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은밀한 매력

■ 나막신 나무 1978 

자연주의 유파의 그림처럼,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을 연상케 하는 미장센과 땅에 기반을 둔 소작인들을 군더더기 없이 묘사한 연출이 탁월하다. 그리고 한발짝 떨어져서 지켜보는 농민들의 지뢰같은 침묵이 노골적인 투정보다 더 무섭다. 다큐 방식의 네오리얼리즘 접근은 농촌공동체에 대한 묘사를 과장하거나 궁색하게 하지 않는다. 삶에 대한 균형을 잃지 않는다면 새옹지마 같은 현실은 늘 평균으로 수렴한다. 

 

■ 미드 90 2018

영화 후반부의 차량 전복이 소년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멈추게 했다. 어깨에 힘을 주면 줄수록 어른이 된다고 믿었던 친구들의 좌충우돌이 4;3 프레임에서 전개된다. 친구가 있어서 폭주하는 게 하나도 쪽팔리지 않았던 청춘이여--

 

■ 장거리 주자의 고독1962 

감히 멈추기 어려운 지점에서 멈추면서 꼰대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태클. 1960년에 시작된 프랑스의 누벨바그는 청년 세대와 영화가 주체로 돌아가게 하는 분기점이었다.

 

■ 퍼스트 리폼드 2017

두 번째 보니까 더 선명하게 보인다. 가부장제 사회를 돌파해 나가는 노리코는 혁명가였다. 더구나 1950년대 젠더 감수성 제로였던 일본에서, 그리고 카메라가 자주 움직였구나, 오즈의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트레킹하면서 끝나는 마지막 쇼트

 

■ 피안화 1958

벽창호 세대의 부드러운 균열, 안으로만 굽는 아버지의 완고함과 모순의 총체를 봉합하려는 어머니와 이웃들의 노력, 자녀가 행복해야 부모가 행복하다는 메시지가 이때부터 시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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