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저희가 맡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오히려 저희가 맡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 홍석희 인턴기자
  • 승인 2021.01.14 17: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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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환자 ‘격리 간호’ 자청한 옥천성모병원 정현숙 간호부장과 이상희 간호과장
성모병원의 신속한 초동대처로 12번 확진자 연관 추가 확진 ‘제로’
격리에 비협조적이던 환자도 2주 뒤엔 웃는 모습으로 퇴원
정현숙 간호부장<br>
정현숙 간호부장
이상희 간호과장<br>
이상희 간호과장

그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조금은 망설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어리석은 걱정이었다. 흰 마스크 위로 반짝이는 두 눈에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어차피 누군가는 맡았어야 할 일이라는 대답에 사명감이 느껴졌고, 어린 자식들을 둔 후배 간호사에게 맡길 수 없었다는 말에서는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다’라는, 나이팅게일 선서문에 등장하는 간호사의 모습 그대로였다.

옥천성모병원 정현숙(56) 간호부장, 이상희(47) 간호과장은 지난해 12월24일 옥천12번 확진자와 밀접접촉했던 환자들을 2주간 병원에서 격리된 채 간호했다. 의료진 7명이 자가격리되면서 발생한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임 간호사들이 ‘격리 간호’를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옥천에서 나고 자란 뒤, 각각 35년, 23년가량의 간호 경력을 가진 베테랑들에게도 세상과의 단절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난 12일 옥천 성모병원에서 두 간호사를 만나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전해 들었다.

■ 신속한 초동대처로 추가 확진자 막아낸 성모병원

옥천성모병원은 지역의 유일한 종합병원인 만큼 많은 환자들이 진료를 받는다. 코로나19로 코호트 격리(감염자가 발생한 의료 기관을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라도 이루어지면 병원 측 손실도 발생하지만,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에 대한 의료 공백이 심각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성모병원은 원내 확진자 발생 상황에 철저하게 대비해왔다. 지난해 7월 영동1번 확진자가 성모병원에 방문했지만, 당시 접촉한 의료진 및 주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당시 성모병원은 확진자가 방문했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 병원을 폐쇄한 뒤 방역을 진행했다.

이번에도 성모병원의 발빠른 대처가 빛을 발했다. 지난해 12월24일 입원환자 중 확진자가 발생하자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밀접접촉자를 격리 조치하고 24일 오전 진료를 중단했다. 병원장을 비롯해 담당 주치의, 각 부서장까지 전부 병원으로 나와 초동대처에 매진했다. 정현숙 간호부장은 “저희 병원이 종합병원이다 보니까 (확진자와의) 접촉을 항상 염두하고 대비했다”라며 “모든 병원 구성원들이 신속하게 대처해서 확진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기뻤다”라고 말했다.

■ 고령 환자 ‘격리 간호’에 자청한 두 베테랑 간호사

병원에 남겨진 밀접접촉자들은 고령 환자 3명과 간병인 2명으로 총 5명이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 환자 3명을 누군가 지근거리에서 간호해야만 했다. 정현숙 간호부장이 가장 먼저 나섰다.

“어차피 누군가는 간호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오히려 저희가 맡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른 간호사 선생님들은 집에 어린 아기들을 돌봐야 해요. 저는 아이들이 많이 컸고 이제 중고등학생이라서, 유치원생 돌봐야 하는 분들보다는 저희가 하는 게 마음 편했어요. 어린 아이들은 손이 많이 가잖아요.”

부장이 앞장서자 과장이 뒤따랐다. 이상희 간호과장은 “우리 병원 간호부 수장인 부장님이 이렇게 나서는데, 그런 마음을 본받아 함께 도울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정 간호부장과 이 간호과장의 2주간의 ‘격리 간호’가 시작됐다.

■ 불안해하던 환자들, 같이 밤새며 손잡아드리자 안정 되찾아

70~80대인 고령 환자들은 자신이 병원에 격리된 채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치매를 앓고 있던 한 환자는 밤새 잠도 안 자며 퇴원시켜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고령인 환자들의 심신을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었다. 정 간호부장은 “행동에 제한을 받다 보니까 정신적으로 갇혀 있다는 느낌 때문에 환자들이 힘들어했다”라며 “처음 하루 이틀은 밤새 곁에서 손을 꼭 잡고 말동무가 되어드렸다”라고 말했다.

두 간호사가 정성을 쏟자 어르신들도 이내 마음을 열었다. 오랜 격리 생활로 지친 환자들이 도리어 간호사들을 찾는 경우가 잦아졌다. 나중에는 간호사들이 춤까지 출 정도로 서로가 가까워졌다. 환자와 간호사 사이를 넘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관계가 됐다. 정 간호부장은 “어르신들이 집에 가도 반겨줄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라며 “매일 1대1로 자신에게 정성 들여 말을 걸어주니까 되려 즐겨우셨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결국 3명의 환자와 2명의 간병인, 두 간호사 모두 음성 판정을 받으며 격리에서 해제될 수 있었다. 두 간호사는 다른 무엇보다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가장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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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 2021-01-24 14:17:15
파이팅