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체전 4개 종목 출전한 체육인 김진용씨가 만든 인생 2막 작품
양주시의 브라스 카페 꿈꾸며 목공 카페에 새로운 도전을 하다
공예품 구경도 하고 구매도 하고 차도 마시고, 직접 목공도 배우는 다기능 카페

충북산과고 가는 길에 작은 '숲'이 생겼다. 안이 훤히 보이는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은은한 나무향이 코를 찌른다. 마치 피톤치드가 몸에 스며들 듯 건강한 느낌이다. 온통 나무다. 나무를 가공한 여러 공예품들이 인테리어 소품처럼 멋지게 진열되어 있고 탁자도 의자도 나무다. 나무들 속에 둘러쌓여 있는 그 느낌은 마치 숲에 온 것 같다. 공예품 뿐만이 아니다. 안의 투명유리창 한 켠에는 작은 목공소가 구비되어 있다. 모든 나무공예품을 여기서 직접 만들 수 있다. 차 한 잔 마시면서 즉석에서 바로 원데이 클래스로 나무 공예품을 직접 만들 수 있고 다른 공예품도 감상하고 사갈 수 있는 우드갤러리 카페 '포레'가 새로 개업했다. 새로운 형태다. 프랑스어 포레(Foret)는 남성형 명사로 쓰일 때는 구멍 뚫는 도구인 송곳이나 드릴 따위를 나타내는 말로, 여성형 명사로 쓰일 때는 숲, 삼림, 산림지대의 뜻으로 통용된다. 우드갤러리카페 포레는 두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 있는 셈이다. 그를 1년 전에 옥천읍 교동리의 옥천목공방 박정길씨의 작업실에서 본 적이 있다. 귀퉁이에서 매일 찾아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는 그를 눈여겨 봤다. 몰입과 집중, 열정과 의지가 느껴졌었다. 그런 그가 1년 만에 일을 낸 것이다.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충북도민체전 축구, 족구, 육상, 배드민턴 등 4개 종목에 나간 이력이 있고, 옥천배드민턴 클럽 회장과 실용자전거협회 회장 등을 지내며 지역에서 나름 알려진 체육인 김진용씨는 내일모레 환갑을 앞두고 인생 2막을 계획하고 있었다. 

원목도마들.
우드펜과 작품들.

■ 인생 2막을 열 후보 중 ‘제빵’을 제치고 ‘목공’에 집중하다

맨 처음에 불쑥 떠오른 건 제빵이었다. ‘제빵’을 배워서 인생 2막을 열어보자는 생각으로 평소 알고 지내던 하얀풍차에서 견습생을 자처하며 배움을 요청한 터였다. 이미 제빵을 할 수 있는 기계 견적도 다 알아보았고 막 배우면 되는 그 시점에 목공이 그야말로 ‘훅’치고 들어왔다. 지인의 ‘목공’추천에 당시 옥천읍 장야리 목공방에서 돈을 내고 배워보니 목공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린 것이다. 어느새 제빵의 자리를 목공이 차지하고 있었다. 1~2개월 배우자 그 목공방이 대전으로 이사가는 바람에 배움이 끊겼다. 한번 시작한 배움은 멈출 수가 없었다. 네이버 밴드 ‘함께 하는 초보 목공’에 가입하여 회원들과 ‘눈팅’을 하며 목공을 하던 중 밴드 운영진 몇 명이 옥천에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김진용(60)씨에겐 다시 찾아온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그 뒤로 박정길씨의 옥천목공방을 그야말로 제 집 드나들 듯 한 것이다. 정말 열심히 배웠다. 풀풀 날리는 나무 먼지 먹어가면서도 나무를 열심히 켰다. 분명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카페와 결합한 멋진 목공방을 열고 싶다는 목표, 이미 선진지 견학 사전 조사까지 마쳤다.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브라스’가 바로 그곳이다. 여기는 목공소와 목재창고, 카페 등이 결합되어 연예인들도 많이 올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 브라스는 자재창고만 100평에, 가공공장은 200평, 카페는 무려 3층이다. 그 정도의 규모로는 만들 수 없지만, 똑같은 성격의 우드갤러리카페를 만들고 싶었다. 마침 비어있는 본인 건물 1층 공간이 떠올랐다. 목공은 목공대로 배우면서 카페 구상도 함께 몰입했다. 인테리어는 나무로 직접 하기로 했다. 틈틈이 만든 나무 공예품을 전시하고 반짝이는 등도 직접 만들어 끼웠다. 테이블과 의자 등도 웬만하면 손수 만들었다. 목공기능사 2급 자격증도 취득했다. 57평이나 되는 공간에 공예품 갤러리와 카페, 목공소까지 분할하니 꽉 차보였다. 차를 마시면서 나무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가고 즐길 수 있는 최적의 공간으로 만든 것.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원데이클래스는 매일 수강생이 끊이지 않는다. 재료에 따라 3~12만원 정도의 비용만 지불하면 원하는 빵도마나 트레이, 플레이팅 도마 등을 직접 만들어 갈 수 있다.

재미 붙이기 시작하면 자주 오게 된다. 얼마전 군북면에서 식당을 하는 분은 새로 지은 집에 여기서 만든 조명을 달고 싶다면서 구매 의사를 밝히고 ‘찜’해 놓기도 했다. 기백만원을 호가하는 제품이다. 

스크롤쏘를 활용한 작품.
공방에서 작업 중이던 김진용씨, 공방은 갤러리 뒤 쪽에 있다.

■ 옥천목공방 박정길 대표에게 배워 새로운 장을 열다

인생 2막의 문을 활짝 열어제꼈지만, 20년째 하고 있는 본업인 KDF렌트카는 계속한다. 카페의 수입을 아직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19시국이라 더 걱정이 되긴 한다. 하지만, 천천히 카페도 운영하고 원데이클래스를 본격적으로 재개하면서 카페에 조금 더 집중할 생각이다.

“사람들은 많이 오지만, 재료비 외에 크게 많이 받진 않아서 이 일만 하면 당장은 좋은데 굶어 죽을 것 같더라구요. 사람들이 카페랑 공방이랑, 갤러리랑 연계해서 하지 않는 이유가 생각보다 큰 돈이 안되기 때문이에요. 다른 곳을 봐도 전문적으로 하지, 이렇게 하는 데가 없어요. 하지만, 옥천에도 이런 곳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런 카페를 열게 되었어요”

그래서 당장 본업은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인생 2막을 기운차게 연 목공은 당분간 이어갈 생각이다. “대전에서 유명한 카페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조카와 조카 며느리에게 카페 매니저 일을 부탁할 생각도 있어요. 후에 갤러리 카페가 안정적으로 자리잡게 되면 학생들이나 어르신들에게도 봉사 차원으로 수업도 진행해보려고 고민하고 있어요. 경로당에서 진행하는 무료 이동 수업도 계획 하고 있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들로 준비하려고요. 가령 수저 만들기 같은 거요.”

그의 꿈은 봄꽃처럼 몽글몽글 영글어 가고 있었다. 

“목공을 왜 하냐구요? 어떤 매력에 빠져 들었냐고요. 모든 목공하는 이들에게 물어보면 다 같은 대답을 할 거예요.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놀라워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그 재미에 흠뻑 빠져드는 거죠. 그 재미에 하는 거예요.”

그는 목공을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장비를 다루는 기술 뿐만 아니라 나무에 대해서 공부하게 됐다. 

“냄새는 호주에서 들어오는 캄포나무가 제일 좋아요. 한국에 들여오는 목재는 거의 인도네시아 것이 많구요. 한국 나무는 홍송이나 벚나무, 느티나무도 많이 써요. 쓰는 나무가 30여 가지는 족히 넘을 거에요. 나무마다 특성이 다 다르니까요.” 나무는 전문적으로 자재를 파는 곳에서 구해온다. 그리고 아낌없이 기술을 전수해 준 옥천목공방 박정길 대표에게도 고맙다. 

“그 친구가 아니었으면 본격적으로 목공방 할 엄두도 못 냈지요. 내년에는 목공기능사 1급 자격증에 도전해보려구요. 옥천에 새로 열린 우드갤러리카페 목공방에서 차도 마시고 공예품도 감상하며 직접 목공기술도 배워보아요. 언제든 환영입니다”

여러 블로그에는 벌써부터 글이 올라와 있다. 

‘갤러리랑 체험장이랑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소소하게 구경거리가 많아요. 잠깐 들려서 구경하고 나무향 맡으면 기분도 좋아지는 느낌이에요.’ ‘빵도마는 직접 나무 깎아서 만들기도 하는데 이렇게 과정은 이런 제품에 이름도 새기고 사포질도 하고 위험하지 않게 체험을 해서 아이들도 재밌게 하는 것 같더라구요’

취재하는 동안 벌써 원데이클레스를 하려고 두 명의 수강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포레 앞에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원목도마 만들기, 목공자격증 교육, DIY목공체험 기초교육, 우드팬만들기, 스크롤쏘 배우기, 학생, 5인이상, 가족은 체험비용 할인됩니다’ 옥천의 새로운 문화 명소가 되는 우드갤러리카페 ‘포레’가 주민들 속으로 어떻게 파고들 지 기대가 된다. 

 

 

문의 : 043-733-9777, 010-2890-7333
주소 : 충북산과고 정문 입구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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