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농민회 안남지회와 1967년 입학동기회에서 쌀과 장학금 등 마련해
입학생 9명으로 늘었지만 ‘학령인구 감소’ 걱정 여전
자전거 타고 사진 찍는 고장 탐방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마련 예정

지난 2일 오전 10시 안남초등학교 강당에서 입학식 및 시업식이 열렸다. <출처 : 안남초등학교>
지난 2일 오전 10시 안남초등학교 강당에서 입학식 및 시업식이 열렸다. (사진제공 : 안남초등학교)

군내 작은 학교 중 하나인 안남초등학교에 올해 9명이 입학하며 전교생이 20명에서 25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유치원생 수까지 합하면 지난해와 똑같아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걱정은 남아있다. 안남면 주민들은 안남초 입학생들을 위해 쌀과 장학금을 축하 선물로 보냈다. 농촌의 작은 학교, ‘안남초’를 살리는 게 마을을 살리는 길이라 생각하는 안남면 주민들의 마음이 담긴 것이다. 코로나가 끝나면 안남초등학교는 ‘마을교육공동체’나 ‘농촌활동’ 등 작은 학교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려 나갈 예정이다.

지난 2일 오전 10시 안남초등학교 강당에서 입학식 및 시업식이 열렸다. <출처 : 안남초등학교>
지난 2일 오전 10시 안남초등학교 강당에서 입학식 및 시업식이 열렸다. (사진제공 : 안남초등학교)
지난 2일 오전 10시 안남초등학교 강당에서 입학식 및 시업식이 열렸다. <출처 : 안남초등학교>
지난 2일 오전 10시 안남초등학교 강당에서 입학식 및 시업식이 열렸다. (사진제공 : 안남초등학교)

■ 마을과 학교는 ‘상생 공동체’

지난 2일 안남초등학교(교장 김옥경)에서 입학식과 시업식이 동시에 열렸다. 꽃 모양 풍선들 위로는 ‘입학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학생들을 반겼다. 평소 같으면 학부모와 마을 사람들이 강당을 가득 채웠겠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외부인 출입을 금지했다. 새로 들어온 학생들을 재학생이 업거나 안아주는 관례도 생략했다.

전교생 25명인 안남초등학교의 올해 입학생은 9명이다. 학생 20명 중 4명이 졸업하고 9명이 새로 들어왔다. 옥천군농민회 안남지회(회장 정원기)는 올해 처음으로 입학생 인원수에 맞게 10kg 쌀 9가마니를 기부했다.

1967년 입학동기회(회장 전광선)는 입학생 개인별로 장학금을 10만원씩 기부하는 선행을 올해로 5년째 이어갔다. 졸업생을 위한 장학금과 학교생활용품 등을 13년 동안 지원하다가 임원진 회의를 통해 5년 전부터 입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바꿨다.

입학생을 둔 가정은 학교발전기금 10만원과 합쳐 장학금 20만원을 개별 계좌로 지급받았다. 학교는 면 단위에서 학용품을 구비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초등학교 입학생에게는 3만원 정도의 학용품 세트, 유치원 입학생에게는 5만원 정도의 원복과 가방을 선물했다. 재학생들은 동생들에게 화분을 주며 입학을 축하했다.

이러한 축하에는 마을과 학교가 ‘상생 공동체’라는 생각이 담겨 있다. 안남초등학교 김옥경(57) 교장은 “산수화권역이나 옥천군농민회 안남지회 등 마을 주민이 학교에 관심이 많다”며 “학교가 사라지면 안남면 전체가 소멸될 수 있다는 생각을 마을 전체가 기본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1967년 입학동기회 대표로 장학금을 전달한 송영달(61·안남면 연주리)씨는 “우리가 입학할 당시에는 학생이 1천600명 가까이 돼 교실이 없어 느티나무 밑에서 수업을 받았는데, 1980년대 대청댐이 만들어지고 마을이 수몰된 이후 지금까지 계속 인구가 줄고 있다”며 졸업생으로서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최근 정보화마을에 교육 이주 가정을 위한 거주 공간을 마련하는 리모델링 사업도 하고 있다”며 “대전이나 인근에 주민들의 노력을 알려 젊은 가구가 안남면에 많이 오도록 노력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준공한 안남초등학교 놀이터.
지난해 준공한 안남초등학교 놀이터.
안남초등학교 쉼터. 안내중학교 학부모 동아리가 직접 만들어 기증한 나무집도 있다. 올해 그늘막도 설치할 예정이다.
안남초등학교 쉼터. 안내중학교 학부모 동아리가 직접 만들어 기증한 나무집도 있다. 올해 그늘막도 설치할 예정이다.

■ ‘지역 소멸’ 걱정하는 ‘작은 학교’

‘작은 학교’만의 고민은 크다. 농촌의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든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 9명은 모두 학교에서 운영하는 병설 유치원에 다니던 학생들이다. 병설 유치원 학생 수를 포함한 올해 전교생 수는 34명이다. 초등학교 학생 수가 늘었지만, 유치원생 수는 줄어들어 전교생 수는 같다. 2학년과 3학년 학생은 각각 한 명뿐이라 학년을 통합한 ‘복식학급’으로 운영한다. 향후 5년간 군내 초등학교 학생 증감현황 자료에 따르면 안남초는 5년 뒤 통폐합 기준 60명보다 적은 21명의 학생 수가 예상된다. 김 교장은 “교육 여건이나 동문이 많다는 점 때문에 가까운 대전이나 옥천 시내 학교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작은 학교에서도 충분히 다양한 경험과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뉴질랜드나 호주처럼 아이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도 가능하다. 지금 교직 생활 중인 우리 아이도 제천 시골 학교에서 자랐다.

아직도 자연 속에서 오빠, 언니들과 뛰어논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한다.”고 말했다.

■ “코로나 끝나면 사진기 들고 자전거 타며 아이들과 고장 탐방 예정”

안남초등학교는 자체적으로 학생을 더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들에게 집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새롭고 재미있는 체험을 만들어주려 한다. 지난해부터는 사진기와 자전거를 구비하고 있다. 전교생은 물론 교사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양을 준비할 예정이다. 자전거를 타며 직접 사진이나 영상으로 자신이 사는 마을 모습을 남기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에는 안내·안남 학생과 주민들을 위한 뮤지컬 공연을 강당에서 열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충청북도 시청자미디어센터 공모사업 중 ‘학교 미디어교육 지원학교’에도 선정됐다. 옥천마을미디어사회적협동조합으로부터 강사 지원을 받아 산수화권역에서 수요일마다 영상 촬영, 편집 등 미디어 교육을 아이들에게 제공한다.

김 교장은 “미디어 시대이기 때문에 사진기를 들고 자전거를 타며 우리 고장을 교사와 아이들이 같이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종식으로 하루 빨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준비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내 시설도 새롭게 단장했다. 지난해 아이들이 쉴 수 있는 쉼터와 놀이터를 5천만원 정도 예산을 들여 설치했다. 지난해 안내중학교 학부모 동아리가 직접 지어 기증한 나무집도 쉼터에 있다. 쉼터 햇볕이 뜨거워 그늘막도 카페처럼 만들 예정이다.

안남초등학교 정문.
안남초등학교 정문.

■ 작은학교 살리기, 거주공간 마련 중요

학생 유치를 위해 거주 공간이 확충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장은 “마을에 경로당이나 운동 시설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젊은 세대를 위한 주거지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안남면 지역발전위원회는 수계기금을 활용해 자녀를 데리고 이주 오는 주민에게 저렴한 가격의 주거지를 제공하는 정책을 만들었다. 젊은 인구를 유입시키는데 여러 지자체에서 효과를 보고 있는 주거지 제공 정책을 민간이 주도하고 나선 셈이다.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 윤성희 간사에 따르면 지난해 정보화마을에 대단위 주민지원사업(금강수계기금) 5천650만원을 투자받아 추진한 리모델링 사업은 올해 준공될 예정이다. 윤 간사는 “평수는 아직 안 정해졌고, 한 가구 정도 들어올 수 있을 것 같다”며 “안남초등학교가 추진한 사업이 아니라서 안남초 학부모 가정이 무조건 들어올 수 있는 건 아니고 어떤 가구가 들어오면 좋을지는 지역발전위원회가 결정할 문제다”고 말했다.

이번에 안남초등학교에 입학한 유영선(7) 학생의 어머니이자 안남초 학부모회장인 이미영(35) 씨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쌀과 장학금 등 마을 사람들이 축하 선물을 보내 주셔서 좋았다”며 “젊은 사람이 더 유입될 수 있도록 주거 공간이나 병원, 놀이 시설 등이 더 확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큰아이가 4학년인데, 4년간 안남초를 다니며 내성적인 성격이 활발하게 많이 변했다”며 “두 자녀 모두 자기가 하고 싶은 것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남초등학교에서 기반이 되는 경험을 많이 쌓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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