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옹호인 활동 3년차 김하석 목사를 만나다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 2년 전 발달장애인 당사자 및 시민옹호 지원 사업 수행기관에 선정
이번 달 시민옹호 참여자들 모여 발대식 예정

편집자주_시민이란 자신의 권익을 스스로 지키는 사회적 존재이다. 한 마디로 나를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것마저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발달장애인들이다. 자기 결정과 의사표현이 어려워 권익을 침해당해도 알릴 수가 없다. 군내 발달장애인은 약 600명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목소리는 잠겨있기만 했을까. 아니다. 발달장애인들이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시민옹호인’들이 있었다. 그 중 한 명인 김하석 목사(군북면 이백리교회)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민옹호인 3년차 김하석 목사가 시민옹호의 개념과 시민옹호인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시민옹호인 3년차 김하석 목사가 시민옹호의 개념과 시민옹호인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 보이지 않아서 낯선 단어, ‘시민옹호인’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는 ‘시민옹호’를 ‘권익옹호를 받는 사람들도 시민들과 유사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장애인과 같이 자신의 권익을 스스로 지키기 어려운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지원한다는 의미이다. 다소 어렵다. 그래서 김 목사는 보다 더 쉽게 정의했다.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일반 주민들에겐 낯선 단어일 테지만, 김 목사가 시민옹호인으로 활동한 지는 벌써 3년차다. 한 마을교회의 목사, 지역 봉사단체인 ‘가족봉사단’ 대표 등 지역 내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펼친 그이지만, 그가 시민옹호인으로 활동 중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사람들이 발달장애인을 상대로 하는 활동에는 관심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2년 전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은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에서 주관하는 ‘장애인 권익옹호 지원체계 확산을 위한 2019년도 발달장애인 당사자 및 시민옹호 지원 사업 수행기관’에 선정됐다. 협회는 전국 장애인복지관을 대상으로 공모해 이 중 10개 기관을 선정했는데,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이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런 희소식은 군내에서 관심을 끌지 못했고, 시민옹호인을 상시 모집 중이지만 현재 13명만이 활동 중인 상태다. 김 목사는 초창기 멤버였다. 

■ 등산, 영화관람, 케이크 만들기… 일상을 함께 그리다

시민옹호인은 거창한 행사장이 아닌 발달장애인들의 일상으로 침투한다. 일회성 행사에서 그치는 일반의 봉사활동들과 다르다. 정해진 활동 시간은 없다. 보고 싶을 때마다 만나 함께 산을 오르고, 영화를 보고, 케이크를 만들어보기도 한다. 인위적인 만남이 아니라 서로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함께 그려나가는 게 핵심이다. 김 목사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해 아쉽지만, 수시로 전화하고 편지를 쓰며 안부를 묻는다. 최근에는 내 ‘짝꿍’이 보고 싶어 선물할 책에 안부 문구를 적어 보냈다”고 서로간의 유대감을 자랑했다. 

당연히 옥천군노인장애복지관도 이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들의 월 2회 만남에 활동비 3만원을 지급한다. 이들이 서로 만남을 갖고 일지를 작성해 제출하면 활동비를 지급하는 식이다.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 김양욱 사회복지사는 “상시적으로 간담회도 열어 이들의 만남이 건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피옹호인들과 상담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우리는 친구, 그래서 우리는 ‘더치페이(각자 내기)’ 한다

일반의 봉사활동을 생각하면 ‘베풂’, ‘희생’, ‘시혜’ 등의 단어가 떠오르기 쉽다. 하지만 시민옹호 활동은 그것과 다르다. 동등한 위치에서 관계를 맺는다. 말 그대로 친구다. 때문에 같이 밥을 먹더라도 자기가 먹은 음식은 자기가 계산한다. 이는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이 최근 들어 추구하는 패러다임의 변화와도 궤를 같이 한다. 김양욱 사회복지사는 “보통의 사람들은 장애인들의 권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그것을 단순히 시혜적 성격으로 보려는 경향이 짙다”며 “시민옹호인들과 피옹호인들은 독립적인 관계를 통해 서로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동등한 관계”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 복지관도 기존에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혜적) 측면이 강했다면, 이제는 발달장애인이 지역 내에서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지원해주는 쪽으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목사도 시민옹호인으로서의 자질을 물은 질문에 “누구나”라고 말하면서도, 한 가지 단서조항을 달았다. 그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에서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김 목사는 시민옹호인을 “비장애인과 장애인은 다르다는 인식을 지워나가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동안 우리는 타인을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인정하고 포용하는 자세로 대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이 ‘다름’마저 틀렸다고 김 목사는 강조한 것이다. 

■ 취지만큼 중요한 모니터링과 시민옹호인 교육 

시민옹호라는 아름다운 명패만큼이나 중요한 게 있다. 이들의 만남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다. 인간사회란 만남 속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갈등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신의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발달장애인들에게 관계 속 갈등은 버거울 수 있다. 이에 김양욱 사회복지사는 “우리는 시민옹호인과 피옹호인들 간의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며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옹호인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갈등 상황을 사전에 예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민옹호인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진행하는 16시간의 초기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시민옹호인에 대한 개념과 역할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만 활동이 가능하다. 시민옹호 활동이란 일반의 봉사활동처럼 베풂과 희생으로만 채워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1년에 네 번 복지관에서 실시되는 교육도 이러한 시민옹호인으로서의 역할과 책무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 “시민옹호인들이 더욱 많아지길” 

얼마 전 김 목사에겐 한 가지 바람이 생겼다. 군내 13명의 시민옹호인들이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단체’에 소속되어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복지관에 건의했다. 현재 시민옹호인들은 어느 단체의 구성원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독립된 존재들이다. 복지관에서 관리, 감독만 받고 따로 활동한다. 그래서 주민들의 눈에 더욱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김 목사에겐 시민옹호인들의 활동 범위와 횟수를 보다 넓혀 더 많은 시민옹호인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복지관은 김 목사의 요구에 적극 응답했다. 이번 달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시민옹호인 단체 발대식을 갖기로 한 것이다. 소소하긴 하지만 의미 있는 날이라고 김 목사는 부풀어 오른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에 김양욱 사회복지사도 “사실 우리 복지관에서 시민옹호인분들을 일일이 관리하고 지원하는 게 힘들기도 했는데, 김 목사님께서 자처해 주도적으로 단체의 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하니 고마울 따름”이라면서도 “시민옹호인 단체에 대한 지원과 감독은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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