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며시 내민 책 한권]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슬며시 내민 책 한권]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 옥천닷컴
  • 승인 2021.03.0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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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래 (금산 간디학교 교사)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안병은 / 한길사)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안병은 / 한길사)

작년 하반기에 교사 연수 주제로 ‘자해 청소년’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 제대로 알아야 바르게 대처할 수 있다. 모르는 상태에서 대응하면 편견만 강화된다. 그래서 ‘자해 청소년을 돕는 방법’이라는 책을 번역한 수원시 자살예방센터 안병은 센터장에게 연락했고 다행히 흔쾌히 응해 주셨다. 코로나 상황인 데다 현역 의사로 바쁘셔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온라인 강연을 들었다. 

참 유쾌한 분이었다. 이런 진중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는 정신과 의사(행복한우리동네의원 원장)지만, 다양한 직함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수원시자살예방센터 센터장, 행복농장 이사장, NGO 세계의 심장 상임이사직을 맡고 있다. 이분은 정신질환자들이 독립해서 살 수 있는 공동체를 실천하고 있는데 그것이 행복농장이고 위치가 홍성이다.

​강의할 때 본인 책이 곧 출간될 것이라고 했다. 그 책이 오늘 소개할 책이다. 안병은 센터장은 원래 책 제목을 ‘미친 자들의 자리는 어디인가?’로 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출판사에서 책 제목을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으로 하자고 했다. 아무래도 안 센터장이 하려고 했던 제목은 과격하다. 그러나 그게 그가 원래 이 책에서 하고 싶은 말과는 잘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환자가 진료를 받으러 오면 난 첫 질문으로 스스로 원해서 왔는지, 아니면 끌려왔는지 물어본다. 자의로 온 게 아니라면 상담을 원하는지 물어본다. 답답하고 어려운 일이 있어서 얘기를 나누길 원한다면 상담을 진행하고 그렇지 않다면 진료실을 나가도 된다고 말한다.” (25쪽)

경제생활을 하는 직업인으로 이렇게 말하기도 사실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오히려 이렇게 물어보면 의사에게 호감을 느끼고 좀 더 열심히 치료에 임하고 싶을 것 같기는 하다. 핵심은 온전한 인간으로 대하고 존중하라는 것이다. 내게 선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존중받는다는 의미이니까.

정신질환자를 격리해서 시야에서 없앨 수는 있지만, 근본적이라기보다는 손쉬운 해결책이다. 쓰레기를 버리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 환경 문제와 기후 위기를 맞고 있다. 보이지 않으면 당장 마음은 편하겠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다. 누군가는 그 쓰레기를 힘겹게 처리하고 있다. 그게 그들의 직업이고 그게 그들이 선택한 일이라고 합리화한다. 

“나는 믿는다. 모든 인간은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힘이 있다. 남이 함부로 그것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환자가 치료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건강한 자기 돌봄의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다. 오늘날은 의료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나머지 건강한 자기 돌봄의 방식조차 빼앗아버린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현대 의학은 치료 과정에서 환자 개인을 배제한 채 강요의 언어를 너무 쉽게 선택한다.” (185쪽)

많은 약이 플라시보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아무리 좋은 약도 환자의 믿음이 없다면 효력이 떨어질 것이다. 환자의 치료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이 나아지고 싶게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의 방법은 존중일 것이다. 정신질환자는 병원에만 갇혀있지 않고 편견과 차별이 담긴 우리들의 머릿속에 갇혀 있다. 물리적인 시설을 없애는 것보다 사회적 관념과 편견을 없애는 것이 훨씬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정신질환자를 병원에 격리해서 치료하는 게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근거가 없는 얘기가 아니라 이미 70년대부터 정신병원 수용 중심에서 벗어나 성공적으로 실천해온 이탈리아의 사례를 들고 있다.

이 책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책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혐오를 비판하는 책이기도 하다. 또한 그에 대한 실천적 대안을 제시한다. 동네마다 한 명씩 있곤 하던 ‘바보 형’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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