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용 (안남 화인산림욕장 대표)

오로라(極光)는 다소 생소한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아마 지상최대 아니 지구상 최대의 우주쑈라고 필자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 장엄하고 큰 스케일은 보지않은 사람은 실감이 나지않아 얼른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이며, 장대하고 화려하며 휘황찬란하고 기기묘묘한 색체는 필설로 형언할 수 없다.

오로라는 남,북극권 60도 이상에서 겨울철에 흔히 볼 수 있다. 여름철은 50 여일 이상 거의 해가 지지않는 백야(白夜)가 계속되므로 좀처럼 보기 힘들다.

오로라는 극지방에서 고도 100~350km 상공의 산소분자와 충돌하면서 생기는 방전현상으로 짧게는 30분 이내인 것도 있고, 길게는 3시간 이상 현란한 쑈를 연출한다. 

색깔 역시 다양하여 푸른색, 붉은색, 초록색, 주황색, 연보라색, 흰색 등으로 다채롭고 형형색색으로 채색된 스펙트럼 파노라마의 연속이다.

이 오로라가 많이 나타나는 지역은 남,북위 65~70도 사이로 이 가느다란 띠를 극광대라고 부르며, 이 띠가 지나는 곳에 가야만 행운을 잡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필자가 처음으로 오로라를 목격한 것은 1980년대 중반 1월 독일의 세계적인 목공기계 회사인 HOMAG사의 기술이사와 일본 MARUNAKA GROUP 모찌즈끼(望月) 사장과 함께 스웨덴의 키루나(Kiruna)에서 였다. 스웨덴은 질좋은 철광산이 많은 곳으로 그것을 이용하여 최신예 젯트전투기와 탱크도 자체생산하여 자국산으로 무장함은 물론 볼보차,대형트럭, 특수 산업기계 생산으로도 유명하다. 필자는 산림욕장을 조성하면서 기계톱을 여러대 사용한 경험이 있어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허스크바나 기계톱(Husqvarna chainsaw)과 톱날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 역시 스웨덴의 명품이므로 키루나에 가고 싶어 합류했다.

이틀간 광산을 구경하고 마지막날 호텔 칵테일바에서 우연히 오로라를 목격하게 되었다.

난생 처음 보는 오로라는 숨막힐 정도로 필자를 무아지경으로 몰아 넣은 후 아쉽게도 반시간도 안되어 끝나버렸다.

필자가 너무나 아쉬워하자 옆에 있던 털보 스웨덴인이 노르웨이 나르비크(Narvik)에 가면 보다 환상적인 오로라를 자주 볼 수 있다면서 자기가 철광석을 싣고 가는 베터런 운전수를 소개할테니 시간이 있으면 동승해도 좋다고 했다.
함께 온 일행을 스톡홀름으로 보내고 필자 홀로 동승하여 나르비크로 갔다.

스웨덴은 키루나 철광석을 이웃 나라인 노르웨이의 부동항(不凍港)인 나르비크를 통해 세계각처로 수출하고 있단다.

운전수는 제설차가 제설해 놓은 마치 눈터널 같은 도로를 조심스럽게 달리며 말동무가 되어 주었다고 신이나서 스웨덴 철과 나무에 대하여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나르비크에서 3일간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환상의 오로라쑈를 만끽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체크인 할때 여권을 copy를 해둔 관계로 조식을 위해 식당에 가니 별도로 마련한 테이블에 “Happy Birthday”라고 커다랗게 쓴 팻말 밑에 필자 이름을 쓴 명찰(Name plate)을 보고 깜짝놀라 생각하니 오늘이 바로 1월 21일로 내 생일 이었다.

항상 바쁘게 지내다보니 생일도 잊을 때가 있었는데 호텔측에서 바이킹 후예답게 푸짐하게 특별배려를 해준 것이 너무나도 감사했다.

앵커리지 경유 북극횡단 유럽을 오갈때는 창측 좌석을 미리 배정받아 스튜어디스에게 혹시 오로라가 출현하면 깨워달라고 하면 어김없이 일러주므로 와인을 시켜 마시면서 감상하곤 했다. 한번은 프랑크푸르트행 LH(LUFTHANSA) 점보기를 탑승했더니 낯익은 스튜어디스가 있어 부탁하자, 너무나 오로라가 밝고 현란하여 창문을 열면 방해가 된다며 조종석으로 안내하여 몇시간 동안 기장, 부기장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오로라도 감상하고 팔자에 없는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출장을 마치고 귀국길에 앵크리지 경유 비즈니스석 바로 옆자리의 승객과 대화중에 오로라 얘기가 나오자 자기가 오로라 본고장에서 왔다며 그 진수를 볼 의향이 있으면 함께 가잔다. 생면부지의 나를 왜 초대해 주냐고 물으니 당신은 30대 후반의 젊은 청년인데도 비즈니스석을 탔으니 초대할 자격이 있다고 쾌활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복차림이라 몰랐으나, 그는 용산에서도 근무했었다고 더욱 반기며 베르린 출장을 마치고 돌아가는 현역 미공군 대령이었다.

놈(Nome)지방의 블리자드(blizzard)=극지방에서 자주 발생하는 심한 눈보라)로 앵크리지에서 1박후 엔돌로프 미공군기지에서 C-130 허클리스 수송기로 그가 사령관으로 있는 놈공군기지로 갔다.

온천지가 백색인 놈은 옛날에는 골드러시(Gold rush)로 한때는 인구가 2만명 이상 이었으나 지금은 겨우 5천명 정도지만 현재는 석유도 발견되어 군사적, 상업적으로 중요한 항구도시 이다.

11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얼어붙은 동토를 이용한 매년 개썰매대회와 오로라로 세계 각처로부터 관광객이 몰려온단다.

오로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 기내에서 본 것과 산간벽지 키루나에서 본 것, 피오르드 협만인 나르비크에서 본 것과는 대조적이어서 놈의 오로라는 탁트인 항만에서 보니 나름대로 운치가 있고 더욱 광활해 보였다.

지난해 (2020) 미국 미네소타(Minnesota)주에 살고 있는 누이동생도 방문하고, 오로라의 메카격인 캐나다의 옐로나이프(Yellow knife)를 갈 계획을 세우는데도 코로나19로 좌절되어 아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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