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에 차문화 알리고자 보이차 카페 문 연 호중명가 부영옥 대표
직접 기른 찻잎 손수 덖은 ‘옥천오룡차’, 옥천 특산물로 만들고파

우연히 접한 차 한 잔이 보이차 카페 ‘호중명가’ 부영옥(68) 대표의 인생을 바꿨다. 20여 년 전 어머니 49제를 위해 찾은 절의 스님께서 내려 준 차 한 잔. 그 차가 전해줬던 위로가 오래도록 부영옥 대표의 가슴에 나았다. 그 뒤로 부영옥 대표는 차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다도를 배우고, 세계 유명 차 산지를 오가며 찻잎과 다기에 담긴 저마다의 이야기를 모았다. 직접 차나무를 기르고 대전에서 차 재료상을 운영하기도 했다. 차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인생을 살게 된 셈이다.

2006년부터 옥천에서 살아온 부영옥 대표. 그의 고향은 경남 거제이지만 2013년부터는 군서면 금산리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육영수 여사 숭모제 때 직접 내린 차를 공양하기도 하며 옥천에 깊게 뿌리를 내렸다. 스스로도 “옥천사람 다 됐다”고 말한다.

그런 부영옥 대표에게 목표가 하나 생겼다. 더 많은 옥천사람들과 차의 매력을 공유하고 싶어진 것이다. 부영옥 대표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과감히 대전의 차 재료상을 정리하고 지난달 13일 부 대표 부부가 운영하는 펜션 한 편에 부영옥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차인 보이차를 전면에 내세워 호중명가를 열었다. 

■ 차, 어려운 약이 아닌 ‘맛있는 음료’

골조부터 인테리어까지 부영옥 대표와 남편 정혁래씨가 직접 작업했다는 호중명가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다양한 종류의 보이차와 다기로 가득한 벽면이 눈에 들어왔다. 차와 다기는 모두 부영옥씨가 중국, 대만 등지에서 직접 구해온 것들이라고 한다. 유럽에서 구했다는 찻잔들까지 형형색색 차 관련 용품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차 박물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기자가 자리에 앉자 부영옥씨는 찻물을 끓여 보이차를 우렸다. 보이차는 어디에 좋은 차인지 묻자 부영옥 대표는 그 차에 대한 정보를 알기 이전에 차 그 자체를 오롯이 즐겨보라며 답변 대신 보이차를 따라주었다. 기품이 느껴지는 검붉은 빛깔의 보이차에서는 달큰하고 미묘한 감칠맛이 났다.

“보이차는 당뇨병에 좋고 체지방 분해 효과가 있다고 해요. 건강하게 100살까지 살고 싶다면 차를 마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차가 건강에 좋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 때문에 차를 약이라고 생각하고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참 많아요. ‘이 차는 어디 좋은 차니까 어떻게 마시자’ 이런 식으로 약처럼 마시죠. 그런데 차는 약이기 이전에 일상 속에서 즐기는 음료거든요. 제가 보이차를 좋아하는 이유도 간편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에요. 보이차는 카페인 함량이 적어 하루 종일 즐길 수 있고, 찻잎을 10번까지도 우릴 수 있어 마시기도 편해요. 호중명가를 운영하면서 찾아오는 손님들께도 차를 맛있는 음료로 소개하고 싶어요”

부영옥 대표와 남편 정혁태씨가 직접 꾸민 호중명가의 인테리어
체험비를 내면 부영옥 대표가 진행하는 다도 교육도 즐길 수 있다.
호중명가의 벽면을 가득 채운 다양한 종류의 보이차

■ 다양한 차 즐기며 다도 체험도 할 수 있는 차문화 공간

보이차 카페인만큼 보이차 카페에는 형태별, 산지별, 연도별 다양한 보이차가 가득하다. 부영옥 대표는 “손녀가 보여 달라고 해도 잘 안 보여주는 귀한 차”라며 1970년에 생산된 보이차를 보여주기도 했다. 

호중명가에는 보이차 외에도 취향에 따라 다양한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녹차, 청차, 홍차 등 다양한 종류의 차가 구비되어 있다. 잎차를 마시지 못하는 손님을 위한 대추차도 준비했다고 한다. 호중명가가 누가 오더라도 모두가 차를 즐기고 갈 수 있는 ‘차문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부영옥 대표의 바람에서다.

차를 온전히 즐기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부영옥 대표는 차를 잔으로 파는 대신 ‘체험비’를 받는다. 때문에 호중명가를 방문하면 1인당 7000원의 체험비를 내고 다양한 종류의 차 중 두 종류를 골라 마셔보며 본인의 취향에 맞는 차를 찾을 수도 있고, 간단한 곁들임 음식으로 요기를 할 수도 있다. 부영옥 대표에게 다도예절을 배워 볼 수도 있다. 마음에 드는 차를 발견했다면 찻잎을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보이차는 물론, 녹차, 청차, 홍차 등 다양한 종류의 차를 준비했어요. 대추, 배, 생강을 넣고 직접 달인 대추차도 있고요. 체험비를 내시면 다양한 차들 중에 원하는 차 2종류를 선택해 마셔볼 수 있어요. 취향을 말씀해 주시면 추천도 해드려요. 제가 직접 다도예절도 알려드리죠. 차에 어울리는 간단한 간식도 드리고요. 호중명가에서 차문화를 오롯이 즐기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부영옥 대표가 뒷산에서 기르고 있는 차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부영옥 대표가 뒷산에서 기르고 있는 차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 직접 키운 찻잎으로 만든 ‘옥천오룡차’, 옥천 특산물로 만들 것

카페 안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부영옥 대표는 보여줄 게 있다며 뒷산으로 기자를 이끌었다. 부 대표가 걸음을 멈춘 곳, 뽀얗게 쌓인 눈 사이로 푸른 차나무가 보였다. 펜션을 시작하기 전부터 땅을 조금씩 사 모으며 남편과 함께 키워 온 차나무라고 한다.

처음부터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2001년 처음 차나무를 심었을 때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차나무 육성이 서툴러 고사한 나무도 있고, 옥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겨울을 못 넘기고 얼어 죽은 나무도 있었다. 하지만 부영옥 대표는 우여곡절 끝에 작지만 알찬 차나무밭을 일구는데 성공했다.

앞으로 찻잎 따기, 잎차 만들기 체험도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차밭을 더욱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직접 기른 차나무 잎으로 만든 차도 상품화 해 옥천의 특산물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차나무 기르겠다고 고생 참 많이 했어요. 차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죠. 2001년부터 시작해 이젠 20년생 나무도 2그루 있고, 작은 나무들도 꽤 있는 규모로 키웠어요. 지금은 수확량이 많지 않아 어렵지만 앞으로 잘 키워서 체험활동도 진행하고, 옥천에서 키운 차나무로 만든 차도 상품화 할 계획입니다. 제가 옥천 산 지도 20년이 다 돼가고, 이런저런 지역 활동도 열심히 참여할 정도로 옥천사람이 다 됐어요. 이제 옥천에 제 손길 거친 특산품 하나를 남기고 싶은 욕심이 생기네요”(웃음)

카페로 돌아온 부영옥 대표는 직접 키운 찻잎을 부 대표가 손수 건조하고 덖어서 만든 차를 우려 기자에게 권했다. 차의 이름은 ‘옥천오룡’. 맑은 푸른빛의 옥천오룡 한 모금을 머금자 풍성하면서도 단아한 향기와 고혹한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우리고장의 특산물로 자랑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날 호중명가에서 부영옥 대표가 전한 차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의 말처럼 차는 맛있는 음료이자, 다채로운 스토리가 담긴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찻잔에 담긴 싱그러운 이야기를 즐기고 싶다면 부영옥 대표의 보이차 카페 호중명가를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호중명가의 다기는 부영옥 대표가 전세계에서 직접 모은 것이다.
호중명가의 전경

옥천군 군서면 동평5길 27-13 

☎ 010-3403-9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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