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 2019년 고의적 자해 사망자 유가족 100명 추정 … 이들에 대한 관심 및 지원 필요
2019년 보건복지부 ‘자살 유족 원스톱 서비스 지원사업 시작’ 광주·인천·원주 시범사업 시행 중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옥천군에서는 1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4년부터 5년간 누적된 사망자는 87명에 달한다. 하지만 통계에 가려진 이들이 존재한다. 바로 사망자들의 유가족들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고의적 자해 사망자 1명당 평균 5~10명의 유가족이 발생한다고 추정한다. 이를 대입하면 옥천군에는 2019년에만 105명, 5년 누적시 609명의 유족이 있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인천광역시, 광주광역시, 원주·평창 등 강원 일부지역에 ‘자살 유족 원스톱서비스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옥천군에도 이같은 체계적인 서비스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옥천군정신건강복지센터 자살예방사업팀
옥천군정신건강복지센터 자살예방사업팀

■ 군 내에도 유족들을 위한 서비스가 있었다

군 정신건강복지센터는 개소 당시부터 가족의 고의적 자해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죄책감에 휩싸인 유족들을 위한 심적, 물적 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옥천군정신건강복지센터는 별도의 예산을 배정 받아 보다 많은 유가족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고의적 자해 사망자 유가족은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은 7배, 자살 위험은 8.3배 이상 높다. 고인의 사망에 대한 죄책감과 사회적 편견에서 오는 수치심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9년부터 보건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자살 유족 원스톱서비스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유족들에 대한 지원을 심리 안정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행정 서비스나 현물 지원까지 대폭 확대하자는 취지에서다.

당초 중앙정부 차원의 시범사업 대상지는 광주광역시와 인천광역시 및 강원도 일부지역(원주, 평창, 영월, 횡성)으로 선정됐다. 시범사업에 선정된 지역에선 고의적 자해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 자살예방센터 또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유족 전담 직원이 경찰의 출동 요청에 따라 24시간 내 출동해 유족에게 ‘원스톱서비스’의 존재를 알린다. 이후 유족이 동의하면 법률·행정, 학자금, 임시주거 등의 제공 서비스를 안내하거나, 개인정보 및 서비스 제공 동의를 받아 지속적으로 사례관리를 해주는 등의 방식으로 ‘원스톱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군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원스톱서비스’를 시행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자체적으로 유족 지원 사업을 시행해오고 있다. 갑작스런 고인의 사망으로 인한 유족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초기 심리안정, 사망사고 접수, 장례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경제적인 지원도 제공한다. 옥천군정신건강복지센터 김석환 사회복지사는 “고인이 생전에 남긴 빚을 처리하기 위해 충북 사회복지협의체 내 법률변호인단에게 자문을 구해 도움을 제공하거나, 유족 자녀들의 학자금 지원을 중앙센터에 요청하는 등의 경제적 지원도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의 심적인 안정뿐만 아니라 일상의 사후 처리 문제들까지 옆에서 돕고 있는 것이다. 

■ 서비스 제공보다 어려운 유족 발굴…유관기관의 협조 필요

유족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유족들을 찾는 작업이다. 유족들은 자신을 고의적 자해 사망자의 유족이라고 밝히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군 정신건강복지센터 구백선 팀장은 “우리 사회에서 고의적 자해 사망이라는 행위는 사람들에게 숨겨야 하는 것, 가족들의 치부로 여겨진다”라며 고의적 자해 사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안타까워했다. 고인의 죽음을 막지 못했거나 죽음에 기여했다는 죄책감, 유교적 맥락에서 고의적 자해 사망을 반인륜적·비도덕적인 행위로 평가하는 사회적 시선에서 비롯되는 수치심 등은 유족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라는 것.

서비스 체계가 헐거운 것도 문제다. ‘원스톱서비스’처럼 체계가 튼튼하지 않다 보니 유관기관들의 협조를 구하기 힘들다. 광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자살예방사업 조정욱 팀장은 “원스톱서비스 시행 이후 가장 좋은 점은, 경찰을 통한 유족 발굴의 체계적인 루트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발굴의 공식적인 루트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고의적 자해 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경찰과 소방·구급대원들에게 소식을 접하는 방법, 또 하나는 사망신고를 접수하는 읍·면사무소 직원에게 직접 물어 알아내는 방법이다. 이는 법률로도 보장되어 있다. 지난해 시행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따르면 ‘직무상 자살시도자(자살자 유족)등을 알게 된 경우 그 자살시도자(자살자 유족)등에게 관할 구역 안에 있는 관계 지원기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군내 유관기관들은 법률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거나, 고의적 자해 사망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유족 보호를 이유로 들어 입을 쉽게 열지 않는 실정이다. 그 때문에 옥천군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들은 직접 발로 뛰어 경찰서나 읍·면사무소를 찾아 유족을 발굴한다. 구백선 팀장은 “그나마 네트워킹이 잘 되고 있어서 발굴이 용이하다고 할 수 있는 편이지만, 유족 연계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유족들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문제는 예산… 전담팀 구성 절실

중앙 차원의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는 ‘원스톱서비스’ 시범사업 대상지역의 기관들과 달리 옥천군정신건강복지센터는 늘 예산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구백선 팀장은 “자살예방사업에 쓰이는 예산을 쪼개서 사용하기 때문에 유족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력문제도 당연하게 뒤따른다. 광주와 강원 지역의 경우 자체적으로 ‘원스톱서비스’ 전담팀을 6명으로 꾸려 사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군정신건강복지센터는 센터 내 직원이 센터장 포함 11명에 그치는 탓에, 전담팀을 따로 꾸릴 여건이 안 된다. 선임 사회복지사 한 명을 필두로 자살예방사업과 유족 지원 서비스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물론 지역 규모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서비스 제공의 질적인 측면에서 ‘원스톱서비스’와 크게 다를 게 없는 옥천군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중앙 차원의 ‘원스톱서비스’가 기초자치단체 단위 지역들까지 확대 시행돼야 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2019년 시범사업 지원 이후 별 다른 확대 계획은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김유진 팀장은 “기초자치단체 단위 지역들까지 확대 시행하기 위해 사전 작업들은 진행 중에 있으나, 예산이 확보되어야만 시행할 수 있는 사업이라 아직까진 구체적 계획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자살 유족을 위한 서비스 및 자살예방사업 리플렛
자살 유족을 위한 서비스 및 자살예방사업 리플렛

■ 군의 자체적인 홍보와 지원 필요 

군 정신건강센터 직원들은 유가족 지원 서비스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천, 광주, 강원 일부지역에서는 원스톱서비스 시행 이후 서비스를 받겠다는 유족들의 수가 전년 대비 7배 증가했다. 군 정신건강센터도 읍·면에 자체 제작 리플렛을 비치하거나 아파트 게시대에 안내문을 부착하는 등 직접 뛰며 홍보 중이다. 하지만 효과가 미진해 대안을 고민 중이다. 

이에 군 정신건강센터 구백선 팀장은 “센터 자체의 노력으로 도내에서 지역 주민의 우울감 경험률 조사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의 자살예방사업에서 여러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그의 일환인 유족 지원 서비스에 군의 보다 많은 홍보와 관심, 지원을 바란다”고 속내를 밝혔다.

옥천군정신건강복지센터 730-2199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
중앙심리부검센터 유족지원안내 
02)555-1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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