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잡곡 이정숙 씨

코로나19 여파는 소상공인들에게 더 차갑게 다가왔습니다. 하루에 한푼도 못 가져가는 날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나와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냈던 노점들이 많았다는 말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회적기업 고래실은 ‘2020옥천미래교육지구 연계마을방과후학교’ 사업의 하나로 청소년기자들을 구성해 ‘시장사람들’이란 무크지를 발간했습니다. 이는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를 소상히 듣고 홍보하여 지역상권에 활력을 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함께 모인 옥천중, 옥천여중, 옥천고 친구 12명과 함께 매주 토요일 시간을 내어 공설시장에 둥지를 튼 노점과 식당들을 만나봤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인터뷰하고 작성한 기사들을 다듬어서 지면에 싣습니다.

옥천 공설시장에서 8년째 동이잡곡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숙씨.

옥천읍 서대리 신대마을에 살며 마흔 넘은 막내아들과 옥천 공설시장에 장사를 시작한지 벌써 8년이다.

서른 넘어 남편과 함께 식당겸 가게를 35년 정도 운영했다. 식당 이름은 신화상회였고, 백반집이었다. 매일 바쁜 일상을 보냈다. 하루 약 1천800명 가까운 손님들을 맞이해야 했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도 3명 있었지만, 일하는 직원이 있다고 해도 바쁜 건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일하는 만큼 돈은 모이지 않았었다. 남편이 외상을 너무 많이 해준 것이 문제였다.

2천년대 35년 정도 운영한 신화상회를 정리하고, 옥천에서 농사를 시작했다.

직접 농사지은 땅콩과 고구마는 물론 찹쌀, 검은콩, 녹두 등을 판매하고 있다.
직접 농사지은 땅콩과 고구마는 물론 찹쌀, 검은콩, 녹두 등을 판매하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 먹고 살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 했지만, 애들은 가르칠 수 없었다. 농사를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남편은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2남4녀를 가르치려면 농사 말고 다른 걸 해야만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서대상회였다. 장사를 시작해서 자식들 대학을 다 보낼 수 있었다. 지금은 시집, 장가를 가서 아이들을 낳고 자신들의 가족을 만들었다. 막내 아들만 빼고. 어느새 이정숙씨는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자식 6남매와 많은 손자들, 한 달에 약 6만원인 가게세와 전기세 덕에 지금까지 버티실 수 있었던 것 같다. 열심히 일 하며 살아온 나날들을 떠올리면서 매일 전동차를 타고 옥천 공설시장을 나간다.

옥천읍 서대리에서 공설시장까지 전동차로 30분 정도가 걸린다. 그래서 매일 아침 8시 전에 나오고 5시쯤 집에 간다. 매달 첫째 주 일요일은 휴일이다. 요즘은 가게에 직접 농사지은 땅콩과 고구마를 내놓는다. 작년까지 들깨 농사도 지었다. 찹쌀, 검은콩, 녹두 등 곡류를 파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잘 팔리지 않는다. 그나마 찹쌀이 가끔씩 팔린다. 한 달에 100만원어치도 못 파는데, 하루에 5천원 정도도 못 팔 때가 많다. 시장에 오는 사람이 줄수록 가게를 운영하기가 더욱 힘에 부친다. 그래도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에 10만원 정도를 팔았었는데, 지금은 그저 옛날이야기다. 사장님은 서대상회를 힘 닿는 곳까지 운영하고 싶다고 하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요즘 많은 사람들이 카드를 주로 사용하는데 카드 결제가 불가능한 것이다. 카드 결제가 가능해지고 홍보가 잘 된다면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도 많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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