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3회 문학예술축제 신인작품상 수필부문 수상
「18세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선물」 「춤추는 국수」 두 편 선정
“앞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글로 위로하는 수필가 되고 싶다”

나숙희 나희 피아노학원장이 글을 처음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나숙희 나희 피아노학원장이 글을 처음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옥천읍내 먹자골목에 위치한 나희 피아노학원에서 ‘등단’ 소식이 들려왔다. 음악가가 아닌 ‘수필가’다. 하얗고 까만 피아노 건반 위를 오가던 손이 흰 종이 위 까만 글씨를 하나씩 써내려갔다. 4남매 중 유일한 딸로 해내야만 했던 어린 날의 책임감과 설움, 시어머니의 환대에서 느꼈던 따뜻함과 사무친 그리움 등이 글 한 편에 담겼다. 스스로를 위로했던 글로 이제는 타인을 보듬고픈 수필가를 꿈꾸는 사람. 계간지 ‘문학사랑’에서 주최한 문학예술축제 제 133회 신인작품상 수필부문에서 수상한 나숙희(68) 나희 피아노학원장을 지난 4일 만났다. 

나 원장은 옥천에서 학창시절을 다 보냈을 정도로, ‘옥천토박이’다. 삼양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옥천여자중학교와 옥천실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방송통신대학교 가정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옥천읍에 처음 피아노 학원을 열면서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벌써 46년째 운영되는 피아노학원은 옥천읍에서 오래된 곳 중 하나다.

■ ‘지인의 말 한마디’가 쏘아올린 작은 공, 글과 등단

글보다 음악이 더 익숙했던 나 원장이 처음 글을 쓰게 된 건 ‘지인의 말 한마디’에서였다. 군민도서관 평생학습원에서 액자에 시를 넣어 전시하는 일을 매해 했던 배정옥 선생님이 나 원장에게 ‘시 하나 써오면 액자에 넣어 함께 걸어주겠다’고 한 것. 나 원장은 “그날 엄마를 생각하면서 쓴 시 「낡은 스웨터」가 그때 쓴 시이자 처음 글을 쓴 때였다”며 “그 시를 읽은 배 선생님이 성은주 교수님을 소개해주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나 원장은 문정문학회에서 한남대 문예창작과 성은주 교수 밑에서 5년을 열심히 배웠다. 나 원장은 “주로 저녁에 글을 쓰는데, 처음부터 일필휘지하지는 못한다”며 “A4용지 한 장에는 글의 뼈만 추리는 작업을 하고, 다른 A4용지에 살을 붙이는 작업을 해 하나의 글을 완성한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매일매일 저녁마다 쓰인 글들은 두꺼운 노트에 남겨졌다. 나 원장은 “A4용지에 쓴 글은 노트에 한 번, 컴퓨터에 한 번 총 3번 쓴다”며 “종종 갑자기 좋은 문장이 떠오를 때가 있을 땐 컴퓨터에 바로 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매일매일 쌓인 글의 양만큼 나 원장의 필력도 커져갔다. 하지만 나 원장은 글을 쓰는 것이 좋다는 생각만 했다. 

일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면서 제 삶이 달라진 게 마냥 좋았던 나 원장의 생각을 깬 것도 ‘지인의 말 한마디’였다. 나 원장은 “내 글을 읽던 안후영 선생님이 이 좋은 글을 쓰면서 왜 등단을 안하냐는 권유 끝에, 자주 읽던 계간지 ‘문학사랑’에 신인작품상 수필부문에 글 세 편을 출품하게 됐다”며 “그 중 두 편이 신인작품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제133회 문학예술축제 수필부문 신인작품상을 수상한 나원장이 꽃다발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19일 제133회 문학예술축제 수필부문 신인작품상을 수상한 나원장이 꽃다발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19일 제133회 문학예술축제 수필부문 신인작품상을 수상한 나원장이 꽃다발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19일 제133회 문학예술축제 수필부문 신인작품상을 수상한 나원장이 꽃다발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출품작 중 가장 마음이 가는 건, 「아직도 첫사랑의 그리움이」”

지난 19일 나 원장은 한남대학교 56주년 기념관에서 진행된 제 133회 문학예술축제 수필부문에서 신인작품상을 수상했다. 나 원장은 「아직도 첫사랑의 그리움이」, 「18세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선물」, 「춤추는 국수」 등 세 편을 출품했다. 이 중 「18세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선물」, 「춤추는 국수」 등 두 편이 신인 수필작품으로 선정됐다. 나 원장은 “수필을 쓸 때, 그리운 것 혹은 과거에 겪었거나 추억할만한 것들에서 글감을 고민했다. 이번에 출품한 수필들도 글을 쓸 때면, 그 때의 기억과 감정이 떠올라 참 많이도 울면서 썼다”며 수필 속 뒷이야기를 밝혔다.

이 중 「18세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3남 1녀 중 유일한 딸이었던 나 원장이 식당일을 하는 엄마 대신 집안일을 도맡았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쓴 수필이다. 당시 밥할 시간을 놓친 18살의 나 원장에게 엄마가 홧김에 구정물을 온몸에 부어, 고춧가루나 시금치 등 먹다 남은 음식물들이 몸 곳곳에 들러붙은 채 추운 겨울날씨에 얼어붙은 모습을 ‘크리스마스트리’에 빗댔다. 특히 엄마와 같은 나이가 돼서야 엄마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깨달은 것을 수필에 녹였다. 

「춤추는 국수」도 이원 묘목 축제장에서 먹었던 국수에 대한 추억과 감정을 그대로 커다란 솥단지 안에서 춤을 추는 것 같다는 국수 모습을 보면서, 외갓집 가족들이 옥천장날 때면 장을 보고 점심으로 먹었던 국수가 떠올랐고, 그 시절 나 원장이 열심히 만들었던 그 국수를 맛있게 먹어줬던 외갓집 가족들이 이제는 고인이 됐다는 사실에서 느꼈던 슬펐던 감정을 글로 풀어냈다. 

하지만 나 원장이 개인적으로 수상했으면 하는 작품은 따로 있었다. 「아직도 첫사랑의 그리움이」가 바로 그것이다.

「아직도 첫사랑의 그리움이」는 시어머니의 사랑에 대해 쓴 수필로, 친정에서 고생하며 자란 나 원장을 ‘복덩이’라면서 시댁을 찾을 때마다 늘 반겨주고 애지중지해준 모습에 대한 감사함이 담겼다. 나 원장은 “가끔 보름달이 밝은 밤이면 괜스레 시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서 눈물이 났다. 개인적으로는 이 수필이 수상했으면 했다”며 물기어린 목소리와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19일 제133회 문학예술축제 수필부문 신인작품상을 수상한 나원장이 꽃다발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19일 제133회 문학예술축제 수필부문 신인작품상을 수상한 나원장이 꽃다발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19일 제133회 문학예술축제 수필부문 신인작품상을 수상한 나원장이 꽃다발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19일 제133회 문학예술축제 수필부문 신인작품상을 수상한 나원장이 꽃다발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19일 제133회 문학예술축제 수필부문 신인작품상을 수상한 나원장이 꽃다발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19일 제133회 문학예술축제 수필부문 신인작품상을 수상한 나원장이 꽃다발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람들의 마음을 토닥이는 수필가

피아노 원장에서 수필가로 인생의 제 2막을 연 나 원장. 요즘 그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나 원장은 “2021년에는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글을 쓰려고 한다. 수필가로 등단한 만큼,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정서적으로 위로가 되는 수필을 더 많이 쓰고 싶다”고 신인수필가로서의 포부를 보였다. 

나 원장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행동도 이어가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는 “목련 라이온스클럽이나 마중물 적십자사 봉사단에서 봉사를 오래 해왔는데, 전보다 더 많이 봉사를 다니려고 한다”며 “심리 상담이나 복지 관련 자격증도 따서, 지금보다 더 많은 것들을 우리 이웃들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사람들의 마음을 글로 위로하는 수필가, 나 원장이 꿈꾸는 인생 2막이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