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과 함께 2년째 칠남매조명을 운영하는 김광호 씨
딸 셋, 아들 넷을 둔 다둥이 아빠 “아이들은 보물 같은 존재”
고향은 이원면···옥천 토박이로 계속 남고 싶어

인테리어의 완성은 ‘조명’이라는 말이 있다. 조명이 집안 분위기를 결정할 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실내에서 시간을 보낸다. 실내가 편히 쉬는 공간이 될 수도, 정이 가지 않은 공간이 될 수 있는데 이는 조명의 색상과 조도에 따라 영향을 준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보통 집안 조명을 한번 설치하면 오래도록 이용하는 만큼 처음 고를 때 시각적으로 편안한 조명을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우리고장에 조명과 관련한 전기 자재를 다루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조명 공사는 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다양한 인테리어 시공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모든 업체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젊은 감성으로 튀는 이름을 짓기보다는 무난하게 작명한 가게들이 더 눈에 띈다. 그런데 마암리에 있는 한 조명가게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부르기도 좋고 무엇보다 정감이 있는 상호다. 이름하여 ‘칠남매조명’이다. 칠남매조명을 운영하는 김광호(49) 사장은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며 한술 더 떠서 말한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달 27일 김광호 사장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손님이 가져온 태양광 조명내부를 수리하고 있다.

■ 친형에게 배우기 시작해 조명 경력만 20년

“칠남매조명이라고 지은 건요. 우리 애가 7명이거든요. 4남 3녀예요. 가게 차린 지는 2년 됐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이 일을 했으니까 20년도 넘었죠. 대전에 사는 친형이 전기 쪽 일을 했으니까 밑에서 배웠어요. 친형은 이제 60이 넘어서 안 하고 있고요. 집은 옥천이지만 인테리어 일을 많이 하니까 다른 지역을 많이 다녀요. 가까운 영동이나 보은, 대전을 주로 가고 일이 있으면 서울이나 제주까지 전국 다 돌아다녀요. 옥천에는 아는 사람만 오는데요. 간판이 워낙 특이하니까 옥천 사람들이면 웬만하면 다 알아요.”

이원면에서 자란 김광호 씨는 대성초등학교, 이원중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는 대전에서 통학했다. 예전부터 조명 일은 어머니, 형님들과 함께 이원에서 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병행했다고 한다. 현재 칠남매조명은 김 씨의 큰아들이 대를 이어 같이 운영하고 있다. 큰아들은 조명 일에 뛰어든 지 4~5년 되면서 일이 익숙해졌다고 한다. 주로 김 씨가 가게를 지키는 시간이 많고, 큰아들이 인테리어 전기시공을 하러 나가곤 한다.

“제가 일일이 다 알려줬죠. 아들이 일을 다 하고, 저는 잡부예요.(웃음) 조명이 다 전기니까 방수용 콘센트, 화장실에 다는 콘센트도 달고, 각종 전기제품을 다 다루죠. 인테리어 공사도 하고, 사업자가 그렇게 돼있으니까요. 큰아들이 이제 스물여섯이거든요. 처음 이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당부했죠. 전기를 다루니까 당연히 조심해야 하고요. 둘째 아들도 첫째랑 같이할 거예요. 둘째는 화천 승리부대에서 직업군인으로 있는데요. 지금 중사인데 힘들어서 말뚝 못 박겠다고 그러네요. 그래도 일을 같이한다고 생각하니까 아버지로서 든든한 마음이죠. 이제 둘이 저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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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칠남매조명이 계약한 살균등 제품을 김광호씨가 소개하고 있다.

■ ‘아이들이 크면서 말도 잘 듣고 대견해요’

다둥이 아빠인 김광호 씨는 같이 일하는 큰아들, 직업군인으로 일하는 둘째 아들, 고3인 셋째 아들, 고2 올라가는 넷째 딸, 초등학교 6학년 올라가는 다섯째 아들,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 올라가는 쌍둥이 딸 둘이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갔을 만큼 아이들을 양육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아이들이 자라고 아버지 말을 잘 따르면서 예전보다 부담이 덜 하다고 한다. 김 씨에게 아이들은 금쪽같은 복덩이들과 다름없었다.

“요즘은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사람들이 향균 쪽에 관심이 커졌잖아요. 이제는 살균등이 대세예요. 엊그제 KS 인증마크가 찍혀서 나온 새 제품을 계약해서 갖고 왔거든요. 요즘 가정에서도 쓰이고, 휴게소나 병원, 주차장 같은 다중이용시설에도 많이 설치하는데요. 살균등 다루는 업체가 옥천에 우리밖에 없을 거예요. 본사랑 직접적인 계약을 했으니까요. 가격은 보통 조명보다 2~3배가량 나가지만 보편적으로 쓰이기 시작하면 가격은 떨어질 거예요. 빛에서 나오는 열로 균을 없애주는 기능이 있으니까 곰팡이나 습기가 많은 화장실에 설치하면 뽀송뽀송해      져요. 빛도 LED로 은은하게 비추니까 좋고요.”

1년 365일 문을 여는 칠남매조명은 인테리어 공사뿐 아니라 실생활에 필요한 백열전구부터 LED조명, 콘센트, 램프, 환풍기, 다마 등을 취급하고 있다. 김 씨는 사는 집이 가게와 가까워서 손님들이 찾으면 언제든 나온다고 한다. “불이 나오는 건 일상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는 김 씨의 말에서 직업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김 씨는 한가한 시간에 낚시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건강 삼아 정구도 치며 여가를 보낸다고 한다.

납땜 작업을 끝낸 휴대용 태양광 조명.

■ “옥천 토박이가 어딜 가겠어요”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한 부부 손님이 가게를 방문했다. 정원에서 쓰는 휴대용 태양광 조명이 고장 난 걸 의뢰하고자 찾아왔다. 몇 달간 고장 난 상태를 방치해놨는데 처음에는 조명 기계를 새로 하나 살지, 아니면 대전에 있는 가게에 수리를 맡길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다 집 근처에 있는 칠남매조명을 보고 찾아온 거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김 씨는 “대전에 가면 이런 거 안 고쳐준다”며 웃으며 말했다. 태양광 조명 내부를 뜯어보자 전선 일부가 떨어져 있었고, 김 씨는 몇 분간 납땜 작업을 했다.

“태양광은요. 태양 빛을 받아서 배터리에 저장하는 거예요. 저장해놨다가 태양이 사라지잖아요? 그러면 밤에는 배터리로 충전하는 거예요.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볼게요. 될지 안 될진 모르겠는데 갖고 가서 한번 해보세요. (고치러 까지 왔으니까 돈을 떠나서 해봐야죠.) 이게 태양광이라 저녁 되면 알아서 밝혀주거든요. 한번 가져가서 써보세요. 건전지 값만 받을게요. 또 오세요. (감사합니다. 안 되면 또 올게요.)”

김 씨는 이야기를 나누는 중간에 “옥천에 좋은 조명가게들이 많은데 여긴 왜 왔느냐”며 물어보기도 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자잘한 고장으로 찾아온 손님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칠남매조명이 앞으로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에게 옥천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제 고향 옥천이 좋아요. 친구들도 다 여기 있는데 제가 어딜 가요. 토박이가 옥천에 살고 있어야지. 간판 보고 신기해하는 사람이 많죠. 애가 일곱이고, 입에 딱 달라붙으니까요. 앞으로도 여기서 계속 가게 운영할 거고요. 아들이 주도적으로 운영할 거니까 죽을 때까지 해야죠.(웃음) 칠남매조명 많이 찾아와주세요.”

칠남매조명 가게 천장에 걸려있는 각종 조명등.
칠남매조명 가게 천장에 걸려있는 각종 조명등.
칠남매조명 가게 천장에 걸려있는 각종 조명등.
칠남매조명 가게 천장에 걸려있는 각종 조명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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