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장 인터뷰] “마을에 이장 찾는 사람 많아 즐거워요”
[새 이장 인터뷰] “마을에 이장 찾는 사람 많아 즐거워요”
  • 김기연 시민기자
  • 승인 2021.04.0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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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서면 하동리 김희일 이장

마을에 오면 늘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좋다고 했다. 4개의 자연마을 80여 가구, 비닐하우스, 컨테이너까지 일일이 찾아다니고 인사했던 그는 어쩌면 천상 ‘이장’이었는 지도 모른다. 명함 뒷 편에 네임펜으로 큼지막하게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마을 사람들에게 전부 나눠주었다. 고령의 노인들도 필요하면 쉽게 언제든지 전화할 수 있도록. 그래서 그는 수시로 전화를 받고 매일 정신없이 바쁘다. 일상적으로 마을 일을 한다는 것은 다소 피로한 일이지만, 또 동시에 보람있는 일이기도 하다.

1월부터 새 임기를 시작한 군서면 하동리 김희일(65) 이장 이야기다. 그는 군서초, 옥천중, 옥천공고를 나온 옥천토박이다. 4남매 중 장남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바로 다녀온 후 공산품 검사소에 취업하고 나서 4년 전까지 중소기업청 대전지사 공무원으로 쭉 재직해왔다.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대소변을 못 가리자 그는 생각할 것도 없이 곧바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매일 조석 공양을 하며 정성스레 모셨고 다시 찾은 고향에서 주민들한테도 깍듯하게 대했다. 그런 모습을 눈여겨 본 주민들은 벌써부터 김희일씨를 차기 이장으로 점찍어 놓았다. ‘봉사 활동 좀 한번 해볼텨’ 이 말이 첫 제안이었다. 경선도 없었고 단독추대로 박수를 치고 통과됐다. 그는 이장에 추대되자 마자, 여러가지 불합리한 부분을 순식간에 바꿔내는 추진력을 보였다. 이장 개인 명의로 되어 있던 마을 재산이 자칫 빚 등으로 인해 차압당하면 마을 재산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세무서에 신고해 마을회 고유번호증을 만들어 마을 명의로 다 돌려놓았다. 공과 사가 분명해야 괜한 오해가 없이 서로 편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총회 회의록 작성, 정관 마련 등 까다로운 서류절차가 있었지만, 이미 공직생활을 해 온 터라 순식간에 해치웠다. 그는 중소기업청 퇴임 이후에도 ‘삼식이’를 면하려고 대전 계기 기술고문을 맡아 월, 수, 금 2시간씩 대전 출타를 하는데 그 이후에는 전부 마을 일이다. 산 밑에 고사리 농사도 짓고 먹을 채소도 손수 짓고 있다. 

“찾는 사람이 많아서, 제가 오길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보람됩니다. 의외로 이장 일이 정말 많더라구요. 코로나19백신 맞는 것도 다 동의서가 필요해서 일일이 30여 가구 찾아다니면서 동의서 받느라 진땀 뺐습니다. 이장 일은 받는 수당에 비할 바가 아니더라구요. 그걸 넘어서는 의지가 필요한 일이에요”

하동리는 이성학 면장, 박희무 부면장 등 공무원 출신이 많고 포도농사를 많이 짓는 마을이다. 옥녀봉, 마리뜰, 새터, 마고실 등 4개 마을이 있는데 가장 큰 마고실 마을에서 이장이 나온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고. 마을이 여기저기 나뉘어져 이장 일보기도 힘들지만, 그는 특유의 부지런함과 성실함으로 이를 풀어낸다.

“하동리 숙원사업은 아직도 농로포장과 수로정비가 안 된 곳이 꽤 되어요. 이것부터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지난해 폭우 때 몇 개 수로가 망가졌거든요. 이걸 빨리 보수해야죠. 또 독립운동을 했던 마을이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김순구 열사의 충민사가 있는 마을이니까요. 이런 특징을 잘 살리는 마을이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큼지막하게 손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은 명함과 하동리 마을회 고유번호증, 이 두가지는 그가 앞으로 마을에 어떤 일을 하는 이장이 될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그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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