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돌봄 공백으로 다함께돌봄센터 1호점(지엘리베라움) 긴급 개장
방학 동안 9~18시 운영, 이용료는 무료지만 급식비는 미지원
제한적인 멤버십 운영 및 부족한 운영비는 아쉬운 점으로 꼽혀
군 주민복지과, ‘일단 운영해보고 추후 미비점 보완할 것’

다함께돌봄센터 1호점 길현주 센터장<br>
다함께돌봄센터 1호점 길현주 센터장

옥천읍 양수리 지엘리베라움 아파트 102동에 위치한 ‘다함께돌봄센터 1호점’. 밖은 영하를 기록할 정도로 춥지만 센터 내부는 겨울을 나기에 충분히 따뜻하다. 4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아이들 5명이 돌봄 교사 선생님과 밀가루 점토 놀이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코로나19로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아이들이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안전하게 자녀를 맡길 수 있어 학부모들은 걱정을 한시름 덜게 됐다. 갑작스런 긴급 개장으로 내부가 조금은 어수선했지만, 다함께돌봄센터 1호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금씩 탈바꿈하고 있었다.

어린이집 10년 경력을 갖춘 길현주 센터장과 보드게임지도사 자격증을 가진 박경애 돌봄 교사가 갑작스러운 개장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능숙하게 돌보고 있었다. 옥천신문이 방문한 2일은 개원 이틀 차에 불과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진 못했지만, 아이들은 밀가루 점토 하나에도 행복해하는 모습이었다. 박나현(12, 옥천읍 양수리)학생은 “집에 있는 것보다 여기 오는 게 훨씬 더 재밌다”며 “여기 있으면 스마트폰 같은 게 아니라, 점토 놀이나 보드게임 같은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날씨가 좋았던 전 날에는 단지 내 놀이터에서 뛰어 놀고 근처로 산책을 다녀오기도 했다. 아이들은 학원 수업을 마치고 저녁에 다시 센터로 돌아올 거라고 아우성이었다.

아이들이 밀가루 점토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br>
아이들이 밀가루 점토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 군과 리베라움 입주자간 협약으로 탄생한 ‘지역 1호’ 돌봄센터

방과 후 돌봄 거점 기능을 수행하는 다함께돌봄센터(센터장 길현주) 1호점이 지난 1일 운영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충북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행정명령으로 사회복지 이용시설은 휴관하고 있으나, 돌봄 공백을 방지하기 위하여 일부 학생에 한하여 긴급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전체 정원은 25명이나 2일 현재 7명의 학생들만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코로나 감염예방을 위해 센터 내 마스크 착용, 체온 체크 및 손소독제 비치, 출입자명부 작성, 일정주기 실내 환기 등이 철저히 시행되고 있었다. 방학 때는 9시부터 18시까지 문을 여는데 학부모가 원하면 운영시간을 조절하기도 한다. 센터 이용료는 무료다.

다함께돌봄센터 1호는 군과 지엘리베라움 입주자대표회의간 협약으로 탄생했다. 군은 지엘리베라움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센터 공간을 20년간 무상으로 빌리는 대신, 지엘리베라움 아파트 입주자 아동들이 최대 70%까지 센터에 우선적으로 입소하게 된다. 협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군과 입주자대표회의 간 마찰도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입주자 85.5%의 동의를 얻어 돌봄센터 1호가 문을 열 수 있었다. 양수3리 장영석 이장은 “지난해 준비 과정에서 서류를 주고 받으면서 약간 마찰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젊은 부부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게 되어 뿌듯하다”며 “1호점이라 힘든 점이 많겠지만, 앞으로도 센터장, 군 담당자와 긴밀하게 협력해서 잘 운영할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말했다.

원래 입주자집회소로 사용되던 공간을 돌봄센터로 활용하기 위하여 5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리모델링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방염 페인트로 도색을 했고, 간단한 간식을 조리할 수 있도록 조리대, 세면대 등을 설치했다. 원래 계획보다 앞당겨 개장하느라 가구를 갖추지 못했으나 급한 대로 읍사무소에서 책상과 의자를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 교사의 개인 물품을 일부 프로그램 재료로 사용할 만큼 아직 미비한 점도 많다.

다함께돌봄센터 1호점 내부에 설치된 조리대, 세면대.<br>
다함께돌봄센터 1호점 내부에 설치된 조리대, 세면대.

■ 멤버십 운영으로 제한된 인원만 사용 가능

다함께돌봄센터는 멤버십으로 운영된다. 선정된 25명의 학생만 이용할 수 있다. 이용가능 연령은 초등학교 1~6학년생이지만, 맞벌이 부부-다자녀 가정-저학년 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는 1~3학년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멤버십으로 운영되면 아이들이 주변 친구와 센터에 같이 갈 수 없다는 단점이 생긴다. 학생들은 나와 내 친구가 구별되는 이질적인 경험을 어려서부터 할 수밖에 없다. 선별적 복지의 한계다.

군이 돌봄센터를 멤버십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이유는 있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다함께돌봄센터의 정원은 시설면적기준(아동 1인당 최소 3.3㎡)을 고려하여 산정하여야 한다. 지엘리베라움 돌봄센터 1호의 면적은 126㎡로 최대 수용 가능인원은 38명이지만, 군은 질 높은 돌봄을 제공하기 위하여 25명으로 인원을 제한했다. 게다가 돌봄센터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 부족한 한 달 운영비, 추경으로 보완 예정

센터의 한 달 운영비가 60만 원에 불과한 점도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센터에서 사용하는 공기청정기, 정수기, CCTV 등 시설 임대료만 한 달에 20만 원이 넘는다. 40만 원이 안 되는 예산으로 25명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비용을 감당하긴 어렵다. 간식 및 식사비가 따로 지원되지도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도시락을 싸오거나 집에서 홀로 밥을 먹고 돌아와야 한다. 군은 1호점의 초반 운영 상황을 살펴보고, 필요한 운영비를 파악해서 추가적으로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길현주 센터장은 “군 담당자가 추후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고 해서 앞으로 운영비가 인상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지승 주민복지과장은 “맞벌이 가구 증가, 돌봄 수요계층 확대 등 양육환경의 변화로 보육은 부모 개개인의 책임을 뛰어넘어 국가나 자치단체, 민간이 함께 책임져야 하는 분야가 됐다”며 “다양한 돌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권역별로 다함께돌봄센터 2, 3호점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함께돌봄센터 1호점 문패.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