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나뭇가지가 만나 ‘한 몸’으로 … 열매나무 재탄생
옥천묘목향토산업육성사업단 ‘묘목사’ 양성 프로그램 진행
5일부터 온라인 묘목축제 시작 이원면 묘목농가 온라인 판매 강화 계기

‘쓱싹-쓱싹’ 칼질 소리가 이원면 묘목 농가에 봄이 왔음을 알렸다. 매서운 추위가 물러나고, 모처럼 햇볕이 따뜻하게 비췄던 지난 2월19일 오후. 이원면 윤정리 만금농원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7~8명의 작업자가 옹기종기 모여 한창 ‘접붙이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두 나무의 일부를 칼로 섬세하게 잘라 비닐로 이어 붙이는 접목 작업은 묘목농가의 연중 첫 번째 행사다. 코로나19로 우리들의 소중한 일상은 멈췄지만, 이원면 묘목농가는 바쁘게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5일부터 시작되는 온라인 묘목축제를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축제 준비에 한창인 이원면을 지난 2월19일 찾아가 봤다.

■ 내성 강한 나무로 키우기 위한 고숙련 농업기술 ‘접붙이기’

궂은 날씨에도 살아남는 강한 나무가 되기 위해 ‘엄마’와 ‘자식’이 한 몸이 된다. 서로 다른 두 나무 일부를 잘라 하나로 연결하는 ‘접붙이기’다. 기후 변화나 외부 변화에 내성이 강하고, 일정한 품종의 열매를 맺는 나무를 키우기 위함이다. 전국 묘목의 70%를 생산하는 이원면에서 1~2월이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뿌리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나무는 바탕나무(대목·臺木)라 부르고, 실제 과실 등을 얻기 위한 나무는 접수(椄穗) 또는 수목(穗木)이라 한다. 바탕나무는 접수보다 길이가 길고 뿌리를 가지고 있어 흔히 엄마, ‘모체(母體)’라고도 부른다. 바탕나무보다 작은 접수는 열매나무의 종류를 결정 짓는다. 후지, 시나노 골드 같은 사과 품종마다 각기 다른 접수가 있다.

이날 접붙이기 작업을 진행한 만금농원 김지환(60) 대표는 “일정한 종자의 사과를 얻으려면 접붙이기 작업은 필수다. 농가에서 나무가 죽거나, 결주(缺株)가 생기면 접붙이기 작업을 한 묘목을 매번 사간다”고 말했다.

접붙이기 작업을 한 묘목은 작은 플라스틱 포트나 종이 포트에 흙과 함께 담는다. 접목한 포트묘는 따뜻한 하우스 안으로 옮겨져 1년 동안 자란다. 1년 후 150~200㎝ 정도까지 자란 포트묘는 5월 초부터 출하되기 시작한다. 충주, 영동 추풍령, 보은 등 사과로 유명한 지역은 물론 전국 각지의 사과 농가로 보내진다.

농가에서는 묘목을 심기 전 플라스틱 포트를 그대로 빼서 땅에 심기만 하면 된다. 묘목을 심은 후 1~2년 사이에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포트묘 한 개 가격은 시세에 따라 달라지지만, 평균적으로 8천 원에서 1만 5천 원 사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5월 초까지 서리가 내리는 경우가 있다. 서리를 맞으면 묘목이 주저앉기 때문에 농가 피해가 클 수 있다. 우리 만금농원 같은 경우는 아예 출하 계약을 맺을 때 5월 초부터 출하한다는 조건을 넣는다”고 말했다.

최근 농가에서 주로 찾는 사과 묘목은 ‘썸머킹’과 ‘시나노 골드’ 품종이다. 국내 육성 품종 중 하나인 썸머킹은 아오리 사과보다 수분감이 풍부하고 새콤한 맛이 일품이라 ‘여름 사과의 왕’이라고 불린다. 시나노 골드는 색이 노래 ‘황금 사과’로 불린다고. 김 대표는 “시나노 골드 품종은 요즘 수요가 워낙 많아 공급이 따라 주질 못한다. 썸머킹, 시나노 골드 품종은 맛이 달아 젊은 층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만금농원을 운영하는 김지환 대표가 접붙이기 작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묘목농가 인력난 해결 위해 옥천묘목향토산업육성사업단 ‘접목사’ 양성 시작

접붙이기는 ‘고숙련’ 기술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바탕나무와 접수가 ‘한 몸’이 되기 위해서는 섬세하게 자르고 다루는 기술이 필요하다. 접목은 사람의 살이 칼에 베였을 때 피가 나고 새살이 돋아나 아무는 과정과 비슷하다. 김 대표는 “나무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상처가 나면 진액을 뽑아 올려 잘려 나간 부분 쪽으로 영양을 공급한다.

접목 칼로 바탕나무를 섬세하게 자르고 여기에 접수를 제대로 붙여야 비로소 한 그루의 나무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탓에 농가에서는 접붙이기를 전문으로 하는 ‘접목사’ 인력이 절실하다.

옥천향토묘목육성사업단은 지난해부터 신청자들에 한해 8주 동안 접붙이기 교육을 진행했다. 묘목 농가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접목사’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다. 김 대표 또한 접목 교육 프로그램의 강사로 참여했다. 이날 접붙이기 작업하던 5명 모두 8주 교육을 받고 농가 현장에 투입된 이들이었다. 여정희(58,이원면 신흥리) 씨는 “묘목은 처음 배워보는데 참 재밌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윤병례(63,옥천읍 삼양리)씨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후 접붙이기 기술을 배우러 옥천에 오게 됐다. 윤 씨는 “코로나 때문에 직장을 갑자기 그만두게 됐다. 부산은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도 없고, 일하던 사람마저 다 잘리고 있다. 옥천 동생네 집에 얹혀살면서 무료로 접붙이기 교육을 받고 이렇게 일도 다시 시작하게 돼서 참 좋다”고 말했다. 옥천군농업기술센터를 다니다 퇴임한 김성수 씨는 “행정 일만 보다가 현장에 와서 직접 일 해보니 느끼는 게 남다르다. 접붙이기 작업이 단순해보이지만 바탕나무와 접수의 형성층이 딱 맞을 수 있게 잘라야 해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코로나19로 온라인 묘목축제 … 온라인·SNS 홍보는 이제 ‘필수’

5일부터 한 달 동안 온라인 묘목축제가 시작된다.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축제를 홍보하고 각 농가 사이트를 홈페이지에 등록해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상품을 둘러볼 수 있도록 계획했다. 온라인·SNS 홍보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농가들에 코로나19는 ‘대전환’의 계기가 됐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 대부분의 묘목 농가에서는 온라인이나 SNS를 통해 홍보하고 판매하는 게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김 대표는 “묘목 축제가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지 못해 아쉽지만 코로나19로 온라인과 SNS를 통해 홍보하고 판매하는 방법을 빨리 배울 수 있게 됐다. ‘이걸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금농원도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군 차원에서 온라인이나 SNS 교육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원면에서 태어나 20년 가까이 만금농원을 운영해 온 김 씨. 그는 “묘목 농원을 시작한다고 하니까 이름 점에 관심 있는 친구가 ‘만금’이라는 이름이 나와 잘 맞는다고 추천해 줬다. 이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잘 된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32살 된 김 대표의 아들이 농원을 이어받으려 이론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온라인을 통한 홍보·판매 전략이 중요한 이때 청년들이 묘목 농가 일에 뛰어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온라인 묘목축제가 성황리에 진행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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