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영 복지사, 아이들 위해 기부 이어온 우진전기 대표에게 고마움 전해
코로나19 이후에는 아이들과 친밀한 관계 형성 힘들어져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려면 주민 모두가 관심 가져야

드림스타트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유선영씨. / 사진 윤지영 인턴기자

우리가 보지 못하는 지역 곳곳에는 열악한 환경 속 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 추운 겨울, 집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재래식 화장실에서 매번 차가운 물에 몸을 씻는 자매부터 라면으로 한 끼를 때우는 게 일상인 형제까지. 책상에 앉아 공부할 물리적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데다가 보금자리가 되어야 할 가정에서 방임이나 학대를 받는 경우도 빈번하다.

‘하늘 아래 모든 아이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드림스타트’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 중인 유선영 씨는 지역 곳곳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꿈을 불어넣는다.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부터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상담도 지속한다. 지난 12일 오후 1시, 옥천읍에 있는 ‘옥이네 밥상’에서 유 복지사를 만났다.

■ 매년 이름 숨기고 기부한 우진전기 대표에게 고마움 전해

유선영 사회복지사는 전익찬 씨에게 고맙거나 사랑하거나 미안한 이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지목 릴레이 ‘고사미’에서 다음 주자로 지목받았다. 학습을 통해 전 씨 자녀들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오던 유 복지사가 6년 전 주거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전 씨에게 무주택 서민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는 비영리 단체 ‘해비타트’를 연결해 준 것에 전 씨가 고마움을 느낀 것이다.

“왜 저한테 고맙대요?”라고 물으며 눈이 커진 유 복지사는 전익찬 씨가 고마워하는 이유를 말하고 ‘고사미’ 다음 릴레이 주자를 지목해달라고 요청하자 ‘우진전기’ 대표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지역 내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해 공기청정기부터 컴퓨터, 인쇄기 등을 매년 기부하며 언론에 자신의 행동을 노출하지 말라고 부탁한 ‘얼굴 없는 천사’에게 이번 계기로나마 감사함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름은 몰라요. 그런데 매년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옥천군 아이들을 위해 각종 물품을 지원하는 모습이 너무 고맙죠.

유 복지사가 추천한 ‘우진전기’ 대표는 지난해 옥천군 내에 있는 취약계층 아동을 위해 140만원 상당의 컴퓨터와 인쇄기 세트를 사회복지시설 5개소와 드림스타트에서 관리하는 10개 가정에 한 대씩 기부했다. 선행을 언론에 노출하기 싫다고 말해 따로 알려지지는 않았다. 유 복지사는 “아이들에게도 따뜻한 선물이 될 것”이라며 “올해는 각 가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줄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 꿈에 힘을 불어넣는 일

유 복지사는 2012년 옥천군 청소년수련관 1층에 드림스타트가 둥지를 튼 다음 해에 지역 내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가정, 보호 대상 한 부모 가정(조손가정 포함), 학대 및 성폭행 피해 아동을 찾아 가정 방문을 통해 양육환경과 아동 발달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0세부터 12세 아동이 대상이다. 그는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다 못 돌아다녀 안타깝다”며 “전화로라도 지속적으로 아이들 또는 보호자와 연락 중이다”고 말했다. 방문 가정과 충분한 라포(상담이나 교육을 위한 전제로 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루어진 인간관계) 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보면 라포 형성이 돼서 좋죠. 그래도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저희가 모르는 어려운 점이 가정에 있을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너무 많이 대상자에 관해 알아도 문제가 있을 수 있죠.”

이처럼 드림스타트는 모든 아동의 공평한 출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목표다. 태어날 때는 지역이나 가정 환경에 따라 학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그 차이를 조금씩 줄여야만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유 복지사는 “옥천군은 다행히 다른 지역보다 외부 기관과 연계해 취약계층 아이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는 편”이라며 지난해 이랜드 재단으로부터 의료 지원을 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이랜드 재단과 연계한 덕분에 일방적으로 물품을 지원받는 형태가 아니라 아이와 학부모가 관내에 섭외된 옷 가게에 찾아가 직접 자기가 사고 싶은 옷을 30만원까지 구매할 수 있었다. 2년 전에는 구세군 자선냄비에서 주최하는 난방비 지원 사업 ‘마음 온도 37도’ 지원을 받아 21만원씩 56가정에 난방비를 보탤 수 있었다. 모두 드림스타트 직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신문, 잡지 등을 통해 각종 지원 사업을 알아본 성과다.

■ “사회관계 망 촘촘하게 갖추는 게 중요해”

드림스타트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4명이다. 1개 읍과 8개 면을 나눠서 관리한다. 유 복지사 담당 지역은 옥천읍과 동이면, 안남면이다. 한 달에 스물다섯 가정을 혼자서 관리한다. 이들은 오전에는 각자 담당 지역 아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해결책은 어떤 게 좋을지 회의를 진행한다. 오후에는 설문 조사를 하거나 ‘시니어 클럽’ 등 지역 단체로부터 구매한 음식이나 물품을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새해 소망에 관해 묻자 그는 “지역 내에 빈곤 아동이 줄고 직원도 조금씩 늘어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더 촘촘하게 관리받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주민 개개인의 역할도 강조했다.

“안남면에 있는 ‘배바우작은도서관’처럼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이 곳곳에 생겼으면 좋겠다고 주민들이랑 같이 건의하니까 예전보다 도서관이 많이 생기고 있잖아요. 초등학교를 막 졸업한 12세 이상 아이들 중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문제도 지속적으로 건의하니까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시스템 마련하려고 하는 것 같거든요.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주민들이 앞장서야죠. 이렇듯 사회적 관계망이 조금씩 갖춰지면 드림스타트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지 않을까요?”

지역 사회는 소외된 아동을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다니며 발견해야 한다.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며 모든 아이들이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에서 저마다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추운 겨울, 눈 속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뒤편에 고통받고 외로워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우리 모두가 사회적 관계망을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유 복지사 말마따나 하늘 아래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은 특별한 한 사람의 선한 행동을 넘어 우리 모두의 관심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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