열이 높은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시간 내에 요리를 완성해야 하는 시험 특성 때문인지 칼이 도마를 때리는 소리, 조리 도구가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소음들이 수업 내내 조리실 곳곳에서 나왔다. 최보미 강사는 수강생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최대한 많은 수강생분들이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는 게 제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직을 준비하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한다는 안영미 씨는 요리를 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밖에서 학원을 다니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여성회관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니 확실히 좋다”라고 수업에 대해 만족감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 “더 많은 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었으면”

옥천군 여성단체협의회 우을순 회장은 “우리 여성회관에서 진행하는 수업은 늘 꽉 찬다”고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면서도 “그만큼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군 내 여성들이 많다”며 군에서 수업 정원을 늘려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드러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닥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보다 많은 인원을 참여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더욱 안타깝기만 한 것이다.

제한된 인원과 협소한 공간 때문에 현재 수강중인 학도들의 교차수강도 어렵다. 4년 째 한자 수업을 듣고 있는 류미해씨는 “이번에는 한식조리기능사 수업도 함께 듣고 싶었는데, 제한된 인원과 공간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이에 군 복지정책과 여성보육팀 홍성범 주무관은 “교차수강을 원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예산이나 참여도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