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화재예방 사각지대로 방치되어온 마을, 이세원(71) 이장이 적극 제안해 비상소화장치 도입
옥천소방서 예산 1천400만원 투자해 직접 설치
작동방식도 간편해 모든 주민이 직접 활용 가능
옥천소방서 오대리 이외 화재 취약 지역 계속 찾아볼 터

장창훈 옥천소방장이 지역주민과 함께 비상소화장치를 작동하고 있다.
장창훈 옥천소방장이 지역주민과 함께 비상소화장치를 작동하고 있다.

‘섬 아닌 섬’.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어 화재가 나면 쑥대밭이 될 옥천읍 오대리 마을에도 화재발생시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소화 장치가 설치됐다. 마을이 생긴 이래 처음이다. 귀촌 3년차인 이세원 이장(71)의 적극적인 요구가 큰 몫을 했다. 비상소화장치는 화재발생 초기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지역 주민 스스로가 활용하는 시설이다. 이로써 오대리는 최대 반경 300m 내 화재까지 진압할 수 있는 이 비상소화장치를 통해 자체적으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예전부터 오대리는 불이 나면 대책 없는 마을로 알려져 있었다. 1980년 대청호가 만들어지면서 육지로의 길이 막혔다. 때문에 선박을 이용하지 않고선 육지로 나가기가 어렵다. 극심한 한파로 대청호가 얼어붙으면서 마을 전체가 고립된 적도 있었다. 임도가 있긴 하지만 차량이 드나들기엔 다소 위험하다. 당연히 소방차가 들어오기는 더욱 곤란한 탓에 화재가 발생하면 크나큰 인명·재산 피해를 눈 뜨고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끔찍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5년 전 옥천에 정착해 3년 전 이곳 오대리로 건너온 이세원 이장(71)의 눈엔 마을의 이러한 처지가 가장 먼저 밟혔다. 이 이장은 “산불이라도 나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당시의 소회를 풀어놓으며 “화재사고는 무조건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마을 내 화재사고는 없었지만 이 이장은 40년 가까이 화재예방의 사각지대로 방치되어 온 오대리의 존재를 알리기로 마음먹고 지난해부터 옥천소방서(청장 장창훈)에 기초소방시설 설치를 적극적으로 건의했다.

사실 오대리의 비상소화장치 설치는 옥천소방서의 의무사항은 아니었다. 2년 전부터 집집마다 주택용 소방시설을 갖추자는 취지로 전개된 ‘범국민 소화기 갖기 운동’ 캠페인이 전부였다. 비상소화장치 설치는 예산이 많이 드는 탓에 1년에 한 곳에만 설치할 수 있다. 이에 옥천소방서가 올해 1천 400만 원의 예산을 가지고 오대리에 비상소화장치 1개소를 설치할 수 있었던 데 대해, 재난대응총괄팀 이범혁 팀장은 “오대리 이장님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예산확보가 되자마자 금년도 설치 대상 지역을 오대리로 결정할 수 있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오대리는 고령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만큼 비상소화장치의 수월한 작동에 있어서도 세간의 우려가 적지 않다. 그래서 지난 1일 장창훈 옥천소방서장은 오대리를 방문해 이 이장을 포함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직접 비상소화장치를 작동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날 화재 진압 모의 훈련에 직접 참가했던 이 이장은 “스위치만 누르면 물이 분사되는 간단한 조작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주민도 활용할 수 있었다”고 기억하며 “호스릴이 동파될 일이 없게 장치 내 열선처리도 잘 되어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대리의 이번 비상소화장치 설치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동체의 취약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알린 마을의 주민과, 이에 적극적으로 응답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지역 내 공공기관의 협력으로 이룬 성과다.

이에 옥천소방서는 앞으로도 오대리와 같이 화마로부터 취약한 지역을 끊임없이 물색, 주시할 예정이다. 옥천군 내에는 화재예방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옥천소방서 재난대응총괄팀 이범혁 팀장은 “비상소화장치는 1년에 한 곳밖에 설치를 못한다”며 예산 부족을 안타까워하며 유관기관들의 협조가 있다면 더욱 수월할 것이라는 속내를 밝혔다. 이어 이 팀장은 “오대리 이장님과 같이 다른 마을의 주민들께서도 비상소화장치 설치를 요구해 주시면 센터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상의해 자체 심의를 거쳐 가장 우선 요구되는 지역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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