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벌 서는 방법/유지은

숲 속에 두고 온 축구공
밤새 누군가 공놀이를 했나 봐.

쪼르르 다람쥐 달려와
공 굴려 보고
나도 해보자고 
토끼도 깡충깡충 뛰어 왔겠지.

멧돼지가 힘차게 공을 차니까
구경만 하던 노루도
발길질을 하면서
숲 속에 사는 동물들 모두 나와
신나는 공놀이가 시작된 거야.

새들이 날개를 파닥이며
응원가를 부르고
나무들도 가지를 쭉쭉 뻗어
팔랑팔랑 나뭇잎 흔들며

밤새 응원을 한 거야.
환한 달 및 아래서.

내가 공을 찾으러 간 아침에
여기저기 찍힌 발자국.
나뭇잎마다 맺힌
땀방울을 보고 나는 알았지.
숲은 시치미를 뚝 떼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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