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6개월 차’ 황기선 KMP 대표, 마스크 유통업자에서 생산업자로 변신
식약처 KF인증 허가부터 브랜드화 작업·캐릭터 제작까지 완료해
“직원도 더 뽑고 마스크 기부도 계속하면서, 옥천에 자리잡겠다”

KMP 대표 황기선(49)(사진: 윤지영 인턴기자)

마스크를 유통했던 때 느꼈던 ‘안타까움’이 마스크를 생산하는 일로 이어졌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마스크 하나를 며칠씩 끼고 다녔던 것.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에 마스크 수요는 급격히 늘어났고 공급은 부족한 바람에 마스크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비싸졌다. 그때부터 저렴한 마스크를 제작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단순히 ‘값싼’ 마스크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다. 국산 원재료만 고집하면서도 하나의 브랜드까지 꿈꾸는 마스크 장인, 황기선(49) KMP 대표를 지난 8일 만났다.

황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충주에서 자랐다. 이후 대학공부를 위해 상경했다가 옥천에 자리를 잡게 됐다. 마스크 공장을 세울 곳을 찾다가 물류의 중심지인 옥천이 마음에 들었던 것. 더군다나 충주사람에게 옥천은 ‘낯설지 않은 곳’이었다. 같은 충북권역에 있는 지역이 주는 익숙함 때문이었다. 그렇게 지난해 9월, 황 대표는 마스크 공장 KMP를 세웠다. 공장명인 KMP는 ‘Korean Mask Plant(Product)’의 약자로, ‘한국산 마스크를 생산하는 공장’이라는 뜻이 담겼다. 국산 원재료만 쓰겠다는 황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 KMP는 옥천에서 유일한 마스크 공장이다. 

본격적으로 마스크를 생산하면서부터 황 대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KF인증 허가를 받고자 고군분투했다. 마스크 원재료인 부직포, 면, 필터를 보다 좋은 재료로 쓰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마스크 샘플을 만들 때 납작한 줄부터 둥그런 줄까지 사람들이 마스크를 편하게 쓰도록 노력했다. 부직포의 특성에 따른 변수를 줄이기 위해 매일 테스트했다. 그렇게 딱 5개월이 걸렸다. 올 1월 말부터 KMP에서 생산된 비말차단마스크는 KF인증마크를 새길 수 있게 됐다. KF94인증마크도 2주~3주 뒤 허가가 날 예정이다.

지난달 말 KF인증허가를 받은 KMP산 비밀차단마스크./윤지영 인턴기자
공장 사무실 내에 있는 마스크샘플 마네킹/윤지영 인턴기자

■ 측은지심에서 시작한 마스크 생산, 국산 원료와 고객맞춤형 글자 새김까지 갖춰

무역과 유통쪽 일을 해본 경험이 있었던 황 대표였다. 경험은 마스크 공장입지를 선정하는 눈을 길러줬다. 그 곳이 옥천이었다. 물류의 중심지인 만큼 마스크를 생산해서 전국 각지로 보내기도 좋았다. 부산이나 제주도 등 다른 곳에서 주문이 들어와도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요가 있을 경우를 감안해 수출을 할 때에도 옥천은 제격이라고. 

지난해 마스크를 유통하는 일도 했다던 황 대표가 직접 마스크 생산에 뛰어든 건 ‘안타까운 마음’에서였다. 심각해지는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마스크 가격이 ‘부르는 게 값’이었던 때, 나이도 많은 노인들이 일회용 마스크 하나로 며칠씩 버티는 모습을 직접 마주했던 것. 황 대표는 “비싼 마스크를 살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목숨을 담보로 삼는 게 마음이 아팠다”며 “그때부터 보다 저렴한 마스크를 제작하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밝혔다.

확실히 마스크 가격이 지난해보다 싸진 게 맞다고 수긍한 황 대표는 “마스크 속 필터나 귀에 거는 끈, 코 지지대용 철사 등 잘 안 보이는 부분에 중국산 원료를 사용해 단가를 낮추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지적했다. KMP 마스크는 국산 원료만으로 제작된다. 귀에 거는 끈, 코 지지대에 쓰이는 철사, 마스크 겉면, 안에 들어가는 필터, 피부와 닿는 면 등 크게 5가지로 구성되는 마스크 원료 중 국산이 아닌 게 없었다. 회사명부터 ‘한국산’에 초점을 맞췄다던 황 대표는 “마스크를 유통할 때 연이 닿았던 국내 제조업체들을 통해 원자재 비용을 저렴하게 받는 방법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국산 원료만으로 마스크를 제작하면서도 가격도 저렴하게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MP 마스크에 대한 황 대표의 집념은 원료뿐만이 아니었다. 마스크의 모양이나 마스크에 새길 글자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것. 황 대표는 “마스크 제조업체와 함께 자동화 기계를 이용한 획일적인 마스크가 아니라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으로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편하게 느끼도록 연구하고 있다”며 “보통 마스크에 ‘KF인증마크’나 회사명을 넣는 경우가 많은데, KMP는 옥천에서 생산되니까 ‘옥천’이라는 글자를 마스크에 새겨볼 생각도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마스크에 새길 글자는 주문이나 상황에 따른 고객맞춤형으로도 생산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 KF인증마크를 받기 위한 시행착오와 노력, 이제는 마스크 브랜드를 꿈꿔

생활필수품이 돼버린 마스크인 만큼, KMP 마스크도 하나의 브랜드가 되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완성된 마스크가 담긴 하늘빛 포장지를 꺼낸 황 대표는 “KMP 마스크의 브랜드명은 ‘Kleen Free(클린프리)’”라며 “K와 F를 대문자로 표현해서 포장지를 본 사람들이 쉽게 ‘KF인증마크’를 떠올리도록 하면서도, 같은 발음인 ‘Clean Free(클린프리)’처럼 깨끗하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마스크 포장지에 넣을 캐릭터도 제작했다. 캐릭터는 여동생 ‘마숙이’와 오빠 ‘마식이’인 남매로, 아동용과 성인용 마스크에 각각 들어갈 예정이다. 마숙이와 마식이의 이름은 ‘마스크(Mask)’에 의미를 부여해 만들어졌다. 마스크의 영어 철자를 쓴 황 대표는 “마숙이라는 이름은 마스크(Mask)에 너를 의미하는 유(U)와 나를 의미하는 아이(I)를 섞어서 ‘마숙이(Masuki)’로 지었고, 마식이는 마숙이와 남매 느낌이 나도록 했다”며 “실제로 마숙이는 미국에 보낸 샘플 마스크 포장지에 넣었는데, 당시 외국인들이 포장지에 아동캐릭터가 있는 마스크를 아동용으로 생각했다는 피드백에, 마식이라는 ‘오빠 캐릭터’를 이후에 만들어 성인용 마스크에 넣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어린이용 마스크는 차후에 생산될 계획이다. 

KMP도 처음부터 잘 됐던 것만은 아니었다. 황 대표는 옥천에 오기 전에 2개월 정도 마스크 생산업을 따로 준비했다.

이후 옥천에 와서 본격적으로 마스크를 생산하면서 KF인증을 받기 위해 테스트했지만 미리 준비한 게 무색할 정도로 2~3개월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황 대표는 “처음에 자동화 기계를 너무 믿었던 게 화근이었다”며 “마스크 끈 길이가 짝짝이이거나 심하게 짧은 불량품이 나와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확인했고, 마스크를 구성하는 부직포 재료가 좋지 않아서 좋은 재료를 찾기 위해 발품도 팔았다. 부직포 롤에 남은 양에 따라 마스크 품질에서 차이가 났는데 그 변수를 줄이기 위해 고민했고, 먼저 마스크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조언도 구하면서 업체 소개도 받았다”고 회상했다.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마스크를 생산하자, 황 대표는 ‘KF인증마크를 받는 것’에 몰두했다. KF인증은 마스크 샘플을 식약처에 신청하면 식약처가 현장평가를 한 뒤 결격사유가 없을 때 부여된다. 황 대표는 “식약처에서 요구한 규정을 잘 지켜야 하는데, 방충 시설부터 클린룸까지 마스크를 생산하는 공간에서의 먼지를 차단해야 하고, 인증된 재료를 써야만 한다”며 “생산된 마스크를 보관할 시설도 갖춰야 하고, 의약외품인 마스크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큼, 약사나 그에 준하는 공대졸업생 등 일정 자격을 갖춘 사람이 제조관리자로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스크도 외부시험기관에 의뢰해서 마스크의 안전성이나 비말차단력 등 시험결과를 식약처에 따로 제출해야 한다. 그렇게 KMP는 2021년 1월 말부터 KF인증 마스크를 생산하게 됐다. 딱 5개월 만에 이룬 쾌거였다. 

KMP마스크 캐릭터(캐릭터 ‘마식이’)
KMP마스크 캐릭터(캐릭터 ‘마숙이’)
KMP마스크 브랜드명(브랜드명 ‘클린프리’)

■ “직원도 늘리고, 마스크 기부도 계속하면서 성장하고 싶다”

KMP는 ‘KF인증마크’와 함께 인력을 확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까지 KMP는 하루 마스크 생산량 1만장을 유지했고, 상근직원 2명이 일하고 있었다. KF인증 허가를 받기 전에 무작정 직원을 채용할 수 없었던 탓이었다. 황 대표는 “앞으로는 기계를 하나 더 보강해서 하루 생산량 3만개 정도 생산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아무리 공장이 자동화로 운영된다고 할지라도, 마스크 포장 전 전수조사는 모두 사람의 몫”이라며 “마스크 끈이 제대로 붙어 있는지, 마스크 모양이 제대로 나왔는지, 마스크 제봉이 제대로 박혔는지 등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는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약처 허가를 받은 만큼, 물량에 따라서 직원을 고용할 계획이라는 후문. 

여태껏 해왔던 마스크 기부도 지속될 전망이다. KMP는 식약처의 KF인증 허가를 받기 위한 샘플용 마스크를 제작할 때마다 군청이나 읍사무소, 유관단체에 필요한 만큼 마스크를 기부해왔다. 그렇게 기부한 마스크가 지난해 12월부터 약 1만 장 정도가 됐다. 황 대표는 “KF인증 허가를 받기 위한 샘플용 마스크 200장을 만들 때마다 생산되는 마스크가 6천장이었다”며 “여러 번 테스트를 하고 나면 생산된 마스크 양이 몇 만장 이상인데, 불량품을 생산한 것은 아니지만, 팔기에는 애매한 것 같아 마스크가 필요한 곳에 조금씩 기부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제는 KF인증 허가도 받은 만큼 설 명절이 지나고 나서 기부할 마스크를 모아서 지역협의체나 관공서를 찾아갈 예정”이라며 “KF인증 마스크 4천~6천개를 기부하고 싶다고 군청에 의사를 밝히고, 그 이상 필요한 수량은 최대한 맞춰서 기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옥천 유일 마스크 공장 KMP 내부 전경

KMP 마스크 공장
주소: 옥천읍 매동로 64
전화: 043-731-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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