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 강바람에 말린 청성면 ‘솔내음굴비’
내장 깔끔히 제거해 비린내 없는 장점
귀농 7년 차 임용구씨 “유통·판매처 확보가 관건”

굴비의 본고장 영광 법성포에 도전장을 내민 이가 있다. 옥천을 가로지르는 금강을 타고 부는 바람에 말린 ‘솔내음굴비’다. 청성면 양저리 강가에 집과 작업장을 지어 부인과 함께 손수 굴비를 말리는 임용구(67)씨. 옥천에서 굴비를 손질하고 건조해 판매한 지 어느덧 7년째다. 그는 해풍(海風)이 아닌 강풍(江風)에 말린 ‘솔내음굴비’의 매력을 ‘깔끔함’이라고 말한다. 영동에 산골오징어가 있다면 옥천에는 강촌굴비가 있는 셈이다. ‘말린 생선’으로 과감히 내륙지역 귀농을 택한 임 씨의 이야기를 지난 2월8일 들어봤다.

■ “비린내 없는 깔끔함이 영광 굴비와의 차별점”

한번 찾은 손님은 계속 찾는다는 ‘솔내음굴비’. 그 매력은 비린내 안 나는 깔끔함이다. 해동부터 비늘과 내장 제거, 간수 작업까지. 임 씨 부부의 손길을 거치지 않는 과정이 없다. 손질이 끝난 굴비는 줄로 엮어 영상 15도 이하 찬바람에 50일 동안 말린다. 원래는 상표 그대로 ‘솔내음’을 굴비에 입혀 판매를 시작했다고 한다. 집 근처 솔밭에서 구한 솔잎을 상자 바닥에 깔고 굴비를 포장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손님들이 생선에 입혀진 솔향을 좋아하지 않아 솔잎을 빼고 팔기 시작했다고. 임 씨는 바닷가에서 급하게 건조하거나 내장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굴비는 막상 먹을 때 냄새가 난다”며 “우리는 굴비를 급하게 말리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12월부터 3월까지만 작업해 비린내가 안 난다”고 말했다. 자연 건조된 굴비는 냉동고에 보관해 연중 판매한다.

임 씨 부부는 주로 대전 유성 오일장과 전화 주문을 통해 굴비를 판매한다. 인터넷으로도 꾸준히 주문이 들어온다고. 그는 “2019년 12월부터 손님들 반응이 좋아지기 시작했다”며 “한 달에 한 번 유성 오일장에 나가면 매출이 200만 원 정도고 명절에는 500만 원 까지 팔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한 번 사 갔던 손님들이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 해 기준으로 임 씨 부부가 손질하는 굴비는 약 2천 마리. 원래 올해 계획은 5천 마리였는데 코로나19로 작업량을 확 줄였다고 한다. 옥천 내 농협하나로마트 등에도 솔내음굴비를 출하하기 위한 계획을 천천히 세우는 중이라고 한다.

■ 임 씨 부부 1년 준비 끝에 지난 2014년 청성면으로 귀농

옥천이 고향인 임 씨는 IMF가 터지기 전까지 대전에서 교통표지판 제작·설치 사업을 했다. 갑작스러운 회사 부도로 7억원 빚더미에 앉게 되자 그는 부인과 함께 무작정 시장에 나가 장사를 시작했다. 돈이 되는 것이라면 ‘다 갖다 팔았다’는 임 씨. 조금씩 자리가 잡혀갈 때쯤 ‘마른 생선’을 전문으로 다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는 “처음 주변 사람들은 ‘그걸 왜 하나’ 의아해했었다”며 “하다 보니 장사가 잘되기 시작했고 지금 대전 유성 오일장과 옥천에서 건조 수산업을 전문으로 하는 곳은 우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씨 부부가 청성면으로 귀농하게 된 계기는 건조장 때문이었다. 옥천에 생선 건조장을 두고 대전을 왔다 갔다 하는 게 불편했던 부부는 과감히 시골살이를 결심했다. 평소 귀농에 뜻이 있던 부인과 함께 청성면 강가에 집과 작업용 건물을 지었다. 임 씨는 “친인척과 선후배가 곁에 있는 옥천으로 돌아오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굴비 작업을 하지 않는 봄부터 가을까지 임 씨 부부는 다른 농사도 짓는다. 토마토도 기르고 절임배추도 1년에 5천 포기 정도 주문받아 작업한다고. 그는 “2014년 옥천 처음 들어왔을 때 아로니아도 한 해 6톤 가까이 팔았다”며 “앞으로 굴비 말고도 발효 쪽으로 더 다양하게 사업을 확장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 농사만 지을 게 아니라 유통·판매처 확보해야

귀농을 하기까지 임 씨 부부는 1년 동안 많은 준비를 했다. 임 씨는 옥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농업인대학과 충북대 전문농업인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는 등 농업 관련 프로그램에 다양하게 참여해 귀농 관련 정보를 습득했다. 그는 “주변을 보면 10명 중 6명은 귀농·귀촌했다가 다시 도시로 나간다”며 “무작정 시골에서 농사짓는다고 버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먹고 사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시골 생활 자체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 그는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시 생활과 인맥을 아예 단절하지 말고 도시에서 자신이 하던 일이나 잘할 수 있는 무언가를 꼭 준비해서 들어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전에서 수산업을 하던 자신 또한 ‘말린 생선’이라는 생계 수단을 그대로 가지고 귀농한 게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또한 그가 강조하는 귀농·귀촌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건은 유통과 판매처 확보다. 땅 사서 아무리 농사를 지어도 마땅히 팔 곳이 없으면 시골생활 유지가 안 된다는 것. 그는 “평소 귀농 교육도 많이 다니는데 갈 때마다 유통·판매 관련 정보를 항상 습득하고 판매처를 계속 뚫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며 “도시에서 맺었던 모임 등 각종 커뮤니티를 이용해 마케팅을 강화해야 귀농·귀촌해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생활 유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새벽 5시부터 굴비 손질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임 씨 부부. 3월까지 올 추석 판매용 굴비 손질을 마쳐야 해 바쁘다고 한다. 그는 “작업 마치고 이웃들 2-3명이 오붓하게 차 한 잔 마시는 게 소소한 재미”라며 “올해는 전자 오르간도 사서 쳐볼까 생각 중”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주소 : 청성면 양저로 135 청성면양저리118

 

전화 : 010-4424-6555 / 010-3466-6555

 

온라인 : 네이버 스토어팜<떡판들산골생선>

 

대(大)자 솔내음굴비 10미(26~28cm) - 5만 5천원

 

특대(大)자 솔내음굴비 10미(29~31cm)는 - 7만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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