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영 (인턴기자)

내가 기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11월 초, 당시 나는 이제 막 카메라를 들고 배구장을 다니며 일명 ‘홈마’ 행세를 하고 있었다. 배구 직관을 하러 가면 배구와 관련된 직업을 가진 모든 사람이 부러웠다. 경기장 안내하시는 분부터 전력분석관, 안전요원, 심판 등등. 그 중에도 특히 눈에 띄는 직업이 있다. 바로 스포츠 기자다. 기자석에 앉아 바쁘게 사진 찍고 경기 내용을 기록하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하는 일도 내 적성에 가장 잘 맞으리라 생각했다. 사실 무관중 경기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경기장에 가는 것이 가장 부러웠다.. 하하...

학년 시간에 진로 탐방을 나간다며 가고 싶은 현장 별로 조를 짜고 있었다. 옥천신문과 대전충남 녹색연합, 그리고 지리산의 페미니스트 박이은실 선생님까지. 세 곳의 현장이 18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순서대로 저널리즘, 환경, 페미니즘에 대해 깊게 탐구해 볼 수 있는 현장이다. 나는 한 치의 고민 없이 옥천신문에 손을 들었다. 당시에는 풀뿌리 언론이 지향하는 공공성, 공동체성 등에 대해 전혀 모르고 단순 ‘기자’만을 생각했다. 그냥 백지상태였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11월 20일, 진로 탐방을 가는 날이 되었다. 친구들은 대부분 대전이나 지리산으로 향했다. 사실 가까운 대전이나 친한 친구들이 많이 갔던 지리산으로 갈까 고민이 되었지만 그래도 뚝심 있게 옥천으로 향했다. 나는 옥천에 문화예술 에포크 기간에 오아시스쌤 강의를 들으러 처음 가 봤다. 그전까지는 옥천‘허브’로만 알고 위치가 어딘지도 잘 몰랐다.

심지어 우리 학교와 꽤 가까운 데도 말이다. 이날은 두 번째 방문이다.

오전에는 카페 둠벙에서 고래실 국장님을 만나 뵈고 점심은 근처에서 쭈꾸미를 먹었다. 점심 먹을 때가 되니 설렘은 점점 긴장으로 바뀌었다. 옥천신문에서 인턴십을 생각 중이었기에 이번에도 인턴십 거절을 하실까 봐 긴장 되었다.

이전에 젠더 교육인 단체, 비건 패션 회사, 잡지사, 스포츠 관련 유튜브 채널 등 10곳 가까이 지원했으나 모두 거절을 했기에 더 긴장되었다. 원래 환경을 위해 밥을 안 남기고 다 먹는데 이 날은 긴장이 돼서 공깃밥을 반이나 남겼다. 심지어 쭈꾸미가 정말 맛있었는데 도저히 밥이 안 들어갔다.

옥천신문에 도착해서 이사님께 옥천신문을 비롯한 언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탐방을 다녀오고 학교 신문을 만들어 공론장을 형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건강한 언론은 단순 정보 전달뿐만 아닌 민주주의 공론장을 형성시키고 사람들의 공동체 감수성 함양에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과 자발성의 교육’을 하는 우리 학교에서도 사건 사고는 일어난다. 나는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으면 한다. 현실은 가까운 주변 친구나 가족만이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피해자가 공론화를 원해도 마땅한 공론장이 없다. 결국 피해자만 마음고생을 하다가 사건은 무관심 속에 잠겨버린다. 친구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나는 공감 능력과 사회성이 없어서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학교로 돌아와서 인턴십을 가기 위해 자소서를 쓰기 시작했다. 1주일 넘게 고민하며 자소서를 썼다. 덕래쌤을 비롯해 여러 선생님을 쫓아다니며 자소서 좀 봐달라며 선생님들을 졸랐다. 혹시나 떨어질까봐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렇게 쓴 글을 메일로 보냈다. 선생님께서 평소에 찍은 사진 포트폴리오로 첨부하라고 하셨는데, 실수를 했다. 포트폴리오를 깜박했다. 다시 보내야 하나 생각하던 찰나 이사님께 전화가 왔다. 옥천신문에서 인턴십을 해도 좋다고 하셨다. 약간 과장해서 울 뻔했다. 그렇게 인생 첫 인턴십을 하게 되었다.

옥천신문사에서 그때그때 취재거리가 있을 때마다 취재를 나갔다. 새로 개업한 가게 사장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제보를 하는 사람들, 생활체육 동호회 회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고등학생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옥천신문 인턴십은 편협한 내 시야를 넓힐 기회가 되어 준 것 같다. 취재를 나가며 다양한 사회 문제를 마주했다.

평소엔 그저 ‘밥을 먹는 곳’인 식당이다. 내가 인턴십에서 갔던 식당은 가게 사장님의 삶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들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 한명 한명에게 정이 생기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여러 현장을 방문하며 들었던 주민들의 이야기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또 한 달 반 동안 나를 챙겨주신 이사님을 비롯해서 옥천신문의 직원들과 인턴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2월 17일, 약 한 달 반의 인턴십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개학까지는 2주가 남았다. 이번 학기에는 내가 직접 학교신문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개학이 기다려진다. 혐오 문화가 창궐하고 공동체 감수성이 결여된 학교가 아닌 건강한 학생 자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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