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지붕 밑에 이사 온 2마리 새끼제비
3일 귀여운 새끼제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옥천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황구영씨에게서 3일 오후 다급한 연락이 왔다. 옥천상가 앞에 있는 서광떡방앗간 처마 밑에 제비 가족이 둥지를 틀었다는 것. 연락을 받은 제비 전문 기자가 출동했다. 지난달 4일 안남면 연주리에 있는 배바우 농약사에 자리를 잡은 제비 가족 역시 취재한 경험이 있기 때문. 지난번 취재 때는 망원 카메라를 가져가지 못해 창문 틀 위에 올라가 힘겹게 사진을 찍었다. 이번 만큼은 만발의 준비를 하고 서광떡방앗간으로 향했다. 그렇게 새끼 제비 2마리의 모습을 사진 속에 담았다.
서광떡방앗간을 38년 간 운영해 온 김영구(68)씨. 제비 가족이 둥지를 틀고 살 수 있게 해 준 은인이다. 한달 전 둥지를 틀 때만 해도 총 3마리의 새끼제비가 있었는데, 그 중 한마리는 둥지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 온전히 새끼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새끼 제비를 위한 안전장치를 준비했다. 정사각형으로 자른 스티로품을 둥지 아래에 받친 것. 바람이 불어, 혹여나 어미에게 먹이 달라 아우성 치며 떠밀릴까. 여러 걱정이 앞섰기에 발 벗고 나섰다.
김영구씨는 "지난해에도 제비들이 이리저리 방앗간 주변을 왔다갔다 했다. 그때는 둥지까지 틀지 몰랐다"며 "그런데 한달 전에 살펴보니 제비가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한 마리는 아쉽게 떨어서 죽긴 했지만 두마리라도 건강하게 자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물론 고충도 있다. 자그만 제비 한 마리가 싸는 똥의 양이 생각보다 어마무시하다. 매일 아침마다 똥 치우느라 고생이다. 그래도 방앗간 지붕 아래 소중한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존귀함에 하는 일이다. 그는 "제비 새끼들이 꽤 많이 자랐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날아갈 것 같다"며 아쉬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읍내에 흔치 않게 제비 가족이 둥지를 틀었다며 기분 좋은 제보를 해 준 황구영씨. 황구영씨는 "서광떡방앗간이 대박이 날려나 보다"며 "손님을 기다리다가 만난 작은 행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