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송건호기념사업회 주최로 4월 6일 '족벌 두 신문 이야기' 김용진 감독과의 대화 열려
영화는 일제·독재 권력·경제 권력에 굴복한 조선·동아 역사 묘사
옥천군민 “언론 역사에 아쉬움을 느낀다”

#1 군서면 하동리에서 태어난 이인석 상병은 1939년 6월 낯선 타지 중국에서 일제 군인 신분으로 죽었다. 일제가 지원병 제도를 시행한 이후 중일전쟁에서 처음으로 전사한 조선인이다.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이 상병의 기구한 사연을 보도하지 않았다. 전쟁의 참상, 개인의 아픔도 그리지 않았다. 다만 그를 영웅화했다. 1939년 9월 조선일보는 이 상병이 “숨쉬기가 급한 중에도 ‘천황폐하 만세’를 삼창하고” 전사했다고 썼다. 1939년 7월 동아일보는 “(전사는) 남자의 당연한 일이니 슬픈 것은 조금도 없습니다”는 이 상병 부인 말을 전했다. 

#2 2019년 6월 신동아는 ‘하나님의교회’에게 7억 원을 발행비로 받고 32페이지짜리 기사를 썼다. 2016년 1월 월간조선은 신천지 이만희 목사를 인터뷰한 광고 기사를 실었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적발한, 광고라 표기하지 않고 기사 형태로 내보낸 ‘기사형 광고’는 총 4만 7천여 건. 심의 대상은 신문 60여 종, 잡지 50여 종이었다. 이 가운데 조선일보가 6천여 건으로 1위, 동아일보가 5천여 건으로 2위에 자리했다. 두 신문을 합치면 1만 1천 건으로 전체 기사형 광고의 20% 넘는 수치를 차지한다. 

#3 조선일보, 동아일보 사주 가문은 정치·사회·경제계와 혼맥으로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경제계와 많이 엮여있다. 혼맥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조선일보는 아모레퍼시픽, 농심, 동부, 고려아연 등과 연결된다. 동아일보는 삼성, 현대, GS 등으로 이어진다. 두 신문사가 대기업을 옹호하는 논조를 보일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1991년 김중배 동아일보 전 편집국장은 “정치권력보다는 자본의 언론 통제가 더 원천적이고 영구적일 것”이라는 ‘김중배 선언’을 남긴 바 있다. 

조선일보*동아일보 100년 역사를 다룬 '족벌 두 신문 이야기' 포스터 (사진제공: 뉴스타파)
조선일보*동아일보 100년 역사를 다룬 '족벌 두 신문 이야기' 포스터 (사진제공: 뉴스타파)

2020년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았다. 두 신문은 100주년 사설에서 과거 일제 강점기, 독재 정권 시절 저항했던 자사의 역사를 강조했다. 영화는 다른 관점에서 두 신문을 바라봤다.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두 신문이 애써 피하려는 역사를 직시해야 언론이 미래에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4월 6일 오후 6시 20분 옥천 향수시네마에서 청암송건호기념사업회(회장 조만희)가 주최·주관한 <족벌 두 신문 이야기> 김용진 감독과의 대화가 열렸다. 김 감독이 관람객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은 뒤 영화를 상영했다. 김 감독은 1987년 KBS에 입사해 부산방송총국, 탐사보도팀 등에서 26년 동안 기자로 일한 뒤 2013년부터 뉴스타파 대표를 맡고 있다. 대화엔 김재종 옥천군수, 안창익 옥천경찰서장 등 주요 기관단체장 및 옥천군민 20여 명이 참여했다. 

감독과의 대화에선 군민들이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이 훈 씨는 “전반적인 언론 신뢰도가 하락한 상황에서 조선일보, 동아일보만 다루는 건 정치적 동기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겠냐”고 물었다.  

김 감독은 “독자를 속이는 기사형 광고, 포럼 행사 명목으로 받는 참가비 등 언론사의 ‘나쁜 문화’는 매체를 가리지 않는 문제”라면서도 “나쁜 문화가 어디서 시작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계 중축인 ‘조·중·동’이 기사형 광고 등을 내보내기 시작하면 다른 언론사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청암송건호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족벌 두 신문 이야기' 상영회가 6일 옥천 향수시네마에서 열렸다. 지역 주민 20여명이 참여해 영화를 관람하고, 김용진(뉴스타파 대표) 감독과 질문을 주고 받았다.
청암송건호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족벌 두 신문 이야기' 상영회가 6일 옥천 향수시네마에서 열렸다. 지역 주민 20여명이 참여해 영화를 관람하고, 김용진(뉴스타파 대표) 감독과 질문을 주고 받았다.
'족벌 두 신문 이야기' 김용진 감독
'족벌 두 신문 이야기' 김용진 감독

언론사 수익 구조를 어떻게 가져가야 정치·경제 등 여러 이해관계에서 독립할 수 있겠냐는 질문도 나왔다. 김 감독은 “광고를 수주하지 않는 대신 독자 후원 기반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시민이 순수하게 후원하는 체계여야 경제적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Non-Partisan’이라 불리는 미국 독립 언론 매체의 비당파·비영리 모델을 설명했다. 김 감독에 따르면 독자 후원으로 운영하는 미국 독립 언론 매체가 2020년에만 160개 넘게 생겼다. 
옥천군민들은 3시간가량의 긴 영화 분량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영화를 지켜봤다. 군민들은 “분노한다”며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정진국 동북상회 대표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언론에 아쉬움을 느낀다”고 했다. 김봉대 씨는 “(좋은 영화라)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라면서도 “영화 시간이 길어서 내용을 압축해 상영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숙제 옥천작가회의 회원은 “뉴스타파의 심층적인 보도로 두 신문의 역사를 더 자세히 알게 됐다”며 “지역사회 내 옥천신문은 언론의 올바른 길을 잘 걸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족벌 두 신문 이야기> 감독과의 대화를 기획한 조만희 청암송건호기념사업회 회장은 “옥천은 송건호 선생님의 뜻이 자란 곳이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유의미한 영화였다”며 “앞으로도 (바른 언론을 추구하는) 우리 사업회의 정신이 이어나가게끔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송건호 선생(1926~2001)은 군북면 비야리 출신으로 군사 정권에 맞서 언론 자유 운동에 앞장섰고, 1988년 한겨레 창간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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