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루어낚시용품을 유통하는 이원면 출생 김영민 씨
아버지 따라 물고기 잡던 취미로 낚시와 연 닿아
기본은 ‘예의’와 ‘놔주는 미덕’···손님에게 낚시 노하우도 전수

김영민(45)
금강낚시슈퍼 김영민 사장.

40년 전, 지금보다 공기 좋고 물도 맑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그 시절 이원면 칠방리에 있는 강변에 가면 자연이 만들어낸 고운 모래밭이 깔려 있었다. 용담댐, 지탄다리도 생기기 전 일이다. 옛 지탄초등학교 인근에 살았던 한 소년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아버지가 투망을 쳐서 피라미를 잡거나,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먹던 기억이 생생하다. 자유롭게 수영도 하고, 조개도 채취해서 먹었으니 그 정도로 강이 깨끗했다.

8년간 옥천역 옆에 금강낚시슈퍼를 운영하는 김영민(45) 씨는 어린 시절 옥천, 영동, 무주, 금천 라인을 끼고 순환하는 금강이 말 그대로 비단물결을 뽐내는 금강(錦江)이었다고 증언했다. 세월이 흐르고 용담댐이 들어서면서 모래밭 자리에 펄이 들어섰지만, 김 씨는 금강 수질이 섬진강과 비견해도 좋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 친구들과 같이 낚시하러 놀러 갔던 금강은 지금 모습과 달라졌지만 금강을 아끼는 마음은 변치 않았다. 물고기가 잘 잡히는 포인트부터 낚시용품 수리, 기본교육까지 다 해주는 금강낚시슈퍼 김영민 사장을 만나봤다.

슈퍼 안에 각종 루어미끼와 낚싯대 등 낚시에 필요한 모든 용품들이 진열돼 있다.
슈퍼 안에 각종 루어미끼와 낚싯대 등 낚시에 필요한 모든 용품들이 진열돼 있다.

■ ‘찌 맛’이 궁금하면 금강낚시슈퍼로

“낚시점마다 특색이 있는데요. 저희는 가짜 미끼를 던져서 잡는 루어(lure)낚시 전문점이에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게 루어 쪽이거든요. 보통 붕어낚시를 많이 하는데 붕어낚시의 매력은 ‘찌 맛’이라고 하거든요. 가만히 있다가 입질이 오면 ‘찌 맛’이 쭉 올라오는데 그게 좋아요. 루어는 쏘가리나 배스를 잡기에 최적인데요.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내가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운영하는 거죠. 찌를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보이게 액션을 하다가 고기가 찌를 물었을 때 그 희열이 굉장해요. 물고기와 파이팅하는 걸 낚시인들은 ‘랜딩’이라고 하거든요. 타닥타닥 물고기랑 대결해서 이긴다는 느낌이 있는데 그게 루어의 특징이죠.”

김 씨는 처음 슈퍼를 열었을 때 낚시를 자주 다닐 수 있겠다고 기대했을 정도로 낚시 애호가다. 하지만 슈퍼 안을 가득 메운 가지각색의 물건들이 대변하듯 밤낮 구분이 없는 낚시 특성상 가게를 지켜야 할 시간이 많다며 웃음 지었다. 즐겨서 하는 일도 직업이 되면 타성에 젖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 씨의 낚시예찬은 끊이지 않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낚시와 관련한 전화 문의가 계속 걸려왔다.

금강낚시슈퍼는 주로 중저가 위주의 낚시용품을 취급해왔다. 요즘은 ‘도시어부’ 같은 낚시 프로그램이 유행하면서 더 좋은 물품을 구매하려는 손님이 더러 있다고 한다. 유럽, 미국 쪽 낚시용품을 원하지만 물건 취급이 쉽지 않고 가격도 높다고 한다. 도시어부 열풍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었는지 묻자 김 씨는 바다낚시, 선상낚시하는 모습만 방송에서 보여주니까 민물낚시 사장님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있다고 전했다.

김영민 씨는 이원초, 이원중, 옥천공고를 나오고 정보대 시각디자인과를 전공했다. 가게 안에 있는 물건들도 학교에서 배운 디자인 감각을 활용해 비치해놨다고 한다. 김 씨에 따르면 학벌주의가 심했던 90년도에는 대학을 나와야 회사에서 인정해주는 문화가 있었다. 그래서 대학 졸업을 위해 옥천에 내려왔다가 그때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옥천에 살게 됐다. 대학 졸업하고 잠시 경기도에서 유통 관련 자영업을 한 적이 있다. 현재 고등학생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두고 있는 김 씨는 자녀들이 낚시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조금 아쉽지만 다른 취미가 있기에 존중한다고 말했다.

슈퍼 안에 각종 루어미끼와 낚싯대 등 낚시에 필요한 모든 용품들이 진열돼 있다.

■ 아이들 학습 집중력도 키워주는 낚시의 매력

“요즘 중·고등학생들도 낚시를 많이 해요. 학생들이 많이 하는 이유가 손맛도 있지만 학습하는 데 집중력도 좋아지거든요. 사격이나 농구 선수들을 보면 집중력 높이려고 낚시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만큼 정서적으로 좋고, 친목하기에도 좋고요. 학생들이 쉬는 날에 컴퓨터나 스마트폰 게임을 하지만 배스낚시도 많이 하거든요. 쓸데없이 나쁜 일로 안 새고 건전하게 취미로 즐길 수 있으니까 아이 부모들도 좋아하시고요. 낚시를 해본 사람으로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권합니다.”

낚시전문점을 운영하는 만큼 김 씨는 낚시 관련 지식이나 지역 특성도 훤히 꿰뚫고 있었다. 무주부터 금천까지 특정 지역에 물고기가 잘 잡히는 포인트가 있는데 손님들에게 일일이 설명해준다. 알려준 포인트에 갔는데 잘 안 잡힌다고 전화가 오면 다시 조언해준다. 공주를 끼는 금강은 수질이 안 좋지만 옥천은 비교적 깨끗해서 타지 손님들도 가게에 많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수심층 별로 낚시하는 방법이 달라 맞춤형으로 낚시팁을 알려주고 있다. 일요일은 가게를 일찍 문 닫고 손님과 낚시하는 곳까지 동행해서 일러주기도 한다. 김 씨는 ‘덕분에 물고기를 잡았다’고 전화가 올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낚싯대 수리도 손님들이 가급적 돈이 안 들어가게끔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초릿대가 1cm 정도 부러지면 직접 고치고, 10cm 이상 부러지면 A/S를 부른다.

“손님들의 낚시 숙련도에 따라 사가는 물건들이 달라요. 타지에서는 어떻게 찾아오시는지 모르겠지만 초보부터 중급자분들은 잘 모르시니까 제가 설명해드려요. 단순히 물건만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잡게끔 도와드리는 것도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실력자분들은 본인들이 알아서 물건을 고르시고요. 루어는 원투가 기본이에요.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원투낚시를 많이 했어요. 원투로 할 수 있는 게 바다 웜으로 장어나 망둥어, 광어, 우럭 등을 잡을 수 있어요.”

■ “낚시는 물고기를 못 잡아도 재밌는 게 많아요”

혹시 입문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김 씨는 낚시 기본교육을 할 때 기본적으로 ‘예의’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낚시는 무엇보다 자연환경과 어울리면서 물고기도 잡는 취미이지, 단순히 물고기를 잡는 게 목적이 되면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속에서 나오는 반딧불 보는 재미, 강에 비치는 달빛과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는 재미, 지인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라면을 끓여 먹는 재미 또한 낚시의 매력이다. 이처럼 낚시를 즐기려면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면서 물고기 잡는 욕심을 어느 정도 내려놔야 한다.

붕어낚시의 경우 밤낚시를 하는데 서치(불빛)를 비추면 안 된다. 루어낚시를 할 때 범위를 침범해서 낚싯대를 사방팔방 왔다 갔다 하면 낚싯줄이 엉키는 등 주변에 피해를 줄 수 있다. 또 하나는 ‘놔주는 미덕’이다. 김 씨는 앞으로 낚시를 취미로 접할 후대를 생각해서 우리나라에 귀한 어종을 잡게 되면 바로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 ‘인생고기’라고 하죠? 4년 전에 쏘가리 54cm까지 잡아봤어요. 목표는 60cm인데 쏘가리가 4짜 이상을 ‘런커’라고 해요. 6짜는 몇 번 걸었는데 힘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쏘가리 잡으려다가 낚싯대가 터졌을 정도니까요. 다시 잡아보려고 한 달 동안 여러 번 찾아갔을 정도로 아쉬웠어요. 낚싯바늘이 어디에 걸리느냐에 따라 낚시 결과가 달라지는데 그게 어복이에요. 목구멍에 걸리면 낚싯대가 힘을 받는데, 입 주변에 걸리면 물고기들이 살려고 파닥파닥 하고 그래요.”

김 씨는 베이트 피시(bait fish)라는 이름의 낚시 동호회 활동도 하고 있다. 베이트 피시는 낚시에서 미끼로 사용되는 작은 물고기를 말하지만, 가짜 미끼를 가지고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여서 물고기를 잡자는 의미로 모임명을 지었다고 한다. 동호회는 옥천, 대전, 영동 사람 등 15명 정도 있다. 금강낚시슈퍼는 오전8시부터 열고, 닫는 시간은 시즌마다 다르다. 낚시 활동이 줄어드는 겨울철에는 오후 6~7시까지 하고, 낚시 시즌이 다가오면 오후 9시에 마감한다. 쉬는 날은 없다.

■ 낚시 규제보다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 모색해야

우리고장은 낚시용품 판매점이 8곳 있을 정도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낚시꾼들이 찾아온다. 낚시점을 운영하는 김 씨는 옥천군에 바라는 점이 하나 있었다. 군에서 낚시금지구역을 지정하면서 규제를 걸어놓는 바람에 부락마다 관리는 제대로 안 되고, 쓰레기는 쓰레기대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20~30년 전만 해도 낚시점이 많았지만 농어촌공사에서 낚시점 허가를 까다롭게 내주면서 현재 관리터가 안 돼 있고 쓰레기는 점점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수자원공사에서 각 부락마다 청소하는 사람 1~2명을 두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씨는 낚시 규제가 능사가 아니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낚시하는 걸 어떻게 보면 옥천군의 부수입이라고 생각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한순간에 규제를 하고 무작정 낚시하지 말라고 막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규제 때문에 낚시점들, 낚시꾼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아요. 타지 분들이 낚시하러 많이 와서 쓰레기 투기하시지 옥천 분들은 쓰레기 많이 안 버리시거든요. 막는 거 이해하지만 충남 예산에 있는 예당저수지 같은 좋은 사례가 있어요. 이런 거예요. 낚시점에서 ‘돈을 지불하고 낚시를 할 수 있다’는 패치(딱지)를 팔 수 있게 해놨거든요. 그럼 그 수익이 저희 같은 낚시 판매점과 관할 군에 같이 생기는 거예요. 그 수익으로 쓰레기 처리를 하는 좋은 사례들이 많아요. 서울 쪽은 관리가 잘 되니까 허가를 내주고요. 결론은 막는다고 해서 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옥천읍 옥천로 1608-1, 731-7778

오전8시~시즌별 상이(겨울철은 오후 6~7시, 시즌 철은 오후9시 마감)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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