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문향] 우포늪 자전거 트래킹
[지용문향] 우포늪 자전거 트래킹
  • 옥천닷컴
  • 승인 2021.03.2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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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의 힘/유성희

해 질 녘에 우포늪에 도착했다. 빛을 흘리며 해가 산 위를 넘어가고 있다. 남은 붉은빛은 엷게 퍼지며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주차장에는 집에 가고 싶은 서너 대의 차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텅 빈 관광지를 걸었다. 안내소의 문도 닫혔다. 멀리 보이는 생태관은 화석처럼 서있다. 그래도 우리를 반기는 건 울타리를 타고 피어 오른 장미꽃이다.

그들은 몸을 섞으며 사랑하던 몸짓을 멈추고 얼굴을 붉히며 우릴 바라보았다. 못 본 척 고개를 돌리니 대여용 자전거를 포장으로 막 덮고 문을 걸어 잠그려는 아저씨가 보였다. ‘아!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자전거를 탈 수 있었을 텐데...’라고 혼잣말을 했다. 자전거를 덮어 정리하던 그는 흘깃 나를 보며 물었다.

“타실래요?”

안장이 둘이 있는 빨간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언젠가 영화 속에서 본 그런 자전거이다. 그는 자전거 앞에서 여러 포즈를 취하게 하고 사진부터 찍어 주었다.

우리는 자전거에 올라탔다. 그러나 금방 휘청거리며 발을 땅에 놓았다. 둘 다 자전거를 탈 줄 알았지만 함께 타는 2인용 자전거는 처음이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그가 웃으며 다가왔다. 자전거 타는 요령을 알려 주었다.

“오른발을 똑같은 높이에 올려놓고 시작하는 거예요”

발의 높이를 시범을 보이며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우리는 나아가려다 다시 휘청이며 멈춰 섰다. 혼자서는 자전거를 잘 탔었는데 둘이 하나가 되어 타려 하니 자꾸만 허둥거리며 중심을 잃었다. 몇 번이고 다시 올라타며 숨 고르기를 했다.

나는 한 남자를 사랑했다. 그 남자와 함께 하는 세상은 어디라도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붉은 장미처럼 뜨겁게 사랑했다. 만났다가 헤어짐이 싫어 25살에 빨리 결혼을 했다. 그렇게 떨어지기가 싫었는데 결혼 후 붙어살며 삐그덕댔다. 함께 하면 늘 신나게 달릴 줄 알았는데 넘어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바닷가에서 자란 그는 젓갈이 많이 들어간 김치를 좋아했다. 나는 젓갈 냄새가 역겨웠다. 먹는 취향이 다르다는 것이 사랑을 시험했다. 연애 할 때는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며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 그 때는 서로 다름이 신기하고 호기심이 생기고 재미있었는데 결혼 후에는 이상하게 짜증이 났다. 게다가 시댁 식구들부터 친정 식구들까지의 관계 문제는 복병이었다. 넘어 질 뻔하기도 했다. 결혼생활은 자전거 안장에 다시 올라타듯 서로를 조정해 가야 했다.

2인용 자전거에서 몇 번이나 안장에서 내려와 다시 재정비 하고 자전거를 탔다. 어떨 때는 둘이 함께 “하나, 둘, 셋!”하며 구령에 맞춰 올라타기도 했다. 제법 굴러가나 했더니 작은 돌짝 길을 지나며 덜컹거렸다. 그 때 나는 약간 왼쪽으로 몸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앞에서 운전하는 남편은 오른쪽으로 기울였다. 자전거는 또 한번 크게 흔들렸다. 그러다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질 뻔했다.

결혼해서 크게 싸웠다. 어떤 문제 앞에서 헤쳐 나갈 방법이 좌우로 달랐다.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돌려 말하고 덮어주고 참아주던 인내는 무너졌다. 싸움이란 짧은 시간에 정직하게 상대방과 마주하는 것이다. 나의 속내를 가감 없이 쏟아 놓으니 잠시 속이 시원했지만 후유증은 길게 갔다.

2인용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한 목표를 향해 둘이 중심을 잡고 함께 가는 것이 결혼 생활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멀리 우포늪이 펼쳐졌다. 넓은 호수 같았다. 거기엔 왜가리 한 쌍이 유유히 거닐고 있었다. 잘 달리던 자전거가 다시 좌우로 기우뚱거렸다. 우포늪을 바라보느라 잠깐 중심을 잃은 남편 때문이다. 그러나 탓하지 않았다. 자전거를 멈추고 안장에서 내렸다.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렸디. 이마의 땀이 날아가며 시원함을 더했다.

아이들을 낳고 기르며 애들처럼 우리도 싸우며 커갔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의 방법 차이로 자주 투닥거렸다. 어느 날 큰 맘 먹고 우리 부부만의 여행을 떠났다. 앞만 보고 달려오던 길을 멈추고 시원한 바람 앞에 서있는 느낌이었다. 그제야 함께 가야 할 방향이 조금씩 보였다.

이제 자전거가 잘 달린다. 호흡이 맞아가는 것이다. 간혹 자전거 안장에서 내렸다. 흔들려서 내리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곳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내린 것이다.

우리도 이제야 자전거를 즐기며 타듯 살아간다. 하늘에 물든 붉은빛이 우리 가슴에 옮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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