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얘기엔 엔딩 따윈 없어/김예빈

나와 언니는 6살 차이이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언니는 초등학교를 졸업해 중학교에 입학하고,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면 언니가 고등학교를 졸업해 성인이 되었다. 이렇게 언니와 나는 애매한 나이 차이 때문에 학교 한번 같이 다니지도 못했고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다가 약 3년 전 언니의 고등학교 생활이 끝나면서 언니와 점점 친해지게 되었다. 

작년 9월 나는 친구들과 사이가 틀어져 힘든 시기를 겪었다. 그리고 언니는 학업과 아르바이트 등 때문에 힘든 시기를 겪었다. 그래서 언니와 나는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자 여행을 떠났다. 언니와 친해진 후 둘이서 떠나는 첫 여행이었다. 힘든 시기에 떠난 여행이어서 그런지 마냥 신이 나지는 않았었다. 사실 6월에도 언니와 나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덜어내고자 가족여행으로 제주도를 다녀왔었다. 하지만 솔직한 속마음을 이야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여행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랬던 건지 언니와의 여행에 대한 큰 기대감이 없었다. 그래도 둘이서 가는 여행이니까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즐겁게 여행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언니의 물건을 잃어버려서 다투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싱가포르까지 가서 다투었던 게 조금은 어이없고 웃기기도 하지만 둘 다 힘들었던 시기인 만큼 예민해져 있어 나의 실수에 대해 더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 같다. 그 다툼이 계기가 되어 나와 언니는 묵혀두었던 서로의 속마음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우리가 친해지기 전 나는 언니를 어떻게 생각했었는지, 언니는 나를 어떤 동생으로 생각했었는지 등등 16년을 살며 여태 듣지 못했던 언니의 속마음을 처음으로 듣게 되었다. 나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나의 철없는 행동들이 언니에게는 어떤 스트레스와 상처로 다가왔는지, 언니의 성격과 나의 성격은 뭐가 어떻게 다른지, 서로 이해해줘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등 서로의 가치관이나 성격을 알게 되었다. 한 배에서 나왔는데 어떻게 그렇게 다른 점이 많은지 신기할 정도였다. 한바탕 시원하게 울고 서로 이해하게 되었고 나는 내가 했던 말들과 행동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평소에 말을 솔직하게 하는 편인 건 알고 있었지만 내가 한 말들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고 나의 표정, 말투도 보고 듣는 사람은 어떻게 느끼게 될 수 있는지,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그 당시 친구들과 왜 사이가 안 좋았는지, 왜 다투게 되었는지까지 다시 한번 제대로 깨닫게 되었다.

언니와 떠났던 싱가포르 여행을 통해 나는 단순 추억들뿐만 아니라 힘든 시기의 나를 돌아보고 그 힘든 시기를 어떻게 이겨나가야 하는지, 다음에 또 이런 시기가 오면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나를 이해하고 나를 다투는 방법을 알게 해주었다. 또 말과 행동들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게 어떻게 잘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언니와의 싱가포르 여행은 나를 성찰하게 된 정말 뜻깊었던 좋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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