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생애사 연대기] 핑퐁! 매일 기쁨과 감사를 스매싱하는 청춘엄니
[어르신 생애사 연대기] 핑퐁! 매일 기쁨과 감사를 스매싱하는 청춘엄니
  • 추억의 뜰 이연자 시민기자
  • 승인 2021.03.19 1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정심 1956년생

 

안남면의 멋진 풍광을 사랑해요. 인생의 환희와 비애가 마치 프리즘처럼 나의 경험을 통해 세상을 관통했지요. 열린 사고로 모두와 잘 소통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화창한 봄날의 따뜻한 햇볕이 얼었던 몸을 녹이고 벌판에 아련하게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바라보던 순진무구한 내가 어느새 어른이라는 사실이 낯설지만요. 오늘도 나는 룰루랄라 예쁘게 화장하고 화사한 미소와 함께 유쾌한 마음과 낙관론으로 무장한답니다. 모두 힘내세요!
또박또박한 말씨로 다 같이 행복하자고 말하는 박정심 ‘청춘엄니’는 소녀같이 예쁜 모습처럼 마음씨도 고우셨다.

■ 옥천복지관 탁구팀은 인생 최고 애정득템(얻을 득(得)자와 영어의 아이템(item)을 합성)

나는 주말부부였다가 2016년 퇴직해서 남편과 합쳤다. 퇴직하기 전까지 인생 참 빡세게 열심히 살아왔다. 그래서 제2의 인생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살기로 작정했다. 안남면은 나의 취향과 스타일에도 딱 맞는다. 문화가 풍성하고 세련되고 점잖은 풍류가 깃들어있기 때문이다. 나는 복지관에서 하모니카 등 10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이수하면서 4년째 탁구를 아주 열심히 치고 있다. 우리 탁구반은 회원이 30명인데 60세부터 83세까지 멋쟁이들이 수두룩하다. 15년 차이신 83세 회원님은 허리가 꼿꼿하시고 위풍당당하셔서 좋다. 나는 이제 겨우 게임에 끼게 되었다.  

퇴직해서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바로 탁구를 하게 되어서라고 당당하게 말하리라. 내가 초짜로서 밥도 많이 쏘면서 입문생 딱지를 일찍 뗐다는 게 비결 아닌 비결이다. 전국의 복지관에서 아마 우리 탁구반이 제일 매너있고 세련되었다고 하면 너무 티를 내는 건가? 호호호. 나도 복지관에서 탁구를 배우면서 사설 탁구장에서 일대일로 주 3회 20분간 기량을 배웠더니 실력이 빨리 늘었다. 탁구채는 대전에 나가 탁구전문 상가에 가서 구입했다. 공이 이리저리 가는 방향대로 돌아다니다 보면 서너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기분 좋은 땀이 온몸에 포로롱 돋아나며 상쾌한 샴푸 냄새와 함께 마를 때면 기분은 업,업,업(up)이다. 

■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듯 

나는 목포 신안군 보초면 바닷가에서 3남2녀의 4째 딸로 태어났다. 먼 외가 쪽 선대할머니가 김대중 대통령을 키웠다 한다. 시골이라 아들들은 모두 학교를 가르쳤는데 딸들은 빼놓았다. 언니도 늦은 나이에 공부해서 간호사로 보건소에서 근무했다. 나도 친언니처럼 늦깎이 공부를 해서 서울 신월동에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근무하였다. 국과수는 죽은 자의 변호사로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에 검시를 해서 자살 타살 사살 등을 규명하는 곳이다. 당시 여직원은 결혼하면 대부분 퇴직을 하였지만 나는 끝까지 다녔다. 말단 사무직으로 시작해서 민원실에서 사건 사고에 대한 접수업무를 끝으로 정년퇴직을 하였다. 

7남매의 다섯째로 태어난 남편과 소개팅으로 일 년 정도 서로를 알아갔다. 남편은 불광동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한참 올라가는 산속 부대에서 군무원이었다. 남편이 내게 반한 이유는 단 하나! 항상 상을 펴놓고 공부하는 내 모습 때문이었다고 한다. 실험실에서 보조업무를 하던 나는 승진욕심으로 퇴근해서 신설동 학원에 가서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많이 땄다. 나는 취미가 공부 말고는 별로 없었다. 방송대학교 가정학과를 졸업했는데 힘들게 공부해서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이다. 양가에서 보태준 것 없이 살림을 시작한 우리는 2남1녀 모두 잘 키워서 다 출가시켰다.

남편은 58세에 퇴직해서 마지막으로 효도한다고 둔주봉 가는 길목에 2층집을 지었다. 형님과 사시던 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1년 간 봉양하였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함께 사는 동안 나름대로 효도도 실컷 하고 어리광도 부려보며 서로가 편안해졌다. 96세 어머니가 떠나가시는 길에 평안한 임종을 지켰으니 짧지만 임팩트있는 효도를 다 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시댁이 예술적인 유전자가 있었서 시누님이 시인으로 등단했다. 남편 역시 계발할 기회가 없다가 퇴직해서 옥천에서 민화를 사사해서 전시회도 간간이 하고 있다. 가장 노릇으로 묻어두었던 예술성을 끌어내 민화작가로서 자아실현을 하고 있는 남편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우리 부부 정말 신통하게 연어가 힘차게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듯 살아오니 이루지 못할 꿈도 이루어진 기적 같은 삶이다. 인생에 감사하니 내 감사를 나의 지인들에게 나누고 싶다.

■ 하수를 얕보지 마라! 

이 적나라한 경구가 주는 의미를 처음에는 몰랐다. 88올림픽 때 현정화와 유남규 덕분에 붐이 일었던 탁구는 혼자 즐길 수 없고 짝이 있어야 플레이가 가능한 스포츠이다. 나이 들어 시작했기에 기본 정석을 익혀야 하고 이제 막 입문한 초심자들은 어색함으로 탁구반의 분위기에 압도될 수 밖에 없다. 별로 적극적으로 환대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 주눅들기 십상이다. 세월이 흘러 나도 중급 정도로 올라가니 초보의 서투른 공 넘김과 몇 번 핑하고 퐁하지도 않았는데 공이 도망가면 맥이 풀려버리더라. 고수님들의 바다와 같은 마음과 넓은 아량, 그리고 고매한 희생정신 없이는 초보를 상대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공을 정성스레 넘겨주는 고수님에게 그저 감사 또 감사할 뿐이다.

공이 맞을 때마다 핑, 퐁 소리가 나서 ‘핑퐁(ping pong)’이라고 불리는 탁구는 대표적인 생활 스포츠이다. 탁구는 유산소·근육 운동이 결합된 스포츠로 과격하지 않고 운동량이 많고 실내에서 즐길 수 있다. 같은 시간 동안 등산을 하는 것보다 칼로리 소모량이 1.4배 많고 폐기능 강화와 이리저리 공을 쫓아다니다 보면 근육 발달에 매우 좋다. 안전사고와 부상위험이 적어서 대표적인 실버 스포츠이다. 새로운 신세계에 입문한 기분으로 일단 나에게 맞는 최상의 취미를 찾았으니 이것 또한 너무나 행운이다. 일단 무조건 즐겁고, 기분좋고 이리저리 경쾌하게 통통 날아가는 공을 뒤따르다 보면 모든 근심 걱정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인생 페이지를 감사로 기록하며

옥천군에서 퇴직공무원 50명 정도가 금요일마다 모여서 봉사 활동을 했는데 열정이 대단했다. 보건소를 퇴직한 탁구부 절친의 소개로 합류했다. 코로나 때문에 소강상태지만 어서 풀려서 봉사를 열심히 하고 싶을 따름이다. 인간은 단순히 물질이 아니며 유기체 이상의 존재임을 나는 안다. 내가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보면 풀리지 않았던 인생의 마디 마디에서 신의 은총과 섭리가 있었다. 내 삶을 사랑으로 흐르게 하리라. 내가 소중한 존재이며 더불어 사는 주변 분들도 보석같이 귀한 존재이니 봉사와 감사로서 매일 매일 새롭게 빛나는 삶으로 함께 걸어가리라. 지루한 겨울이 어느새 끝나고 환한 봄이 왔으니 이제 기지개 크게 켜고 행복해지기로 해요. 제가 그리는 그림은 멈춰있는 정물화가 아니에요. 매일 새로운 그림을 그리죠. 내일은 어떤 그림을 그릴까. 벌써 설레요. 제 감사를 받아주세요. 호호호.

-안남에서 박정심-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