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 뜬 수세미·인형 등... 옥천군로컬푸드에서 판매
강사 정미용씨 “다문화 여성들 뜨개질하며 소통하고 연대하기도”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다문화 가정 여성들이 수익금 400만원을 지난19일 군에 전달했다.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다문화 가정 여성들이 수익금 400만원을 지난19일 군에 전달했다.

뜨개질의 다른 말은 ‘연대’였다. 지난 1월19일 다문화 여성들이 뜨개질해 만든 물품 판매수익금 400만 원을 군에 기부했다. 형편이 어려운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데 써달라고 전한 것이다. 타지살이의 설움과 고충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문화 가정에 선뜻 손을 내밀 수 있었다. 촘촘히 얽힌 뜨개실이 취약한 다문화 가정에겐 ‘안전망’ 역할을 한 셈이다. 이날 전한 수익금은 지난해 7월부터 옥천군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수세미, 인형, 열쇠고리, 핸드폰가방 등을 판매해 모은 돈이다.  

기부에 참여한 여성들은 지역공동체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이들이다. 2014년부터 군은 저소득층, 장기실직자 등 취업 취약계층의 생계유지에 필요한 소득을 일부 보조하기 위해 지역공동체일자리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에 참여한 다문화 여성들은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도 판매 수익금을 기부했다. 2년간 일자리박람회와 각종 축제에 참여해 얻은 판매 수익금 총 570만 원을 가정 형편이 어려운 다문화가정에 기탁했다.

필리핀에서 한국에 온 지 6년 차로 한 아이의 엄마인 도밍고조날린(34)씨는 “뜨개 뜨기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참 재미있고, 가족들도 많이 좋아한다”라며 “이런 좋은 기술을 배우게 돼서 기쁘고, 일자리가 있어 든든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부터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손뜨개를 가르쳐 온 정미용(61,동이면)씨는 “이번 기부는 그동안 다문화 여성들이 노력한 결실”이라고 말했다. 주5일 하루 7시간씩 뜨개질로 작품을 만들어온 여성들 대부분은 아이가 있는 주부로, 집안일도 도맡아 해왔다고. 오전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놓고, 오후에 퇴근하면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식이다. 정 씨는 “참여한 여성들 모두 정말 열심히 출근해 꼼꼼하게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단기간 계약직으로 소수 인원만 뽑는 다문화 여성 일자리 사업에 대해 아쉬움도 있다고 한다.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4~5명씩, 4개월 정도 근무하는데, 보다 안정적이고 상시적인 일자리 사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 정 씨는 “다문화 여성들에게 일자리는 굉장히 절실하다”며 “최저임금 정도 받지만, 가정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는 건 이분들에게 큰 의미”라고 말했다. 다문화 여성들에게 뜨개질하는 시간은 노동시간 그 이상이라고. 타지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집안일의 어려움, 문화 차이에서 오는 고충 등을 서로 터놓곤 한다고. 일종의 연대 공동체다. 정 씨는 “다문화 여성들을 위한 공공일자리들이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옥천군은 다문화 가정지원사업을 비롯한 9개의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을  올해 3월부터 사업비 1억3천500만원(국비 6천771만원, 도비 1천354만원, 군비 5천417만원)을 들여 22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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