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용 안남 (화인산림욕장 대표)

1988년 세계하계올림픽을 성공리에 끝내면서 자신을 얻은 정부는 여세를 몰아 1989년 해외여행자유화를 전면 실시했다.

여행이 자유화 되자 단체여행객들은 여행사의 지도아래 팁에 대하여 별다른 곤욕을 치르지 않으나, 나홀로 여행자의 경우에는 특히 구미(歐美)와 문화의 차이에 커다란 충격을 받아 어리둥절 할 때를 자주 대하곤 했다.

원래 팁이란 신속 정확한 응대에 대한 사례금, 또는 봉사료라고 할 수 있다.

1988년 40세 이상으로 관광연령을 확대함과 동시에 부부동반 여행을 제한적으로 완화하자, 알래스카 주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발빠르게 미주(美州)여행사를 통해 파격적인 가격으로 60명을 초청하여 2주간 알래스카 관광명소를 시찰시켜 주었다.

거의가 여행사 사장과 간부들이 대부분인데 필자부부와 같은 일반인은 몇 안 되었다.

앵커리지공항에 도착하자 주지사와 주정부 관계자들이 따뜻이 맞아 주었고, 저녁에는 특별히 성대한 환영연도 베풀어 주었다.

귀국 전날밤 환송연석에 필자의 옆에 자리한 호텔 사장은 “한국 사람들은 통이 큽니다. 호텔 메이드(maid=호텔룸 청소및 정리,정돈하는 여직원)들이 모두 놀라 야단들 이었습니다.”

필자가 무슨 뜻인지 몰라 주저하자 “팁으로 100불 지폐를 덥썩덥썩 쥐어주고, 베개 위에도 거의 모두가 약속이나 한듯이 100불 씩을 놓았답니다.”

한국에서도 100불이면 대단한 돈 이지만, 부자나라 미국에서는 100불 짜리를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몇번이나 확인에 확인하여 소중히 대한다. 

지금은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왕연어(King salmon)를 아주 저렴한 특별가를 적용해 주어 1m 이상 짜리 18 마리를 KAL의 특별 배려로 싣고와 필자의 친지와 지인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호사도 부릴 수 있었다.

싱가포르에 가면 단골인 뉴 오타니(New Otani) 호텔에 머문다. 1990년 1월 커피숍에서 상담을 하고 있는 데 낯익은 지배인이 헐레벌떡 닦아오더니 “한국인 관광객들이 모두가 100불씩을 벼개 위에 놓고 떠나갔습니다. 그런데 우리 호텔은 팁을 받지 않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지배인님! 호텔을 예약했던 여행사에 연락하여 리파운드(refound=환불) 하여 주시면 됩니다.”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싱가포르의 일류 호텔들은 객실에 들어 가면 노팁, 드링커러블 워터(No tip,drinkable water=팁은 사양, 수도물은 마실 수 있음)라고 화장실이나 손님의 눈에 잘 뛰는 곳에 친절하게 써 놓아 두었다

2013년 3월 말레시아의 조호르(Johor Bahru)주 데사루에 있는 하드 록 호텔 데사루 코스트(Hard Rock Hotel Desaru Coast)에서 고무나무 상담을 하고 있을 때 였다. 그때는 골프붐이 절정에 달해 극성 골프광들이 이곳까지 와서 한국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던 시기였다.

조식후 룸에서 서류정리를 하고 있는데 친구같이 지내는 지배인이 자기 사무실로 잠깐 내려와 달란다.

한국인 골프객 28명이 떠난후 메이드들이 갖고온 팁이라며 필자 면전에 쏟아 놓았다.

대부분 100불 짜리라고 하면서, 2002년과 2012년에 발행된 100불 짜리는 불량국가가 대량으로 위폐를 유통시켜 세계외환시장을 교란시키고 있어 이 년도에 발행된 것은 자기들은 아예 일절 받지 않고 있었단다.

28명 중 21명이 2012년에 발행된 신권을 100불씩 놓고 가 위조달러 같은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단다.

팁에 대한 초짜 시절인 1990년대 초까지는 1불 짜리로 알고 100불 짜리를 팁으로 놓는 실수가 비일비재 했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어느정도 해외여행이 안착된 시기인데 100불 짜리를 놓고 가다니....필자 역시 이해가 안갔다.

자기들 호텔 감식기는 물론 주변의 은행 감식기도 진품으로 감식하니 싱가포르에 갈 일이 있으면 함께 가 세계적인 권위가 있는 은행에 가서 감식을 하고 싶어했다. 진품이면 지배인이 멋진 오찬을 사고, 위폐이면 내가 쏘겠다고 농담을 하면서 싱가포르에 갔다.

싱가포르 뿐만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있는 IPB(International Personal Bank)은행의 감식기도 무사히 통과되어 진품으로 판명 되었다.

귀국하여 여행사에 연락하니까 시간이 촉박하여 너무 서둘다 달러에 대한 감각이 없어 100불 짜리를 놓고들 온것 같다고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팁(Tip)의 어원은 의외로 엉뚱하다.

중동지역 양떼들이 야산에서 빨간 열매들을 따먹고는 서로 몸을 부비며 애정행각을 벌이는 모습을 본 목동들이, 이것을 정력제로 생각하게 되었고 유럽의 한량들은 새로운 기호품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어쨌든 커피를 마시면 잠이 오지 않았고 자연이 밤이 길어졌으니 “비아그라”로 오인할만도 했다. 특히 영국에서는 커피가 들어오는 날이면 꼭두새벽부터 이를 사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으며, 제한판매를 해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손님들이 많았다. 가게주인은 궁여지책으로 “To Insure Promptness” 라 는 팻말을 내걸고 웃돈을 받는 상술을 착안했다. 

급행료를 내면 줄 안 서고 빨리 살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오늘날 머리 글자인 T.I.P를 씀으로써 팁의 어원이 된 것이다. 

호텔,레스토랑,바(bar)에서 봉사료로 10%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팁이며, 벨 보이(Bellboy=호텔에서 첵크인,아웃할 때 짐을 룸까지 들어다 주기도 하고 안내하는 직원), 도어맨(Doorman=손님의 짐을 차에서 꺼내 문을 여닫으며 프론트까지 갖다주는 직원), 메이드에게 사례금으로 1~2불 쥐어주는 것이 예의이며 팁이다.

한국인 관광객들로 넘처나는 동남아 국가들이 한결같이 “한국인들은 자기들을 하대하면서 팁에 인색하고, 팁을 주면 으시대며 거들먹거라는 이상한 습성을 가진 민족이다”라는 오명은 언제쯤 벗게 될까?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